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정치] 여영국 “창원의 변화가 대한민국의 변화다”
[노동+정치] 여영국 “창원의 변화가 대한민국의 변화다”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0.03.01 16:08
  • 수정 2020.03.02 08: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창원성산 재선 도전하는 여영국 정의당 의원

'진보정치 1번지'로 불리는 창원시 성산구에 노동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노총 출신 이흥석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 석영철 민중당 예비후보뿐 아니라 한국노총에서도 최응식 주한미군한국인노조 위원장이 미래통합당 예비후보로 나섰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지난해 4.3 보궐선거에서 늦깎이 국회의원이 된 여영국 정의당 의원도 창원성산 지역구에 다시 출마를 결심했다.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510호에서 여영국 의원을 만났다. 그는 <참여와혁신>과 인터뷰에서 “창원의 변화가 곧 대한민국의 변화”라며 “21대 국회에서는 노동존중을 통해 한국사회 불평등을 해소하는 토대를 만들고자 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여영국 정의당 의원 ⓒ 김효진 포토그래퍼 kkimphoto@gmail.com
여영국 정의당 의원 ⓒ 김효진 포토그래퍼 kkimphoto@gmail.com

20대 국회에서 성과
KTX 증편-방위산업 예산 증액 

- 1년이 채 안 됐다. 20대 국회의원으로 지내며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국회에 들어와 처음 한 일이 국회 청소노동자들과 식사였다. 고 노회찬 의원도 그랬듯 그의 뜻을 잇겠다고 국회에 와서 여전히 한국사회에서 ‘투명인간’ 취급받는 청소·시설·경비노동자들의 삶에 다가가고 그분들이 안고 있는 어려움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로 함께 밥을 먹었다. 직장동료들과 첫 만남이자 국회에서 출발점이었던 그날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 그 외에는? 
좀 아픈 이야기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 지적한 일인데 전문대 졸업을 앞둔 학생이 반도체 회사에 실습 나가서 방사선에 피폭돼 손이 새카맣게 타버린 사건이 있었다. 생산물량을 높이려고 방사선 피폭 안전장치를 해제한 상태에서 일을 시킨 거다. 현장에 가서 점검해 보니 대학도 원청도 나 몰라라 하고 노동부나 행정관청도 별다른 조처가 없었다. 국감 이후에 당사자와 학교가 합의를 했지만 기업 문제는 남아 있고 계속 파고 있다. 청년노동이 이렇게 허접하게 취급받는데 누가 공장에 취직하겠나? 이런 허접한 청년노동을 없애야 한다.

- 지역구 이야기도 궁금하다. 창원성산에서는 어떤 활동을 했나?
20대 국회에 보궐로 들어오면서 고 노회찬 의원이 약속했던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는 것이 1차 목표였다. 그 외에 새롭게 내건 공약은 KTX 증편이었다. 창원이 사실 교통 오지다. KTX도 수요에 비해 좌석이 부족했다. 그래서 국회에 들어오자마자 이낙연 전 총리를 만나서 3시간 ‘막걸리 회동’을 했다. 이후 한 달도 안 돼 KTX 증편 발표가 있었고 추석 이후로 평일 1회, 금 2회, 토·일 각각 4회씩 증편했다. 또한 올해 예산안 심의에서 창원 산업의 한 축인 방위산업 신규물량 확보를 위한 예산 457억 원 전액이 반영됐다. 올해 창원에서 방위산업 경기 활성화에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내가 노동계 출신이라 달가워하지 않던 기업 쪽에서도 ‘어떻게 그런 부분까지 고민하고 이뤄냈냐’는 평가를 들었다. KTX 증편과 방위산업 예산 증액, 둘 다 '증'자가 들어간다. (웃음) 

- 의정 활동하며 여러 법안을 발의했는데. 
통과된 건 없는데 그중에서도 ‘사학법인 살찐고양이법’이 아쉽다. 사학법인을 보면 법정부담금을 50%도 안 내고 있다. 다 정부 재정으로 메꾸는 거다. 그러면서 하는 일도 별로 없는 이사장 등 임원은 높은 임금을 가져가는 상황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사학법인이 법정부담금을 납부하지 않을 경우 임원들의 보수지급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한 거다. 21대 국회에 들어오면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약속하고 싶은 법안이다.

