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에 위치한 외투제약기업 노동조합, 머리를 맞대다
사각지대에 위치한 외투제약기업 노동조합, 머리를 맞대다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0.0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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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기업’ 선망 이면 … 고용불안과 높아지는 노동강도
외투제약기업 특성 고려치 않은 ‘법-제도적 허점’이 문제 키워

 [특별좌담 전문] 외투제약기업 좌담회

좌담에 참석한 한국노총 화학노련 산하 외투제약노동조합 대표자들. (왼쪽 첫째 줄부터) 조영석 한국머크지부 지부장, 한선미 한국MSD지부 지부장, 송진중 바이엘코리아노조 위원장, 정상인 한국화이자제약노조 지부장, 박창규 한국GSK노조 위원장. (왼쪽 둘째 줄부터) 황의수 한국얀센노조 위원장, 강승욱 한국화이자제약노조 위원장, 차은호 한국엘러간지부 지부장, 전명호 한국아스트라제네카노조 위원장, 허남진 한국노보노디스크노조 위원장. ⓒ 참여와혁신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외국계 기업’은 선망의 대상이다. ‘한국과 다르다’는 인식 아래, 높은 복지와 수평적인 조직문화, 해외출장의 기회를 가진 곳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막연한 기대 이면의 그림자는 짙다. 특히 공격적인 인수, 합병, 분할로 회사의 성장을 추구하는 ‘외국인 투자 제약기업(이하 외투제약기업)’의 노동자는 항구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린다.

문제는 한국의 법제도상 외투제약기업 노동자의 고용불안을 해소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외투제약기업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주체는 ‘노동조합’밖에 없다. 하지만 노동조합의 사정도 매년 어려워지고 있다.

정부는 투자 유치를 위해 노력할 뿐 외투기업의 관리에는 뒷짐을 진다. 기업은 더욱 교묘하게 정부의 정책과 노동법의 빈틈을 파고든다. 외투제약기업 노동조합은 투쟁에 나서지만 외로운 싸움이 되기 일쑤다. 여론이 외투제약기업에 관심을 가지는 지점은 노동자의 권리가 아닌 주가 변동일 뿐이다. 말 그대로 외투제약기업 노동자들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참여와혁신>은 지난 1월 한국노총 전국식품산업노동조합연맹 산하 4개 외투기업 노동조합 좌담회(▶관련기사 : 외투기업 노동조합, 노사관계를 말하다)에 이어, 이번에는 한국노총 전국화학노동조합연맹 산하 9개 외투제약기업 노동조합 좌담회를 진행했다. 공통된 어려움을 나누고 공동의 대안을 고민하기 위해서다.

* 좌담회는 2월 13일 오후 1시, 서울 강남구 테해란로에 위치한 화학노련 한국민주제약노동조합 한국머크지부 노동조합사무실에서 진행됐다.

∎ 일시 : 2020년 2월 13일(목) 
∎ 진행 : 손광모 기자
∎ 정리 : 이동희, 백승윤 기자 
∎ 사진 : 이연우 기자
∎ 참석자
- 전명호 한국아스트라제네카노동조합 위원장
- 강승욱 한국화이자제약노동조합 위원장
- 정상인 한국화이자제약노동조합 지부장
- 황의수 한국얀센노동조합 위원장
- 송진중 바이엘코리아노동조합 위원장
- 박창규 한국GSK노동조합 위원장
- 조영석 한국민주제약노동조합 한국머크지부 지부장
- 차은호 한국민주제약노동조합 한국엘러간지부 지부장
- 한선미 한국민주제약노동조합 한국MSD지부 지부장
- 허남진 노보노디스크노동조합 위원장

ⓒ 참여와혁신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사업장 소개

전명호(아스트라제네카) : 한국아스트라제네카노동조합은 2000년 6월에 설립해 현재 20년이 지났다. 전체 직원 수는 370여 명으로 글로벌 소속과 계약직을 제외한 조합원은 250여 명이다. 주요 제품은 당뇨, 호흡기, 항암제 등 세 가지다. 최근에는 항암제에서 매출이 많이 나고 있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 사장은 현재 한국 사람이다. 오랜만에 한국인이 사장이 됐고 3년째 근무 중이다.

강승욱(한국화이자) : 한국화이자제약은 1969년, 화이자와 중앙제약이 합작하여 국내에 설립이 됐다. 노동조합은 1970년에 설립돼 올해 50주년이다. 외국자본이 들어온 이후, 노동조건이 많이 악화되어 노동조합을 설립했다고 한다. 현재 한국화이자제약 직원은 720여 명이다. 이 중 조합원은 280여 명 정도다. 대표 품목으로 노바스크(고혈압), 리피토(고지혈증), 엘리퀴스(항응고제), 프리베나13(폐렴구균 백신) 등이 있다.

세부적으로 노동조합은 PBG(Pfizer Biopharmaceutical Group)지부(특허 만료 전 혁신 신약 담당), 화이자업존지부(특허 만료 의약품 및 복제약) 두 개로 나뉘어져 있다. 최근 한국화이자제약은 회사 분할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을 분할하지는 않고, 지부 설립으로 조직형태를 변경했다. 경영진은 다 한국인이다. 예전에는 외국인도 있었는데, 10년 전부터 한국인이 경영진을 맡았다.

황의수(한국얀센) : 한국얀센은 1983년도 유한양행하고 합작회사로 출범했다. 전체 직원은 480여 명이며, 글로벌 소속을 제외하면 460여 명 정도다. 외투제약기업 중에서 드물게 한국에서 생산 공장을 가지고 있다. 노동조합은 2012년도에 출범했고, 조합원은 230여 명이다. 조합원 구성은 내근직, 공장직, 영업직으로 영업직이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다.

