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괜히 잘못해서 다쳤나 싶다"
"내가 괜히 잘못해서 다쳤나 싶다"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0.0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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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 광주지점 택배기사 손가락 절단 사고 발생
CJ대한통운 "설비 전반 안전조치 지속할 예정"
사고현장에서 같은 레일을 쓰고 있던 동료이자 친구인 택배기사 A씨는 "그날 이후 자꾸 생각나서 잠을 못 잔다"고 말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사고현장에서 같은 레일을 쓰고 있던 동료이자 친구인 택배기사 A씨는 "그날 이후 자꾸 생각나서 잠을 못 잔다"고 말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손동우(35·가명) 씨는 CJ대한통운 광주지점 택배노동자다. 그는 지난달 12일 오전 분류작업을 하던 중 왼손이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중지 한마디 가량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잘린 부위는 찾지 못하고 바로 병원으로 가 동맥이식 수술을 받고 입원 치료 중이다. 다친 왼손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여전히 통증을 느끼지만 3일 퇴원 예정이다. 병원에서는 3개월 뒤에야 일을 시작할 수 있다는데 무엇보다 '돈'이 걱정이다. 가정을 책임지던 손 씨의 수입이 하루아침에 끊겼기 때문이다. 산업재해 신청도 했지만 공단에서 아직 검토 중이다. 대리점에서도 별다른 연락이 없다. 자꾸 "내가 괜히 잘못해서 다쳤다"는 생각이 든다. 

손동우 씨가 소속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위원장 김태완, 이하 택배노조)은 2일 오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택배현장에서 산재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며 "CJ대한통운은 책임 있는 자세로 산재사고에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사고에 앞서 컨베이어벨트에 구멍이 나 있고 자주 손가락이 끼는 위험상황이 확인돼 회사에 수리를 요구했지만 수리가 이뤄지지 않아 결국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택배노조는 "사고 발생 열흘 전부터 분당A터미널 레일이 위험해 개선을 요청했지만 CJ대한통운은 묵살했고 결국 손가락 절단 사고가 났다"고 설명했다. 퇴원을 하루 앞둔 손 씨도 "사고 지점에서 이전부터 손가락이 살짝살짝 끼는 택배기사들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이 관리감독하는 택배터미널 장치와 안전대책이 미흡해 발생한 사고인데 택배기사의 부주의로 사고가 발생한 것인 양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컨베이어벨트에 난 구멍과는 무관한 다른 구간에서 발생했다"며 "안전사고 예방 목적으로 별도로 설치한 안전바(bar)와 컨베이어벨트 사이 미세한 틈에서 사고가 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해당 부분에서 혹시 손가락이 끼이더라도 다치지 않도록 레일 소재를 수지재질로 바로 교체했으며 설비 전반에 대한 안전조치도 지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사고 당사자인 손 씨는 "컨베이어벨트 소재가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른 택배기사들의 사고 위험이 줄었다는 것만으로도 좋지만 진작 바뀌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며 "사람이 눈을 감고 일해도 손가락 자체가 끼이지 않는 구조물이 만들어져 다시는 다치는 사람이 없었으면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