- 발의조차 못한 법안은? 
이름을 어떻게 정할지 고민인데 ‘에너지 전환 특별법’이다.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 중이다. 정부도 탈원전·탈석탄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정의로운 과정이 굉장히 중요하다.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원전과 석탄 산업 관련 노동자, 기업, 지역의 어려움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함께 책임져야 하는 부분인데 현재 정책에는 빠져 있다. 창원만 해도 원자로 등 원전 주기기를 만드는 두산중공업이 있다. 협력업체만 200곳이 넘는데 현재 노동자들을 1,500명 이상 정리해고 중이다. 물론 정부의 탈원전 정책 때문만은 아니라 경영 실패의 책임도 있지만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정부가 소홀한 측면이 노동자와 기업의 어려움으로 나타나고 있다. 심각한 문제다. 20대 국회에서 해내지 못해 아쉬운데 21대 국회에서는 1호 법안으로 제정하고 싶다. 

“창원의 변화가 대한민국의 변화”
선거전략은 ‘노동자 마음’ 얻는 것

- 창원성산에 다시 출마를 결심한 배경은? 
창원의 변화가 곧 대한민국의 변화라고 보기 때문이다. 창원은 산업과 노동을 대표하는 지역이다. 창원은 중화학공업을 주도한 기계 산업 단지로 대표되는 경제 발전의 한 축이자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한 축이다. 이 두 축이 어떻게 발전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의 발전과도 이어진다. 창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행복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지면 대한민국에서 일하는 노동자도 행복해질 수 있는 거다. 진보정치 1번지라는 자부심도 이런 맥락 속에 녹아 있는 거다. 

- 지난해 보궐선거에서 504표 차로 당선됐다. 이번 총선에서 ‘박빙의 차’를 ‘안정적인 차’로 만들 선거 전략은? 
전략은 극비사항인데. (웃음) 보궐선거 때 결국 마지막에 뒤집었다. 창원 산업단지 노동자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거주하는 상남동·사파동·가음정동·성주동의 투표함이 열리고 저녁에 퇴근한 노동자들 표가 모이면서 역전했다. 힘은 노동자에서 나온 거다. 창원시 성산구에 유권자가 18만 명이다. 이중 월급쟁이는 생산직, 사무직 포함 10만 명은 될 거라고 본다. 가족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노동자 도시로 봐도 무방하다. 여기에 자영업자도 노동자 범주 안에 포함하고 싶다. 자영업 시장의 어려움은 노동시장의 그림자라는 표현을 자주 쓰는데 중견기업 노동자보다 못한 자영업자들이 창원시에 굉장히 많다. 결국 일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는 것이 ‘안정적인 차’를 만들 수 있는 전략이라고 본다. 

그리고 조금 다른 이야기인데 그동안 권영길, 노회찬이라는 한국정치의 거목 같은 분들이 창원성산에서 국회의원을 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내게 물음표를 많이 달았지만 짧은 기간 동안 그 의문을 많이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성과도 많이 내고 중앙정치에서도 제법 발언력도 생겼다. 10개월 동안 보여준 여영국의 모습이 가장 이번 선거에서 주요 전략이 되지 않을까 싶다. 
 
“단일화는 유권자가 시켜주는 것”

- 이번 총선에서 창원성산 지역에 석영철 민중당 예비후보도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총연맹 방침에 따라 후보 단일화 역할을 최대한 할 것이라 밝히기도 했는데?  
지난해 보궐선거 때도 민중당 후보가 나와서 민주노총 후보가 되지 못했다. 이번에도 똑같이 어려울 거라고 본다. 나는 양대노총으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특정 조직의 후보이기보다 창원 노동자들의 후보이고 싶다. 물론 민주노총 후보가 되면 좋겠지만 민주노총 후보가 되기 위해 무리수를 두거나 굳이 애쓰지 않을 계획이다.