얀센이라는 회사는 존슨앤존슨(J&J) 그룹의 의약품 부분을 담당하는 회사다. 처음으로 정신과 약물을 개발하고 판매하기도 했다. 정신과 약물을 비롯해 항암제, 백신제, 진통제 종류를 모두 다 보유하고 있다. 국내 향남공장에는 타이레놀과 울트라셋을 직접 생산을 한다. 생산된 약은 아시아 쪽에 수출을 하고 있다. 현재 한국얀센 사장은 중국 사람이다. 그 전에는 한국 사람이 사장을 했다. 특별히 차이점은 모르겠다.

박창규(한국GSK) : 한국GSK는 1986년도에 국내사와 합작으로 설립됐다. 노동조합은 1987년도 생산 공장에서 설립됐다. 공장은 2004년도에 폐쇄됐다. 2000년대에는 매출 약 5,000억 원에 직원은 900여명까지 있었지만, 현재는 약 3,000억 원에 440여 명 정도다. 계속해서 사업을 분리-매각하는 과정이 있었다. 주력 제품은 아니지만. ‘잔탁’하면 알 것이다. 현재 주력 제품은 호흡기계 약품과 백신, 중추신경제 약품 등을 판대하고 있다. 조합원은 약 320명 정도이고, 조합 가입범위 중에는 80% 이상 가입하고 있다. 현재 한국GSK 사장은 줄리엔 샘슨이라는 프랑스이다.

송진중(바이엘코리아) : 바이엘코리아는 1989년, 바이엘코리아 노동조합은 1990년도에 설립돼서 현재 30년 됐다. 현재 회사 내 3개 노동조합이 있다. 2개 공장에 각각 노동조합이 있고, 영업직과 내근직을 기반으로 바이엘코리아노동조합이 있다. 전체 직원은 600여 명이 조금 안 되지만, 조합원은 3개 노동조합 합쳐서 340여 명으로 과반수를 유지하고 있다.

향후에는 동물의약품 사업부가 빠지고, 또 헬스케어 부문 노동조합이 주축인 공장이 올해 철수한다. 종업원 수와 조합원 수가 줄어들 것 같다. 또한, 아직 진행되고 있지는 않지만 구조조정 관련해서 이슈가 있다. 바이엘코리아는 한 번도 한국 사람이 지사장을 한 적이 없다. 항상 독일이나 유럽권에서 많이 왔는데, 올 해 처음으로 대만분이 CEO로 왔다. CFO 포함해서 대부분 외국 분들이 주요 직책을 맡고 있다.

허남진(한국노보노디스크) : 노보 노디스크제약은 덴마크에 본사를 두고 있다. 주요 비즈니스 파트는 3가지, 당뇨파트와 비만파트(삭센다), 바이오파트(혈우병 치료제, 성장호르몬)로 세 가지 비즈니스 유닛으로 돼 있다. 전체 직원은 160여 명이고, 노동조합은 113명이다. 노조 가입 범위 중 90% 이상이 노조에 가입돼 있다.

노조가 결성된 지 3~4년차가 접어들었는데, 그동안 큰 이슈가 없었다. 하지만 2019년 11월 부당해고 건이 있었고, 최근 승소한 상태다. 그러나 회사는 부당해고와 관련해 대법까지 가겠다는 상태다. 이 사건 전까지 높은 만족도를 유지했지만, 징계 이슈로 회사 분위기를 많이 나빠졌고, 전체적인 고용불안도 가져왔기 때문에 문제라고 생각하는 분위기다. 한국지사의 사장은 파키스탄 국적이다.

조영석(한국머크) : 머크(Merck)는 독일기업으로 352년 된 회사다. 한국 법인은 1989년도에 설립됐다. 제약뿐만 아니라 화학, 시약, 장비 여러 가지 부문을 담당하고 있다. 한국에 진출한 머크의 계열사 총 직원이 600여명 되는 걸로 알거 있다. 그 중 ‘한국머크주식회사’의 인원은 306명이다. 여기에서 라이프사이언스 부서와 바이오파마 부서로 나눠진다. 바이오파마 부서는 125명이었는데, 최근 ERP(Early Retirement Program, 희망퇴직)를 통해서 100명 밑으로 떨어진다.

노동조합은 바이오파마 부서에서 설립됐다. 노동조합 규모는 현재 58명에서 ERP가 모두 끝나고 나면 40명 정도로 인원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질적으로 한국머크에 306명의 노동자가 있기는 하지만, 분야가 다르고 업무가 다르다보니 연결고리가 없어 노동조합 조직화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 현재 노동조합은 140일 째 투쟁중이다. 매출은 2019년 기준 약 1,200억 원이었는데, 순환기-내분비 사업을 정리하면서 올해 매출에 변화가 있을 것 같다. 주요 품목은 항암제, 성장호르몬, 난임, 순환계 내분비 품목으로 구선된다. 파키스탄 국적의 사장이 이번에 왔는데, 인원을 정리하려는 목적인 것 같다.

차은호(한국엘러간) : 한국엘러간이 현재 모습을 갖춘 건 2010년부터다. 보톡스로 대표되는 미용약품과 안약이 주 품목이다. 엘러간은 원래 미국회사였지만, 2014년에 액타비스(Actavis)에 합병됐다. 하지만 액타비스보다 엘러간이라는 이름이 더 유명해 합병 회사를 엘러간으로 이름 지었다. 한국에는 엑타비스 사업부가 없었기 때문에 큰 변화 없이 지금까지 왔다. 이후 2016년 엘러간은 화이자제약과 합병을 시도한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반대로 무산됐다. 그 무렵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민주제약노조에 가입했다.

