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규, “미래기술 변화로 인한 구조조정, 사전에 개입해야”
김호규, “미래기술 변화로 인한 구조조정, 사전에 개입해야”
  • 이동희 기자
  • 승인 2020.03.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속노조 11기, 10기와 다르지 않다”… ‘저성장-구조조정-노동관계법 개악’ 프레임 계속될 것
[인터뷰 전문] 김호규 전국금속노동조합 위원장

지난해 12월, 김호규 전국금속노동조합 위원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연임의 역사가 드문 금속노조에서 금속산업연맹이 해산된 이후 연임한 것은 김호규 위원장이 최초로, 재출마 당시 김호규 위원장이 내세웠던 ‘정책의 연속성’이 현실로 이루어졌다.

김호규 위원장은 “지난 10기와 앞으로의 11기가 다르지 않다”면서 금속노조가 지난 10기에 추진했던 산별전략발전위원회, 산별임금체계를 위한 노사공동위원회, 조직 확대 등이 포함된 사업계획을 11기에도 가져갈 것이라고 밝혔다.

미조직 노동자 및 퇴직자 조직화, 미래기술 변화로 인한 구조조정 대응,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와 타임오프 폐기, 지역지부 및 지역지회 활성화, 산별교섭 정상화 등 금속노조가 풀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지난달 13일, 내년 스무 살 금속노조를 앞두고 있는 김호규 위원장을 만나 금속노조 11기 사업계획을 들어보았다.

김호규 전국금속노동조합 위원장. ⓒ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
ⓒ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 연임을 축하드린다. 지난 금속노조 10기를 관통하는 키워드와 앞으로의 11기를 내다볼 수 있는 키워드가 있다면?

10기와 11기 키워드가 다르지 않다. 굳이 말하자면 ‘프레임에서 졌다’는 표현을 쓰고 싶다. 지난 10기에는 ‘저성장-구조조정-노동관계법 개악’으로 이어지는 프레임이 존재했다. 노동시간 단축 문제와 임금 문제가 개별 노사관계에서 문제가 됐고, 집단 노사관계에서는 우리가 노조파괴법으로 부르는 ILO 기본협약 정부입법안이 문제가 되지 않았나.

정부와 사용자가 헌법에 보장된 노동권까지 억압하려는 걸 봐선 저성장을 이유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나아가 노동법 개악을 통한 구조개편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 결국, 10기에 이어 11기에서도 불가피한 제조업 구조조정이 연속해서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사안이 다르지 않고 ‘프레임에서 졌다’는 상황도 다르지 않다. 내가 재출마를 결심한 이유기도 하다.

이런 상황을 봤을 때, 11기에서는 구조개편까지 염두에 둔 구조조정을 전체적인 시각과 관점으로 보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지난 10기에 대한 나름의 반성일 수도 있고, 11기에서 가져가야 할 중요한 방향이기도 하다.

“구조조정, 노동의 사전개입 필요”

- ‘구조조정 사전개입’을 선거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구조조정 사전개입에 대한 그림은?

구조조정 사전개입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면 그 충격을 완화하고 여지를 만들어서 대비하자’는 거다. 소 잃고 외양간 고쳐봐야 무슨 의미가 있나. 특히,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미래기술 변화는 5~10년 사이에 제조업에 가시적인 효과와 영향을 미칠 거다. 그러니 구조조정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자동차산업의 경우 내연기관차는 점점 줄어들고 전기차가 늘어날 텐데, 금속노조 노동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금속노조 소속 자동차부품사들의 미래차 대응이 턱없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전에 준비해 연착륙시키지 않으면 구조조정이 폭발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이 얼마나 개입할 것인가, 어떤 사전 개입을 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쌍용차 사태만 봐도 쌍용차 정리해고로 얼마나 많은 사회적 비용이 발생했나. 결국 금속노조가 이야기하고 싶은 구조조정 이야기는 ‘함께 살자’다.