- 그럼 이흥석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와 단일화 가능성은? 
최근 이흥석 더민주 예비후보가 출마선언을 하면서 단일화 안 하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다른 언론에서도 묻길래 지금 집권당은 시민의 여러 목소리에 겸허하게 귀 기울여야 한다는 말로 우회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더민주와 단일화하지 않겠다는 말이 아니다. 여전히 촛불의 염원인 진보개혁 과제가 많이 남아 있는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진보개혁 세력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과정이 필요하고 그 힘을 모아내는 데 현역의원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이다. 결국은 유권자가 단일화를 시켜주지 않을까 싶다. 창원시 성산구 유권자들의 요구가 단일화라면 그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에라도 단일화되지 않더라도 현명한 유권자들이 표로서 단일화시켜줄 거라고 본다.

여영국 정의당 의원은 '참여와혁신'과 인터뷰에서 “창원의 변화가 곧 대한민국의 변화”라며 “21대 국회에서는 노동존중을 통해 한국사회 불평등을 해소하는 토대를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 김효진 포토그래퍼 kkimphoto@gmail.com
여영국 정의당 의원은 '참여와혁신'과 인터뷰에서 “창원의 변화가 곧 대한민국의 변화”라며 “21대 국회에서는 노동존중을 통해 한국사회 불평등을 해소하는 토대를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 김효진 포토그래퍼 kkimphoto@gmail.com

창원 경제 발전 위한 KEY
에너지·방위·철도 산업

- 창원은 ‘제조업 메카’라 불리는 만큼 ‘제조업 위기론’의 취약지라고 볼 수 있다. 이 위기의 해법은 무엇인가?
창원에 자동차와 조선산업 비중이 큰데 두 산업은 세계 경기와 맞물려 있어서 눈에 띄는 성장을 기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다만 정부와 창원 시민들의 의지로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길은 크게 세 가지 정도 있다. 

첫째는 에너지 전환 산업이다. 에너지 전환은 경제문제다. EU는 '탄소국경세'를 추진 중이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철강, 석유화학 기업들이 EU에 제품을 수출할 때 세금을 더 물리는 제도다. 수출 중심인 한국경제와도 연관된 문제다. 우리가 원전과 석탄에너지에 의존할 경우 세계경제에서 고립될 가능성이 높다. 당장 힘들어도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은 반드시 해야 한다. 정부도 화력 에너지를 풍력·태양광·가스터빈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최근 창원시 지역기업인 두산중공업이 발전용 가스터빈 1단계 국산화에 성공했다. 우리나라는 2000년 이후 발전용 가스터빈을 모두 해외에서 도입하고 있는데 앞으로 전환 과정에서 60%만이라도 국내가 담당할 수 있도록, 두산중공업이 주력기업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음은 방위산업이다. 자주국방은 국가적 과제이며 자주국방과 방위산업 성장은 뗄 수 없는 관계다. 국방 예산은 50조 원이 넘어서고 있지만 방위산업은 점점 퇴보하고 있다. 무기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는 '산업'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동안 정부 주도로 기술개발을 하다 보니 기준에 안 맞으면 모두 퇴짜였다. 예를 들어 K2 전차 국산 변속기 내구도 시험 기준과 관련된 국방규정의 모호성으로 상당한 수준까지 올라온 국산 방위산업 기술이 사장되어 전차의 핵심기술 국산화가 물거품이 되고, 어렵게 잡은 해외 시장 진출 기회도 가로막힐 지경이 됐다. 그동안은 실패를 용납하지 않았다. 이제 방위산업이 실패를 거듭해 완성도를 높여가는 체제로 변화해야 한다. 또한 그동안 방위산업은 개발은 국가가, 생산은 공장 노동자들이, 정비는 군에서 따로 맡으면서 기술 발전이 어려운 구조였다. 특히 창원은 국가지정 방위산업체 19개사와 협력업체 275개사가 있는 방위산업 집적지다. 창원의 발전을 위해서도 방위산업을 하나의 산업의 개념으로, 확실한 산업의 축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철도산업이다. 창원에는 국내 유일한 철도차량 제작업체인 현대로템이 있다. DJ정부 시절 철도산업의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현대·한진·대우 3사로 분리돼 있던 것을 하나로 합친 거다. 그런데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철도민영화와 철도차량 저가수주 경쟁이 진행됐다. 이후 철도산업이 저가경쟁구도로 돌입하게 됐다. 그러자 내구성과 수명 단축이라는 문제가 발생했다. 앞으로 철도산업이 국가경쟁력을 갖추려면 무분별하게 풀었던 규제를 강화해 품질을 높이고 국제시장에서도 떳떳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만들어가야 한다. 요약하자면 에너지산업, 방위산업, 철도산업 세 축을 중심으로 창원산업의 성장을 꾀해야 한다.