액타비스 합병 이후 본사가 미국에서 아일랜드로 바뀌었다. 하지만 최근 다시 애브비(AbbVie )라는 회사와 합병 발표가 났다. 애브비가 미국회사이기 때문에 본사가 미국으로 바뀔 예정이다. 총 직원 수는 임원과 계약직을 모두 다 합쳐 130여명이다. 조합원 수는 70여명이다. 액타비스와 합병 전까지는 외국인을 사장으로 두다가 이후에는 한국인이 사장으로 있는 상황이다.

한선미(한국MSD) : 한국MSD(Merck Sharp & Dohme)는 1994년도에 한국 지사 설립했다. 이후 ‘쉐링푸라우’라는 회사를 인수합병하면서 직원들이 합쳐져 있는 상태다. 총 직원 수는 700여명이다. 노동조합은 2018년 하반기에 설립해 1년 반 정도 됐다. 이후 다른 노동조합이 설립돼서, 지금은 산별 노동조합(한국민주제약노조 한국MSD지부)과 기업별 노동조합이 함께 존재하고 있다. 두 노동조합 수를 합치면 400여명이다. 교섭 대표 노조는 기업노조에서 진행하고 있다. 회사의 주력 품목으로 예전에는 당뇨사업부가 가장 컸지만 지금은 항암제와 백신사업부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갑작스럽게 한국MSD에서 주력품목을 제외하고 성장이 저조한 품목들을 모아서 분사를 하겠다고 2월 5일 발표를 했다. 새로 설립되는 회사의 성장가능성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직원들이 이동을 꺼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억지로 가야하는 부서의 직원들도 있다. 회사분할에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난감한 상황에 놓여있다.

 

외투제약기업의 고용불안

① 비즈니스 유닛(Business Unit)의 문제점

손광모 기자 : 외투제약기업의 인수-합병은 굉장히 일반적으로 일어난다. 그에 따라 노동자들의 고용불안도 가중되는 실정이다. 이 문제의 배경에는 각각 사업부서마다 따로따로 관리‧운영되는 ‘비즈니스 유닛’ 체제가 있는 것 같다.

강승욱(한국화이자) : 한국화이자제약에 관련 이슈가 많다. 2009년경에 맥킨지 컨설팅에서 ‘비즈니스 유닛’ 제도가 경영 효율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그에 따라 화이자도 질환사업 부분을 독자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다 쪼갰다. 독자적인 운영이 가능해지면서 경영 효율성도 늘었지만, 사업을 정리할 수 있는 효율성도 높아졌다. 그런 부분을 저희 집행부는 ‘모듈화(Modulize)’라고 표현을 한다. 어떤 사업을 모듈화 시켜서 ‘떼고 끼우기 쉬운 구조’로 만든 것이다. 이에 따라 같은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사업부 소속이냐에 따라서 노동자들이 고용불안을 겪는다. 가령 우리 사업부가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고 하면, 우리 사업부만 따로 정리된다는 것이다.

정상인(한국화이자) : 덧붙여 국내에서 화이자업존 사업부는 하나의 비즈니스 유닛으로 존재한다. 반면, PBG 사업부는 6개의 비즈니스 유닛으로 구성이 돼 있다. 만약 PBG 사업부 안에 IM(Internal Medicine, 내과질환) 유닛이 경영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본사에서 판단하면, 그 부서만 따로 철수나 매각하는 게 충분히 가능하다.

전명호(아스트라제네카) : 이런 변화들은 화이자제약에서 항상 먼저 시작해 차후 다른 제약회사에게도 영향을 준다. 우리 아스트라제네카도 비슷한 케이스가 있다. 2년 전만 해도 전체 매출을 통 틀어서 목표가 내려왔다. 하지만 지금은 부서별로 본다. 당뇨팀의 생산성을 보고, 호흡기팀 생산성을 보고, 항암제팀 생산성을 보는 것이다. 이전에는 어느 한 부서가 못 해도, 전체 목표를 맞추면 그만이었다. 아직 화이자제약의 상황(사업부 분할)까지 가진 않았지만, 단계적으로 나아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2년 전 한국아스트라제너카에서 바이오파마 부분과 온콜로지(oncology·종양학: 암의 연구, 치료, 진단, 예방을 다루는 의학의 분과) 부분을 분리했다. 그런데 글로벌에서는 온콜로지 부분은 이미 독립한 사업부다. 글로벌에서는 독립을 시켰는데 한국만 같이 있는 것이다. 2~3년 안에 온콜로지 부분이 독립될 것으로 예상하는 직원이 많다. 갈수록 독립시켜서, 그 부서에 뭔가 문제가 생기면 그 부서만 정리해고를 하는 식으로 나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창규(한국GSK) : 사업부 분리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보는 부분이 있다. 글로벌에서 어떤 정책을 추진할 때, 부서마다 집약적‧집중적인 디테일을 고려해 사업계획을 짜는 부분이 꽤 있다. 그런데 화이자제약에서 말씀 해주셨듯이, 비즈니스 유닛을 모듈화 시켜서, 제품이나 시장 상황에 따라서 언제든지 빼고 갈 수 있는 체제로 흘러간다면 잘못된 것이다. 가령 현재 매출이 나오지만, 향후 비전이 없으니까 미리 내보내는 것이다. 직원의 충원과 감원을 쉽게 하는 경우도 있지만, 집중화를 위해서 유닛을 분리시키는 경우도 있다는 걸 말씀드린다.