문제는 우리나라 정부와 사용자가 민주노총에 대한 배제와 불신을 가지고 있어 금속노조가 아무리 대화하자고 해도 별 반응이 없다는 거다. 우리가 교섭 이야기만 꺼내도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니 교섭 목적이 아닌 테이블이 필요하다. 여기서 말하는 테이블은 ‘산업 변화가 구조조정을 예견한다면 구조조정을 완화하고 연착륙하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보자’ ‘우리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너희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런 대화와 공감을 할 수 있는 테이블을 말한다. 이런 의미에서 보자면 구조조정 사전개입이라는 건 노사가 책임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자는 의미도 된다. 그나마 작년에 출범한 자동차산업 노사정 포럼이 대화의 마중물과 유인책이 되고 있다.

- 산업의 문제는 개별 기업의 노사관계로만 풀어갈 수 없을 텐데, 대정부 관계는 어떻게 풀어나가려고 하나?

메아리만 울리고 답이 안 와서. (웃음) 우리는 계속 정부에 대화하자고 한다. 금속노조 현안, 투쟁사업장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산업의 미래 전망, 노동의 미래에 대한 논의도 중요하다.

최근 중앙정부는 아니지만 지방정부와 이야기해 경남 성동조선해양 매각을 안정적으로 이뤄내는 등 지방정부와는 고용을 중심으로 얼기설기 대화하고 있다. 하지만, 중앙정부와의 대화도 책임 있게 해야 한다. 지난 1년간 자동차산업 노사정 포럼을 운영해왔던 것처럼 교섭이 아닌 협의 혹은 간담회 형식으로라도 하자는 게 우리 목소리다.

주제는 르노삼성, 쌍용차, 한국지엠 같은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이중임금제, 노동권 배제가 벌어지고 있는 광주형·군산형 일자리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정부 생각은 무엇인지, 정말 청와대가 노동을 아는 것인지, 정부가 생각하는 산업의 전망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누자는 거다. 그렇게만 된다면 대화에 적극적으로 임할 텐데, 대답 없이 메아리만 울리고 있다.

노사관계도 마찬가지다. 노동계는 대화하자고 하는데 이를 경영계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정부가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 현실은 정부가 이를 집행할 실력과 조건이 없어서 안타깝다.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 ⓒ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 ⓒ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조직화 대상, 제조서비스까지 확대
“퇴직자와 함께 할 수 있는 금속노조 고민해야”

- 11기 사업계획으로 대대적인 조직화 사업을 펼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조직화 사업계획을 가지고 있는가?

지난 10기에서 조합원이 2만 5,000명 정도 늘어났고 사업장 개수로는 100여 개가 늘어났다. 대공장인 대우조선이 금속노조로 전환한 영향도 있겠지만, 지역지부마다 미조직 조직화 사업을 의미 있게 진행했기 때문인 것 같다.

11기에서는 조직화 대상을 판매, 정비 등 제조서비스까지 확대하려고 한다. 지금 금속노조 소속인 삼성전자서비스지회처럼 전국적인 망을 가지고 있는 노조를 조직화할 계획이다. 나아가 특이한 영역이긴 하지만 제조노동자들에게 밥을 주는 식당노동자들도 조직화 대상이다. 현대그린푸드 같은 경우는 울산, 전주, 남양에 금속노조로 조직돼 있고, 대우조선해양의 웰리브도 금속노조 소속이다. 생산직 노동자만 노조를 만드는 게 아니라 식당노동자, 경비노동자까지 조직화 계획을 가져가자, 좀 더 체계화하자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듯이 새 조직화 계획에 맞는 예산과 체계도 마련할 예정이다. 단순히 미조직실을 활용하는 것이 아닌, 11기 1년 차에는 전국에 흩어져 있는 조직사업부장 8명을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중앙에 하나로 모아 미조직전략조직사업단을 꾸리고, 11기 2년 차에는 공식적인 예산과 인원까지 대폭 늘려가는 방식의 전략사업본부를 만들 예정이다.

