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황' '초조' ... 기자의 코로나19 진단 검사 체험기
'당황' '초조' ... 기자의 코로나19 진단 검사 체험기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0.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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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 검사와 24시간의 기다림과 초조함
공공의료 체계의 확산과 정립 필요
‘사회적 백신’으로 코로나19 대응하는 시민들
서울시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다중이용시설물 중 하나인 지하철 방역 중이다. ⓒ 서울특별시 

참으로 공교로웠다. 대구, 콧물, 가래. 평소에는 그다지 연결되지 않을 이 단어들의 조각이 맞춰지는 순간, 두려움이 몰려든다. 나를 포함한 2명의 기자는 대구로 1박 2일 출장을 다녀왔고, 그로부터 며칠 후 둘이 동시에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이 시기에 대구 출장이 없었더라면, 둘 중 하나만 그랬더라면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 한국사회를 휩쓸고 있는 거대한 공포의 시기에 공교롭게도 바이러스의 그림자를 마주쳤다.

진단 결과부터 말하자면 동료 기자는 ‘음성’이고, 나는 ‘사례 미분류’로 진단검사가 필요치 않았다.

나와 동료 기자는 안도했다. 동료 기자의 검진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머릿속에 최근 이동 동선과 누구를 만났는지에 대해서만 맴돌았다. 직업 특성상 슈퍼 전파자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만약이 현실이 됐다면 민폐도 그런 민폐, 재앙도 그런 재앙이 없을 것이다.

나는 선별진료소 입구 유선 상담에서 ‘사례 미분류’로 진단 검사 자체 대상에서 제외됐고, 외부활동을 해도 되냐는 질문에 유선 상담을 한 전문의에게 “그래도 된다”는 확답을 받았다. 그렇지만 동료 기자는 진단검사를 받았고 결과 통보까지는 길게 이틀까지 걸리기에 나는 그동안 재택근무와 자가 격리를 택했다. 동료 기자도 당연히 자가 격리를 취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자면 동료기자와 내가 지난 17-18일 대구지하철 화재참사 17주기 추모행사 취재로 대구를 다녀온 뒤로 대구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했다. 둘의 걱정도 늘었다. 혹시 몰라 개인 위생에 신경 썼다. ‘코로나맵’을 확인하면서 확진자 이동 동선을 파악하며 겹치지 않는지 확인했다. 24일 오후 몸 상태가 안 좋아졌다. 동료기자에게도 물었더니 자기도 그렇단다. 즉시 데스크에 보고했고, 우선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검사부터 받으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 사이 회사는 사무실 전체 방역을 실시하고, 만약의 경우 확진 판정이 나서 '셧 다운'할 경우를 대비한 '비상계획' 수립에 돌입했다. 전체 기자들은 대외활동을 자제하고 대면접촉을 최소화 하도록 조치했다. 긴장감이 높아졌고, 아주 긴 며칠이 기다리고 있었다.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으러 갔던 선별진료소(동대문구 보건소) ⓒ 참여와혁신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으러 갔던 선별진료소(동대문구 보건소) ⓒ 참여와혁신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질병관리본부와 민간 병원
다른 대처에 당황했다

회사에 보고 후 바로 1339 질병관리본부 상담센터로 전화를 걸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늘고 있는 추세라 상담 통화량이 많아 연결이 쉽지 않았다. 상담센터에서는 매뉴얼화된 구체적인 질문들을 몇 가지 했다. 현재 느끼는 증상과 최근 해외 방문 사례,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접촉자라고 연락을 받았는지 등.

대구에 다녀왔다고 하니 교회를 방문한 적 있냐고 물었다. 그런 적은 없다고 하니 우선 민간 병원부터 방문해 진료를 받고 거기서도 이상하다고 판단하면 선별진료소를 안내해줄 것이라 상담했다. 너무 걱정말라는 위로도 건넸다.

25일 오전, 병원 문 여는 시간에 맞춰 민간 병원을 방문했다. 원무과에서 내원 목적을 물었고 전날 질병관리본부 상담센터와 나눈 이야기를 전했다. 민간 병원의 입장은 단호했다. 선별진료소로 가라는 것이었다. 누구 말이 맞는 것이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지 당황스러웠다. 당황한 사이 원무과 관계자는 사무실로 들어가 마스크를 끼고 나왔다. “대구 다녀온 사람들 어제부터 다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받고 있고요, 저희는 진단 검사할 장비도 없습니다”라는 이야기를 마스크 밖으로 전했다.

병원 밖에서 가까운 선별진료소를 검색했다. 병원이 진료 거부 가능한 조건들에 대해서도 검색했다. 선별진료소는 다행히 가까운 곳에 있었고, 확인해 본 진료 거부 가능 조건에는 ‘진단 등의 검사 장비 없는 경우‘가 있었다.

대한민국 질병관리본부의 분투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하루에 검사하는 인원수도 어느 나라도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많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으로 시민들은 자신의 몸 상태가 이상하다 싶으면 검진을 받고 싶어 하는데, 질병관리본부의 상담센터가 나에게 말해준대로라면 많은 이들이 민간 병원 앞에서 당황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미 이런 사례들이 꽤나 쌓였고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민간 병원의 경우 실제로 코로나19 진단 검사 장비가 없기도 하고, 만약 확진자가 다녀갔을 시 후폭풍과 휴업의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진료 거부를 하는 경우가 많다. 선별진료소에서 유선으로 전문의와 상담했을 때 “민간 병원들이 영업 때문에 진료 거부 사례가 많긴 하다”고 전문의가 말하기도 했다.

