Invest Korea 노사관계지원반 강현철 반장
Invest Korea 노사관계지원반 강현철 반장
  • 승인 2005.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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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투기업은 현지화, 노동조합은 국제화 해야죠”


외국인투자기업(이하 외투기업)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이들 기업의 노사관계도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반면 외투기업 노사관계에 대한 정책적 지원, 전문가 등은 여전히 부족한 상태다.


한국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외국인 투자유치 전담조직인 인베스트 코리아(Invest Korea) 노사관계지원반은 외투기업의 노사관계 관련 분쟁을 예방·조정하기 위해 지난 2003년 12월 확대 개편된 이래 꾸준히 외투기업 인사담당자의 고충처리와 분쟁 예방 활동 등을 펼치고 있다.


노사관계지원반을 이끌고 있는 강현철 반장(42·노동부 서기관).
노동부 고용보험과, 산업안전국, 경남지방노동위원회 사무국장 등 12년간의 노동부 공무원 생활을 거쳐 현재 노사관계지원반에 파견되어 있는 그는 “외투기업은 ‘현지화’하고 노동조합은 ‘국제화’하는 것이 외투기업 노사관계 안정의 열쇠”라고 말한다.


“외투기업은 국내 생산과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 외에도 투명경영, 높은 복리후생 수준 등 장점이 아주 많습니다. 하지만 꼭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죠. 예를 들면 우리나라 특유의 ‘신바람 문화’ 같은 것은 끈끈한 공동체의식, 유대감 등에서 비롯되는 측면이 많은데, 외투기업은 이해 부족 등으로 우리 기업문화 특유의 장점을 잘 살리지 못하는 면도 있습니다.”


두 가지를 모두 잘 살리기 위해 강 반장이 제시하는 열쇠가 바로 ‘현지화’와 ‘국제화’다. 외투기업은 특유의 경영기법만을 고수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한국의 문화와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노동조합도 선진경영 기법 중 수용할 부분을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는 제안이다. 


“요즘 보면 우리 노동조합들의 최대 이슈가 고용보장인데, 고용이 보장되려면 회사의 경쟁력이 높아져야 한다는 인식도 함께 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조합도 외투기업의 선진경영 기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죠. 무분별한 수용이 아니라 장점을 골라 우리 것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국제화도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노사관계 현장에 더 밀착하고 싶은 바람
강 반장이 꼽는 우리기업과 외국기업의 노사관계 차이 중 하나는 노사관계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외투기업을 보면 우리나라처럼 노무팀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대부분 HR팀에서 노사관계를 한 부분으로 다루거든요. 노사관계 자체를 회사의 인적자원 관리전략으로 통합해서 바라본다는 것이죠.”


그는 이것이 단지 부서의 차이가 아니라고 설명한다. 우리나라 개별기업의 노사관계가 노무팀과 노동조합의 관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외국기업의 경우에는 노동조합과의 관계보다는 노동자 개개인의 능력향상에 더 비중이 있다는 것. 이처럼 직원 개인의 능력을 중시하는 외국기업의 노사관계 문화와 노동조합이라는 집단과의 관계에 관심을 두는 우리 문화는 종종 서로에 대한 이해를 어렵게 하기도 한다는 것이 강 반장의 설명이다.


최근 들어 노사관계지원반에 가장 많이 접수되는 고충 내용이 경영상의 해고나 퇴직금 문제, 노동시장 유연성 등의 주제들이다. 일부에서는 한국의 노동시장이 너무 경직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높지만 강현철 반장은 그렇게만 보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의외지만 모든 외투기업이 우리나라에 진출할 때 노사관계 관련 법령이나 제도들을 꼼꼼히 따져보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직접 부딪치면서 배우고 알아가는 경우가 많죠. 별로 준비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문제가 터져 나오니까 더 까다롭고 어렵다고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노동법이나 노사관계 제도·문화 등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외투기업을 위해 노사관계지원반은 올해 활동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2003년 말 출범 이후 1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주로 노사관계지원반의 활동 홍보와 외투기업 관련 인사들의 네트워크 구축에 힘써 왔지만 올해부터는 노사관계의 한 축인 노동조합과의 접촉도 더 넓힐 예정에 있다.


지난해 한국노총 이용득 위원장과의 면담을 통해 고용창출형 외국기업의 투자유치 필요성에 공감한 것이 가장 보람 있었다는 그는 올해에는 다른 꿈도 하나 가지고 있다.
“공무원 조직에서만 10년 넘게 생활을 하다가 이곳으로 와서 코트라 직원들, 민간의 법률· 금융·노사 전문가들을 만나면서 시야가 굉장히 넓어졌어요. 넓어진 경험을 바탕으로 일선 노사관계 현장에 더 밀착해 노사관계 발전을 지원하고 싶습니다.”


성공하는 외투기업에는 ‘끊임없는 대화’라는 ‘뻔하지만, 결코 뻔하지 않은’ 공통점이 있다고 지적하는 강현철 반장. 원활한 의사소통의 징검다리가 되고 싶은 그의 꿈이 더 탄탄한 다리가 되어 뻗어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