박창규 한국GSK노조 위원장. ⓒ 참여와혁신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정상인(한국화이자) : 이 부분은 제약 산업의 독특한 내용인 것 같다. 각 질환별로 사업 부문이 많이 나눠질 수 있어 ‘비지니스 유닛’ 별로 회사가 운영이 가능했었다. 이런 특성으로 결국 손쉽게 구조조정을 실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예측컨대 향후 이합집산이 훨씬 더 빈번하게 일어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전명호(아스트라제네카) : 과거에는 희망퇴직으로 인원을 구조조정 했다. 말이 ‘희망퇴직’이지 강제로 진행됐다. 실제로 한국아스트라제네카도 2010년에 희망퇴직을 했다. 직원들이 50명 넘게 나가고 조합원도 40~50여 명이 포함돼있었다. 당시에도 사업부에서 가장 중요한 크레스토(고지혈증) 약물을 매각했다. 이후 1인당 생산성이 안 좋아졌고 글로벌에서도 ‘Focus to Win’이라며 경비절감을 진행한 것이다. 그런데 희망퇴직보다 더 교묘해진 게 부문별 분사다. 회사를 독립시키고, 결국 나중에 분사한 회사에서 직원들을 내보내겠다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고민은 사업부서별로 생산성을 보다 보니 1인당 생산성이 안 나오는 부서가 있다는 것이다. 잘 나가는 항암제는 1인당 생산성이 150~200%에 달하지만, 다른 곳은 80~90% 정도다. 개인 생산성이 안 나오니 고육직책으로 과거에 판권을 넘겼던 약품을 다시 가져온다. 그렇게 해서라도 고용환경이 개선이 되면 그나마 다행인데 이런 방식이 언제까지 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선미(한국MSD) : 회사는 비즈니스 유닛으로 나누면서 투자의 집중도를 높인다고 장점을 설명한다. 하지만 항암제나 백신 같은 성장 동력이 있는 제품들과 반대로 특허가 끝나 성장 동력이 없는 제품을 따로 분리한다. 회사의 입장에서는 이익을 극대화시키고 선택과 집중을 한다고 하지만, 성장 동력이 없는 제품군의 부서로 가야 할 직원들 입장에서는 미래가 불안해진다. 분사발표 이후 직원들이 불안감을 크게 느낀다.

황의수(한국얀센) : 외부적으로도 변화가 많이 있었다. 1980년대에서 2000년대까지만 해도 약 하나 개발하면 잘 나갔다.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지금은 약 개발에도 천문학적인 돈과 시간이 소요된다. 현실적으로 세계적인 시장에서 약 하나를 개발해서 성공할 확률을 희박하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그런 판단에서 회사가 ‘모듈화’를 추구하는 것 같다.

사실 모든 제약회사들이 비즈니스 유닛 체제로 운영을 하고 있었다. 그게 생산성이 안 나오면서 매각, 인수합병, ERP(Early Retirement Program, 희망퇴직)를 한다든지 여러 가지 방식을 통해서 ‘생산성 관리’가 들어왔다. 그러다 보니 고용불안이 계속 커지는 거다. 비단 어느 한 회사가 아닌, 여기 있는 모든 다국적 제약회사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② 기업 인수-분할-합병으로 인한 노조활동 제한

손광모 기자 : 다른 한편, 사업부가 자유롭게 변화하면서 조합원 감소나 노동조합 편제 변화 혹은 교섭라인의 변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을 것 같다.

강승욱(한국화이자) : 아무래도 빈번한 사업부 조정 때문에 노동조합은 확실히 불안정해지고 있다. 한국화이자제약은 2019년 5월 27일 회사분할로 한국화이자제약과 한국화이자업존으로 분리됐다. 노동조합 입장에서는 노동조합도 분할해야 하냐는 고민에 빠졌다. 당시 다행히 한국화이자그룹 내 두 회사가 동시에 존재하는 것으로 돼서 따로 분할은 하지 않고, 대신 조직형태 변경으로 지부를 설립했다.

그러나 두 달 뒤에 화이자업존과 복제 약품 전문 밀란(Mylan)의 합병이 발표되면서 더 이상 화이자제약 안에 화이자업존이 속하지 않게 됐다. 올해 2020년 6월부터다. 이 경우 노동조합은 어쩔 수 없이 노동조합 분할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아예 다른 회사가 된다고 하니 말 그대로 다른 회사 대표와 교섭할 명분이 없다. 자연스럽게 조합원 감소도 이뤄질 수밖에 없고, 또한 타임오프 문제도 생긴다. 회사 이익 위해서 분할했는데 피해를 노조가 받는 것이다.

황의수(한국얀센) : 인수 합병, 매각 등 이유로 다국적 제약사들의 노동자들이 고용불안에 놓인 건, 어느 한 회사만의 일이 아니다. 노동조합의 힘은 한마디로 사람 수다. 인원이 줄면 조합원 수가 준다. 조합원 수가 줄면 노동조합 운영하기 힘들어진다. 노동조합의 약해지는 건 곧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덜 대변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거다. 조합원 수, 타임오프, 많은 것들이 연계돼서 진짜 노동조합으로 활동하기도 어렵다. 이명박 정권에서 만든 타임오프 제도도 노동조합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충분한 제도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더욱 악화되니 노동조합 운영이 힘들다.