물론 민간 병원이 진단 검사 장비를 구비하고 코로나19 진단을 위한 검체 채취용의 음압격리실 운영 등은 사용 빈도가 이번 사태와 같은 경우가 아니면 높지 않으니 돈을 들일 의무는 없다. 실제로 작은 병원일 경우 여력이 없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국가적 재난 상황에 대처할 의료 체계는 전국적으로 준비가 되긴 해야 한다. 그렇다면 누가 해야 하나, 정부의 역할일 것이고 그래서 공공의료 체계의 확대가 중요하다. 우리 사회는 메르스 사태로 이미 뼈저리게 느꼈다.

선별진료소 앞 풍경,
코로나19 진단은 어떻게 이뤄지나

동료 기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고 둘은 선별진료소로 향했다. 선별진료소라고 무작정 들어갈 수 있는 곳은 아니다. 오히려 코로나19 감염자가 올 확률이 다른 곳에 비해 높기 때문에 입구에는 천막이 쳐져 있고 대기 안내와 함께 유선 상담 안내를 받는다. 그래서인지 선별진료소 앞 사람들은 휴대전화로 각자 어디론가 전화하고 있었다.

내가 몸이 아프고 검사를 받고 싶다는데 왜 검진대상자가 아니냐고 따지는 사람도 있었다. 비검진 대상자가 검진을 원할 경우에는 병원 규모에 따라 10~25만 원 정도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유선 상담은 두 차례 이뤄진다. 안내 받은 유선 상담 전화번호로 연락을 하면 선별진료소 안에 있는 상담자가 현재 몸 상태, 과거 병력, 최근 방문지,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코로나19 확진자 접촉자라고 연락을 받았는지 등을 물어본다. 상담이 끝나고 통화를 끊고 기다리면 전문의가 전화를 한다.

앞선 상담 내용을 바탕으로 유선 진료를 통해 검진 대상자인지 비대상자인지 확인받는다. 비대상자에게는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하는데, 나에게는 고열과 가래가 없기에 코로나19 증상에 해당하지 않고 가래나 콧물이 없을 경우 검체 채취가 용이하지 않다고 전했다. 그리고 몇 가지 질문들을 받아주기도 한다. 나는 ‘비대상자’였기 때문에 지금 몸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감기약을 먹어도 되는지, 민간 병원 방문은 가능한지, 외부활동은 가능한지 등에 대해서 물었다. 비대상자에게는 선별진료소에서 ‘비대상자 확인’ 문자가 온다. 그 문자가 있어야 민간 병원에서 감기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비대상자’로 검증받고 안도했다. 그러나 동료 기자의 안색은 별로 좋지 않았다. ‘검진 대상자’였다. 동료 기자는 열은 없었지만 가래와 콧물이 심했기 때문이다. 대기 후 선별진료소 안으로 들어갔다. 동료 기자의 말에 따르면 코로나19 검진은 생각보다 빨리 끝난다. 동료 기자의 경우 15분 정도 걸렸다. 다만, 대기 인원에 따라 시간이 더 걸리는데 동료 기자 앞으로는 사람이 별로 없어 30분 정도 기다렸다. 선별진료소 안 채취실로 가면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검체 채취를 한다. 가래를 뱉으라고 하고 면봉으로 콧속 깊은 곳을 건드려 콧물을 채취한다. 동료 기자는 연약한 비강 깊은 곳을 건드려 눈물 콧물을 주의해야 한다는 농담 아닌 농담을 건넸다.

검진 결과를 통보 받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린다. 검체를 배양해 코로나19 DNA 유무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소 6시간이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현재는 코로나19 확진 급증 추세고, 그에 따른 접촉자 검진 수도 많기 때문에 최대 이틀의 시간이 걸린다.

동료 기자는 26일 오전 코로나19 음성 진단을 선별진료소로부터 전화 통보받았다. 음성 진단자에게는 “음성이지만 안심하지 말고 외부 출입을 자제하고 마스크를 끼고 외부활동을 해달라”고 유의사항을 전한다. 또한 “증상이 심해지면 다시 오라”고도 한다. '음성' 통보를 받았지만, 혹시 모르니 자가 격리는 계속하기로 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 참여와혁신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코로나19 확산 이후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 참여와혁신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현재 코로나19 백신은 없다. 직접적인 치료제도 없는 상황이다. 백신은 개발 중이고 몇몇 군데에서 백신을 개발했다는 이야기도 들리지만 임상 실험을 거쳐 상용화하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서 등장한 말이 ‘사회적 백신’이다. 시민 개개인이 개인 코로나19 대응 수칙을 잘 준수하는 것, 국가적 재난 상황에 시민들이 서로 연대하는 것, 개인과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를 금지하고 그들이 제대로 된 치료 혹은 스스로 검진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 코로나19 관련 대응 정보를 국가 간 공유하는 것 등이다.

정부 관계자들과 의료진들이 곳곳에서 분투하고 있고, 연예인들의 기부도 이어지고 있고, 월세를 안 받겠다는 건물주도 있고, 가맹비를 받지 않겠다는 프랜차이즈 대표도 있고, 힘들어진 요식업계 자영업자들의 재고 소진을 위해 나눔을 홍보해주는 SNS 계정도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지만 사회적 백신 역시 단단해지고 있다. 여기에 보태 조금만 더 염원해본다면 공공의료에 대한 전국적 체계 확립도 이번 기회에 사회적 백신의 하나로 추가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