작년에 이를 위한 재정진단을 했고, 오랜 내부 토론을 거쳐 미조직 기금을 예산편성에 넣자는 이야기도 나왔다. 예를 들어 사업비 영역에서 15% 정도를 미조직 사업에 쓰기 시작해 이후에는 30%, 40%까지 늘려나가는 방식까지도 생각하고 있다. 또한, 미조직 기금이 조직화 사업뿐만 아니라 복수노조로 고통 받는 중소공장 노조에도 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함께 고민 중이다.

- 민주노총은 올해 사업계획으로 5인 미만 사업장 노조 설립과 근로기준법 적용이 담긴 ‘전태일법’ 투쟁에 들어간다. 금속노조에서도 작은 사업장에 대한 조직화 계획이 있는가?

굳이 5인 미만으로 규정하지는 않았다. 5인 미만 사업장 조직화가 민주노총이 가져가야 할 과제라면, 금속노조는 올해 금속노조 산하 지역지회나 분회, 기존에 조직돼 있는 금속노조 작은 사업장을 어떻게 지원하고 챙겨줄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예를 들면 현재 금속노조 산하 조선사내하청노동자들이 조직돼 있는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같은 지역지회를 조직적으로, 사업적으로 풍부하게 만드는 일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는 거다.

- ‘퇴직자 재조직화’도 선거 공약에 있었다. 퇴직자 재조직화에 대한 사업계획은?

본격적인 사업은 내년부터고 올해는 내년을 준비하는 기획 사업을 한다. 올해는 정식으로 연구와 토론을 거치고 대규모 퇴직자 발생을 앞둔 울산과 경남 같은 지역 모델을 만들어볼 생각이다. 울산의 경우는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에서 나온 퇴직자와 퇴직예정자를 중심으로 이미 초동단계의 모임을 가지고 있다.

나도 이제 정년이 3년 남은 퇴직예정자이기 때문에 퇴직이 남의 일이 아니다. 물론, 많은 조합원들이 참여하긴 힘든 구조다. 생애주기가 길어짐에 따라 퇴직자의 90% 이상은 새로운 일자리를 원할 거고, 먹고 살기도 바쁜데 뭘 이런 걸 하나 이렇게 생각하는 조합원도 있을 거다. 그래도 금속노조가 퇴직 조합원의 비전을 제시해준다면 퇴직자들이 함께할 방법이 있다고 본다. 당장에 조합원까지 확산하기 어렵다면 전직 활동가나 전직 간부를 중심으로 만들어볼 생각이다. 일단 금속노조 규약에는 3,000원만 내면 된다고 돼 있다.

현대자동차 2대 위원장을 지낸 이상범 전 위원장 같은 경우는 정년퇴직 이후 탈핵운동, 환경운동을 하면서 지역에서 역할을 하고 있다. 내가 울산 출신이니까 울산을 이야기했는데 경남 조선소 퇴직 노동자들도 나름대로 뭔가 해볼 수 있는 요소가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퇴직자 재조직화가 조직화 사업이라는 관점도 있지만, 사회연대 관점도 있다고 평가한다. 단순히 조직화 사업의 연장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노조가 영향력을 발휘하는 중요한 매개 고리로서 퇴직자를 활용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재능기부를 할 수도 있는 거고, 어떤 사람은 노조 활동 경험을 토대로 지역에서 학생들에게 노동인권 교육을 해볼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이렇게 지역에서 퇴직자들을 안고 풀어갈 수 있는 발상을 계속해야 하고, 금속노조 위원장으로서 퇴직자 재조직화를 의미 있는 사업으로 만들자는 꿈을 가지고 있다.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 ⓒ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 ⓒ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산별교섭, “대공장 결합 없이는 전망 없어”

- 산별노조는 노동운동의 지향점이자 금속노조의 지향점이기도 하다. 최근 노동계에서는 초기업 단위 노조 조합원이 느는 추세지만, 금속노조 기업지부, 기업지회 등은 여전히 기업별 노조 기득권을 놓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인 것 같다. 금속노조 산별노조운동이 나아갈 방향과 그에 따른 계획은 무엇인가?