ⓒ 참여와혁신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강승욱 한국화이자제약노조 위원장. ⓒ 참여와혁신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③ 한국의 약가 체계

박창규(한국GSK) : 김영란법, 선샤인법(Sunshine Act) 이후 한국 의료법 자체가 예전과 많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복제약(제네릭약)이 많아도 리베이트나 매칭 등으로 세일즈 영역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복제 약품을 가지고 시장성을 창출해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래서 오리지널 제품을 위주로 정책을 편다.

기본적으로 특허가 풀리면 처음에 출시할 때보다 약가를 50%까지 떨어뜨린다. 회사에서 솔직히 이걸 감내하기 쉽지 않다. 신제품이든 복제약이든 만약에 약가가 많이 인하가 되지 않았으면 다른 방식으로 풀 수 있다. 특허가 만료됐거나 만료 예정된 품목들은 미리 국내 기업이나 다른 회사들한테 판다.

회사의 편을 드는 건 아니지만, 기본적인 메커니즘의 변화를 알고서 대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변화의 가장 큰 맹점은 인건비 상승이다. 지금 한국GSK에 과장급 이상이 90%가 넘는다. 구조적으로 고용안정화를 위해서는 신제품이 들어와서 세일즈 영역이 커져야한다. 그런데 새로운 직원은 뽑지 못하고 위에서는 적체돼 있고 그러다보니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자꾸 늘어난다. 여기에 경영악화가 같이 오다보니 결과적으로 회사에서도 돌파구를 찾으려고 자꾸 집중화 작업을 하는 것 같다.

전명호(아스트라제네카) : 직원구성이 역삼각형 구조가 되고 있다. 직원을 안 뽑고, 뽑아도 빠른 매출을 만들기 위해서 경력직을 뽑는다. 호봉을 따라서 급여는 올라간다. 결국은 고정비가 올라갔다는 것밖에 안 된다. 회사는 고정비가 높기 때문에 줄 수 있는 것은 제한돼있다고 말하지만 회사는 그만큼 선순환을 안 시키고 있다. 역삼각형 문제가 많은 외투기업이 가지고 있는 한계점이라고 느낀다.

황의수(한국얀센) : 지금 한국정부가 시행하는 복제약품 규제는 문제가 상당히 많이 있다고 판단한다. 외투제약기업들이 특허 만료 약품을 매각하는 이유는 복제약품이 엄청 풀려서 생산성 감소가 눈에 빤히 보이기 때문이다.

약품은 특허가 남아있는 약과 특허가 완료된 약 두 개로 나눌 수 있다. 보통 특허가 끝나면 복제약품이 나온다. 그런데 미국 같은 경우는 약 5개미만 소수 회사에서 복제약품을 만든다. 오리지널 약이 100원이면 몇 개 회사에서 저렴하게 50~70%이하 가격으로 공급을 하고 있다. 다른 선진국도 비슷할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특허가 하나 풀리면 모든 회사가 만든다. 한국얀센에 ‘울트라셋’이라는 약이 있었다. 특허 가격이 가장 잘 나갈 때 400억 원 정도였는데, 그걸 잡아먹으려고 약 250개 회사가 복제약품을 만들었다. 그러니 복제약품 가격이 오리지널과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어떤 복제약품은 오리지널보다 비싼 약도 있다. 이 부분은 회사를 떠나서 정부에서 정책을 잘못 펴는 거다. 돈이 없는 사람에게 저렴하게 공급하는 목적으로 미국이나 선진국처럼 정책을 편다면 동의하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조영석(한국머크) : 정부의 시책에 문제가 있다. 실질적으로 특허약 개발을 위해서 엄청난 개발비가 들어간다. 개발비용을 보상하기 위해서 높은 약가를 보장하고 어느 정도 이익을 보장한 다음, 약가를 인하시킨다는 거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오리지널 약보다 복제약이 비싼 경우가 생긴다. 예를 들어 1000억 원대 제품에서 약가가 20% 하락했을 경우 회사는 고스란히 200억 원의 손실을 입게 된다. 그러면 회사가 가장 먼저 이야기 하는 게 인원을 줄이는 것이다.

더불어 글로벌에서는 생산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항암제 같은 경우는 환자군이 굉장히 작지만 약가가 굉장히 비싸다. 해당되는 고객의 수도 굉장히 적다. 하지만 만성질환(혈압약, 고혈압 등)같은 경우, 종합병원만 고객으로 삼아도 1,200명가량이다. 1,200명의 고객을 커버하려면 최소 인원이 100명 정도가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약가 인하로 수익성이 낮아지다 보니 인원을 빼버린다. 쉽게 말해 100명이 하던 일을 30~40명으로 커버하라는 것이다.

한국머크에 콩코르(고혈압 약)라고 20~30년 된 약이 있다. 700원대로 약가를 시작했지만, 최근에는 200원이 됐다. 약가가 80% 가량 인하돼 수익성은 악화됐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직원을 늘렸다. 수익성 악화를 메우기 위해 회사가 새로운 약을 가지고 온 것이다. 그런데 그 약 같은 경우는 개인병원도 영업대상이었다. 현재 인원으로 해결할 수 없는 약이었다. 그러니 생각지 않게 사람을 20명을 더 뽑았다. 결과적으로 회사가 보기에는 생산성이 안 좋은 직군이 돼버렸다.

