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혜의 온기] 펭귄의 눈물
[최은혜의 온기] 펭귄의 눈물
  • 최은혜 기자
  • 승인 2020.0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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溫記 따뜻한 글. 언제나 따뜻한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 참여와혁신 최은혜 기자 ehchoi@laborplus.co.kr
ⓒ 참여와혁신 최은혜 기자 ehchoi@laborplus.co.kr

집 근처 고등학교에 벽화가 있다. 산책을 하다가 눈에 띈 벽화에는 귀여운 펭귄 여러 마리와 북극곰 한 마리가 있었다. 빙하 위의 펭귄은 눈이 반짝거렸다. 이윽고 눈이 반짝거리는 펭귄은 눈이 크고 예뻐서 반짝이는 게 아니라 눈물을 글썽이고 있어서 눈이 반짝거린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난해 SNS에서 유행했던 것 중 하나는 ‘#플라스틱프리챌린지’다. 플라스틱 사용을 지양하고 텀블러 사용을 지향하자는 의미로 챌린지 참가자 1명이 3명의 지인을 지목해 텀블러를 인증하는 게시물을 올리는 것이다. 2020년 3월 2일 10시 20분 현재, ‘플라스틱프리챌린지’를 해시태그로 단 게시물은 2만 8,000건이 넘는다.

몇 년 전,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보고자 텀블러를 처음으로 구입했다. 당시에는 ‘마이 보틀’이라는, 투명한 플라스틱 텀블러가 유행이었다. 이른바 SNS 감성을 따라가면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겠다는 생각으로 플라스틱 텀블러를 꽤 여러 번 구입했다. 그러나 내가 구입했던 플라스틱 텀블러는 모두 버려졌다. 예쁘다는 이유로 필요가 없는데도 또 샀기 때문이다.

한 달 전에는 플라스틱 배출량을 줄여보고자 대나무 칫솔을 샀다. 어차피 써야 하는 칫솔이라면 조금 더 환경 친화적인 제품을 사용하고 싶었다. 그래서 칫솔케이스 역시 플라스틱 제품이 아니라 천으로 만든 주머니로 바꿨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플라스틱 휴대폰 케이스를 교체했다. 휴대폰 케이스의 교체로 인해 부가적으로 또 다른 상품을 사야 했다.

최근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제로 웨이스트는 불필요한 소비를 지양해 여기서 파생되는 쓰레기를 줄이는 생활 방식을 말한다. SNS에 ‘제로 웨이스트’를 해시태그로 단 게시물은 벌써 4만 건에 육박하고 왕십리에는 일회용 포장용기가 없는 상점이 운영되고 있다. 해당 상점 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쓰레기 문제에 대한 관심이 잠깐의 유행으로 끝날 것을 염려하고 있다고 했다.

유행과 인식의 공유 그 어딘가, 내 소비 패턴은 그 어딘가를 배회하고 있다. 내 소비 패턴이 잠깐의 유행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집 근처 고등학교 담벼락, 펭귄의 눈물을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다 녹아버린 작은 빙하 위, 다른 펭귄의 머리 위에 앉아있을 수밖에 없는 펭귄의 눈물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