금속노조에서는 지난 2년 동안 산별노조발전전략위원회를 통해 초안 수준의 산별교섭 발전방안 연구보고서를 낸 바 있는데, 올해는 산별교섭 정상화를 위해 지역지부 활동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에 집중할 예정이다.

관련해서 작년 임시대의원대회에서 2년에 한 번씩 유예해왔던 기업지부 해소를 ‘산별교섭이 정상화될 때까지’ 유예하기로 하고 기업지부가 어떻게 산별교섭에 결합할 것인지, 산별교섭을 위해 지역지부에서는 어떤 활동을 이어갈 것인지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예전에는 금속노조 내부 조합원 비율이 기업지부 65, 지역지부 35였는데, 지금은 기업지부 55. 지역지부 45다. 이제 기업지부 조합원이 점점 줄어들고 지역지부 조합원이 훨씬 늘어날 거다. 이렇게 보면 무리한 기업지부 해소보다는 지역지부 조합원 수를 늘리고 지역지부의 실력을 올리는 게 중요하다. 금속노조 충남지부와 경남지부 같은 경우는 조합원이 각각 1만 명이 넘는다. 이 정도 규모와 재정이면 지역지부로서의 자립성이 충분히 있다고 판단하고 있고, 지역에서 산별노조 운동을 포함해 다양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본다.

지금 당장에 ‘산별교섭 정상화까지 몇 년 걸리냐’고 물으면 알 수 없다. 중요한 건 산별노조라는 특성을 어떻게 끌어올리느냐다. 예를 들면 독일에서는 독일 금속노조인 이게메탈(IG Metall)이 임금교섭을 한다. 독일에서 이게 가능한 이유는 임금체계 일원화가 돼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금속노조에만 380개 사업장이 있다. 다시 말하면 380개 사업장 수만큼의 임금체계가 있는 거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산별교섭 하자’고 외친다고 산별교섭이 되겠나. 우리도 임금체계 일원화를 위한 논의부터 하나하나 시작해야 한다.

지금 금속노조가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와 진행하고 있는 중앙교섭의 실질적인 내용을 담보하려면 참여하는 사업장의 수도 늘려야 하지만, 무엇보다 대공장이 들어와야 한다. 대공장을 결합시키지 않는 한 산별노조에 대한 전망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공장이 들어올 수 있는 유인책을 만들어야 하는데, 금속노조가 유인책으로 제안했던 게 산별임금체계를 위한 노사공동위원회였다. 현재 현대차와 기아차 수준에서는 실무 논의를 1년 정도 이어오고 있다.

최근 한국노총 금융노조, 민주노총 사무금융노조 등에서 노사가 함께 차별해소와 사회양극화해소를 이야기하는 것처럼 이 또한 금속노조의 산별노조운동 전망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산별교섭을 통해 임금만 다루자는 게 아니라 노사가 함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면 산별교섭의 유인책, 마중물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4.15 총선을 앞두고 금속노조가 관심 있게 바라보는 총선 의제는?

민주노총이 올해 총선 의제로 가져가는 ‘전태일법(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적용, 모든 노동자의 노동권 보장)’ 투쟁을 함께할 예정이고, 금속노조에서는 복수노조 문제 해결을 위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폐지와 타임오프 문제, 그리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과 위험의 외주화 문제를 이번 총선에서 적극적으로 제기하려고 한다.

금속노조가 신규노조를 만들면 한국노총이 됐든, 기업노조가 됐든 복수노조가 꼭 따라온다. 거기다가 전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때문에 금속노조 사업장에서는 복수노조 문제가 정말 심각하다. 금속노조가 소수노조면 교섭창구 단일화하고, 금속노조가 갖은 노력 끝에 다수노조로 만들어 놓으면 개별교섭을 해버리는 이런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유독 우리나라는 교성창구 단일화를 노조 탄압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제도 개선밖에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