​ⓒ 참여와혁신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한선미 한국MSD지부 지부장. ​ⓒ 참여와혁신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한선미(한국MSD) : 약가가 절감되는 만큼 이 약으로 생산성을 못 올리면, 다른 약을 사와서라도 매출을 더 늘려야 한다. 다른 약을 사오는 만큼 추가적인 인원이 필요한데 그렇다고 인원을 늘리면 1인당 생산성은 더 떨어지게 된다. 덧붙여 오리지널 제품에 자부심을 가지고 영업을 하던 직원들이 복제 약품도 동시에 판매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영업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불이익한 변화가 초래되는 측면이 있다.

 

외투제약기업 노사관계, 난항을 겪는 이유

① 결정권 없는 한국지사

손광모 기자 : 글로벌의 결정에 따라서 한국지사에 영향을 끼치는 부분이 클 것 같다. 현재 한국지사에 있는 노동자들, 혹은 경영자들이 글로벌 지사의 결정에 참여를 할 수 있는가?

황의수(한국얀센) : 여기 계신 분들 모두 공감 하실 것이다. 국내제약회사랑 다국적 제약회사의 차이는 경영상의 측면에서 봤을 때 오너가, 오너가 아니다. 결정권이 없다. 쉽게 말해 CEO들이 참여해서 글로벌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권한이 없다. 공통적인 부분일 것이다.

정상인(한국화이자) : 노동조합이 상대해야 하는 한국의 대표는 전체적으로 보면 ‘대리인의 대리인의 대리인’ 정도다. 한국지사장은 위에 보고를 해야 하고, 보고 받은 사람은 또 다시 보고를 해야 한다. 한국이 특별히 일본처럼 매출이 막대하다고 하면 발언권이 있겠으나, 글로벌에서 한국의 매출은 분명 한계가 있다. 그러다 보니 발언권도 한계가 있다. 결국 국내 분쟁이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

강승욱(한국화이자) : 노동조합은 교섭테이블에 나온 사용자와 어떻게 교섭을 풀어갈까 고민해야 한다. 그런데 추가적으로 어떻게 하면 글로벌을 설득하게 할 수 있을지 외투기업의 노동조합은 고민해야 한다. 사용자가 앉아 있지만 그 뒤에 글로벌이 서있는 거다. 이런 문제 때문에 교섭 비용이 많이 올라간다.

차은호(한국엘러간) : 회사를 다니면서 꼭 일제강점기의 동양척식주식회사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흉년이 들든 풍년이 들든 생산량을 맞춰야 한다. 어떻게든 글로벌 본사로 보내는 이윤율을 맞추기 위해서 여러 방안을 시행한다. 그 중 일환으로 사람을 줄이는 과정이 발생하는 것이다. 한국 지사장은 아무 결정 권한이 없다. 노동조합에서 요구하면 글로벌에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한다고 늘 말한다. 핑계일 수도 있다. 한국지사장이 책임지지 않기 위해서 글로벌의 허락을 거치는 과정을 항상 거친다. 교섭할 때 어려움이 그거다. 그래서 간혹 글로벌에서 막는다고 하면, ‘누구냐’, ‘어디 부서냐’, ‘직접 메일을 쓰겠다’고 하면, 당황 한다. 그렇게 교섭을 풀어가는 경우도 있다.

전명호(아스트라제네카) : 글로벌에서도 아시아지역은 쳐주지 않다보니까, 한국 지사장이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우리가 불이익을 받는 부분도 많지만, 또 하나는 세일즈적인 부분도 있다. 과거에는 순수하게 외국계 오리지얼 약만 팔았다. 현재는 특허 만료된 약을 매각시키든 아니면 코프로모션(co-promotion)을 한다. 국내제약기업과 코프로모션을 하다보면 수수료를 줘야한다. 실제로 영업 120%했다고 하지만 남는 게 없다. 그러고는 주주배당 해버린다. 한국 직원들한테 돌아오는 게 없다. 경영진이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서 상황이 달라지는 데 쉽게 생각을 하고 책임을 지지 않는다. 책임은 고스란히 노동자의 몫이다.

송진중(바이엘코리아) : 원래 교섭은 결정권자들이 만나서 해야 한다. 그런데 대리인의 대리인의 대리인과 결정권자가 교섭하다 보니까 대화의 수준이 안 맞다. 거기에 더해서 한국지사장들은 임기가 정해져 있다. 3년이나 길면 5년 정도다. 노동조합은 위원장이 바뀌어도 똑같은 목소리를 낸다. 하지만 한국지사장들은 자기 임기만 피하면 된다. 그래서 어떤 투쟁이 있거나 법적 문제가 생겼을 때,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민사소송 등 계속 시간을 끈다. 그러다보면 임기가 끝나기 때문이다. 이게 국내 기업이라면 책임감과 협상 의지를 가지고, 안 될 때는 좀 손해 보더라도 타협을 한다. 그런데 국내에 있는 다국적기업의 CEO들은 자기 임기가 정해져 있고 언제든지 갈 수 있다. 교섭에 대한 진정성이 결여돼 있다.

전명호(아스트라제네카) : 그래서 서면 합의를 잘 안 해준다. 그 다음 사장이 오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고 잡아뗀다. 옛날에 교섭하면, 어떤 요구안을 회사가 수용하기 어려우면 그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져왔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는 회사의 아이디어가 없다. 역으로 노동조합이 제안을 하고 있다. ‘이거는 이렇게 해보자’. ‘검토해보겠습니다’하고 간다. 다음 교섭에 또 그렇게 들어온다. 그래서 화가 날 수밖에 없다.

허남진(한국노보노디스크) : 외국회사들의 특징인 것 같다. 대안이 없이 들어온다는 게 참 안타까운 것 같다.