- ‘제조업 위기’ 외에 창원성산에서 풀어야 할 문제는? 
성산구나 의창구는 과거 박정희 정부 때 호주 캔버라를 보고 만들었다. 인구 30만에 공단과 주거 지역을 완전히 분리하는 대표적인 계획도시다. 그런데 공단이 팽창하고 인구도 50만이 넘어서면서 근간이 많이 무너졌다. 창원 청년들하고 이야기해보면 놀 데가 없어서 문화적 충족이 안 되고 버스로만 이동해 불편해 한다. 도시 재설계가 필요하다. 앞으로는 창원시 전체를 수소 전기트램으로 교통망을 갖추는 미래를 꿈꾸고 있다. 창원이 도시숲도 잘 구성되어 있는 만큼 수소 전기트램과 잘 연결해 세계적인 친환경 브랜드 도시로 탈바꿈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 

21대 국회 과제는
불평등 해소와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 21대 국회에서는 어떤 변화를 만들어가고 싶은가? 
불평등 문제 해소가 우선이다. 20대 국회에서 어설프긴 하지만 정치개혁과 사법개혁 과제의 기틀은 마련했다. 그런데 불평등 문제 해소에는 접근조차 못 했다. 자산, 소득, 교육 불평등 문제를 풀기 위한 틀을 만들어내는 것이 21대 국회의 시대적 소임이라고 생각한다. 그 다음으로는 기후변화 대응이 중요하다. 우리만 살다 죽을 것이 아니고 미래 세대도 쭉 살아야 하니까. 앞서 설명했듯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노동자와 기업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과정의 정의도 이루어나가는 21대 국회가 되어야 한다.

- 노동계 출신 국회의원으로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언론이나 국민이 공익적 사고를 갖췄으면 좋겠다. 노동자들이 단식, 고공농성 등 별짓을 다해야 언론에서 한 번씩 동정의 시선을 담아 봐주고 국민도 그제야 관심을 가진다. 고 문중원 기수도 마사회의 비리를 폭로하고 자결한 지 100일이 다 되어간다. 정부 산하 공공기관에서 갑질과 횡포에 의해서 그런 비극이 일어났는데 여전히 문제 해결도 안 되고 있다. 이러니까 합리적이고 정당한 방법으로 목소리를 내서는 누구도 쳐다봐주지 않는 거다. 사회적 병폐다. 산업재해도 마찬가지다. 1년 동안 사람 1,000,  2,000명씩 죽는 일은 장난이 아니다. 세월호 8척씩 가라앉는다고 표현하는데 만약에 한 해에 세월호가 8척 가라앉으면 그 정권이 버텨내겠나? 그 일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 거다. 노동현장에 무감각하다. 이런 문제를 우리의, 나의 문제로 인식하고 비극을 막기 위한 제도를 만드는 데도 목소리와 힘을 실어주는 의식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