황의수(한국얀센) : 한국은 승진을 위한 교두보지 여기서 노동자와 함께하려는 마음 자체가 없다.

송진중(바이엘코리아) : 글로벌 본사에서 한국에 기대가 아주 크지 않다. 한국은 글로벌 전체 매출에 1% 정도 해당된다. 한국은 임상이나 캐시카우(Cash Cow) 정도 역할이고, 큰 문제가 없으면 된다고 본다. 문제가 없이 있다가 지나가면 되는 곳이다. 성장 동력으로 삼지는 않는다.

ⓒ 참여와혁신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송진중 바이엘코리아노조 위원장. ⓒ 참여와혁신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② 한국의 특수성을 고려 않음

강승욱(한국화이자) :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화이자제약 같은 경우는 특허를 가지고 있는 사업부보다 특허가 만료된 품목의 사업부가 더 매출이 좋다. 현재 한국화이자업존이 한국화이자제약의 전체 매출에서 55%로 정도를 가져가고 있다.

글로벌 전체에서 보면 특허만료 사업부가 저성장 사업부로 인식 돼 정리 되는 반면, 한국에서는 그런 상황이 아니다. 지속적으로 매출을 상승시키고, 성장하고 있음에도 글로벌의 결정에 하루아침에 사업부가 매각됐다. 여기에서 나오는 상실감은 클 수밖에 없다.

박창규(한국GSK) : 근본적으로 한국지사장의 지위가 계속 떨어지는 이유가 있다. 한국 시장과 세계 다른 지역의 시장과 다른 게 있다. 임금체계와 고용체계가 한국과 다른 지역에서 차이가 난다. 다른 지역들은 연봉제를 채택하고, 내보내는 게 비교적 쉽다. 그런데 한국은 인원 채용부터 여러 가지 힘든 부분이 있다. 글로벌화 되면서 다른 나라의 제도를 중앙에서 알다보니 계속 한국에 압박을 강하게 가한다. 예전에는 ‘아 거기 그래?’라는 반응이었다면, 지금은 ‘왜 너희들은 안 돼?’라는 반응이다.

특히 한국의 임금체계는 연공서열과 호봉제다. 지금 하는 일이 100이라면, 신입사원은 40~50밖에 임금을 못 받는다. 대신 부장은 신입사원보다 일을 못해도 100이상을 받는다. 글로벌에서 봤을 때, 50만 원이면 되는 직책을 왜 100만 원으로 하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어떻게든지 인건비에서 위를 잘라내고 밑을 끌어올리려고 한다. 처음부터 100에 해당하는 임금을 가지자고 말한다. 여기서 또 모순점은 연공서열으로 인건비가 자연스럽게 올라가는 것이다. 외국 같은 경우는 직무급제에 기초해서 임금이 체결되는데 우리나라는 연공서열으로 임금이 체크된다는 요인이 글로벌에서 인원을 조절하려고 하는 요인이다. 더군다나 글로벌에서 한국의 특이성으로 더 이상 보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더 힘들어진다고 생각한다.

전명호(아스트라제네카) : 외국은 임금 밴드가 하나다. 한국은 직급제다. 연봉으로 받지만 다섯 단계 아니면 세 단계 정도 진급을 한다. 아니면 호봉제다. 호봉제에서는 수당을 올려간다. 하지만 글로벌은 왜 그렇게 줘야하는지 이해를 못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렇게 합의를 했고. 여태 해 왔기 때문에 바꿀 수 없다. 여기에서 마찰이 되게 크다.

강승욱(한국화이자) : 외국계 회사가 항상 교섭을 할 때 ‘한국만 이렇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당연할 수밖에 없다. 말 그대로 적용되는 노동법 자체가 다르지 않나. 해당 국가의 문화에 맞게 직무급제 활성화에 맞는 노동법이 있고, 한국은 연공급에 맞는 노동법이 있는 거다. 만약 글로벌의 논리라면, 단체협약도 전 세계 동일하게 가야 한다. 그렇지만 그렇게는 안 해주지 않나? 글로벌에서 항상 ‘한국밖에 없다’고 이야기함으로써 가끔 선진화되는 부분도 있지만, 한국지사의 노동조건을 퇴행시키는 부분도 분명히 생긴다.

전명호(아스트라제네카) : 국내회사와 외국계회사의 큰 차이는 외국 본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있다. 가령 재무제표 상 영업 순이익이 엄청 나와도 연구개발(R&D)투자나 주주배당금으로 들어간다. 노동자들이 열심히 일했는데 떨어지는 건 없는 거다. 아무리 재무제표 뜯어봐도 글로벌에서 전부 가져갔기 때문에 남는 게 없다. 그래서 고정비만 얘기한다.

과거에는 메가 브랜드 약이 엄청 잘 팔리면 어느 정도 임금과 복지를 한국의 노동자에게도 줬다. 근데 지금은 그런 약들이 별로 없다. 결국 매출이 낮아지고 1인당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러면서 회사는 희망퇴직이나 분사 등 방법을 찾게 된다. 이런 악순환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③ 생산시설의 부재

손광모 기자 : 생산시설이 국내에 없다는 점도 교섭에서 주요한 영향을 미칠 것 같다.

송진중(바이엘코리아) :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원래 생산시설이 있으면 교섭에서 주도권을 가지고 가는 게 맞다. 기본적으로는 맞지만 국내회사에 경우에 국한된 거 같다. 다국적 기업은 생산시설이 그렇게 크지도 않고, 일부 제품만 생산을 한다.

더욱이 국내 다른 제약회사는 생산시설이 거의 다 없어졌다. 일부 회사만 남아있다는 사실은 곧 없어질 거라는 걸 보여주는 거다. 그래서 생산시설이 남아 있는 게 투쟁의 원동력이 아니다. ‘언제든지 철수할 수 있어’라는 뉘앙스만 비춰져도 투쟁력이 떨어진다. 그래서 결코 좋은 것 같지 않다. 실제로 바이엘코리아는 이번에 철수한다.

황의수(한국얀센) : 생산시설 기반이 있으면서 교섭력이 높아지냐면 솔직히 모르겠다. 국제제약회사의 공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파업을 하면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진다. 그러나 한국에서 파업을 하면 의미가 없다. 파업을 잘못했다가 떠나면? 조합에서 책임질래? 그렇게 이야기 한다. 공장이 있음으로서 교섭력이 올라갈 거라고 생각했지만 거꾸로 엄청 힘들다.

전명호(아스트라제네카) : 몇 개월 회사와 쟁의를 해보고 ‘공장이 있으면 힘이 세겠다’ 느꼈다. 대부분 외투제약기업들은 수입완제품을 판다. 그러니 파업을 해도 약은 약대로 팔린다. 매출이 그대로 나온다. 파업을 장기적으로 6개월 이상 해야지 문제가 된다. 한 두 달 한다고 생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다만 회사 분위기가 아주 안 좋아지는 부분과 한국지사장의 입장이 곤란해지는 문제가 있다. 이렇다 보니까 회사가 지치는 거다. 2~3개월 하다보면 회사도 잘 마무리하자고 한다. 그래서 쟁의를 해도 이길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한계점도 있다.

박창규(한국GSK) : 예를 들어 고용안정이라든지 큰 이슈를 가지고 투쟁 할 때는 공장이 있는 게 훨씬 났다. 공장이 있으면 교섭에서 분명히 플러스 알파가 된다. 문제는 그걸 가지고 계속 활용하면 결과적으로는 큰 강점이 없어진다.

ⓒ 참여와혁신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차은호 한국엘러간지부 지부장. ⓒ 참여와혁신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손광모 기자 : 영업부서만 가지고 하는 파업은 노동조합의 힘을 보여주는 데 제한되는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차은호(한국엘러간) : 2018년도에 임금교섭을 했었다. 한국엘러간의 주요 품목인 보톡스는 개인병원과 거래를 해야 한다. 영업직원이 수금을 해서 실적을 잡으면 회사에도 실적이 잡히는 시스템이다. 당시 파업을 할 때 연차 쓰면서 ‘파업할 거고 수금을 할 수는 없을 거다’라고 알리고 들어갔다. 회사 입장에게 굉장한 압박이 됐다.

한국엘러간처럼 좀 특이하게 수금을 하는 비즈니스가 있다면 충분히 무기가 돼서 투쟁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보통의 제약사들은 그럴 수가 없다. 실제로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일주일씩 해도 사실 매출에는 큰 문제가 없다.

강승욱(한국화이자) : 영업부 중심으로 돼있는 노동조합이 파업으로 효과를 보려면 3개월 이상 파업을 해야 한다. 3개월 동안 무노동 무임금이니까 노동조합 입장에서는 처음 시작부터 고민이 크다. 요즘에는 노동조합이 진짜 어떻게 투쟁을 해야 할까에 대한 그런 고민을 진짜 많이 한다. 다른 방법으로 외투기업은 여론에 신경을 많이 쓴다. 언론에 나오면 글로벌에 보고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쪽으로 눈을 돌리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정상인(한국화이자) : 영업부만 가지고 투쟁을 이어가는 게 한계가 있다는 걸 농담으로 “파업을 한 두 달하면 ‘베이컨시(vacancy)’라는 사람이 가장 혜택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공석도 전혀 영향이 없다.

황의수(한국얀센) : 영업부만 가지고 파업하면 뻔하다. 매출에 영향 없으니 단기적으로 회사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한선미(한국MSD) : 더불어 파업으로 약이 병원에서 빠져버리면, 다시 들이기가 쉽지 않다. 대체할 약들이 충분히 있는 약들은 쉽게 파업하기 어렵다.

황의수(한국얀센) : 대부분의 회사에서 영업 실적이 임금과 인사고과에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사실 노동조합이 파업을 선택하기에는 상당히 많은 고민을 한다.

 

글로벌이 생각하는 한국시장

손광모 기자 : 외투기업의 투자목적에 따라서 노사관계의 양상이 달라진다고 한다. 각 외투제약기업 본사들이 한국에 왜 투자를 하는 것 같은가?

①수익성

박창규(한국GSK) : 시장성이 좋다.

강승욱(한국화이자) : 한국이 글로벌 전체에서 봤을 때는 작은 시장일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시장만 두고 보면 매력적인 시장이긴 하다. 한국 제약 시장이 2022년까지 3~6% 성장을 한다고 하더라. 이 성장률은 주요 EU 4개국, 영국, 일본, 캐나다, 호주 등을 다 뛰어 넘는 수치라고 한다. 그렇다보니 글로벌에서 적긴 하지만 그래도 돈 벌기에는 좋은 시장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사실 외투제약기업이 대부분 돈을 본다. 냉정하게 수익이 나지 않으면 정리하고, 수익이 나면 철수하지 않는다.

정상인(한국화이자) : 글로벌 본사에서 땅 짚고 헤엄치는 부분이 있다. 외투기업들이 이전 가격, 그러니까 원가를 60~70%로 책정한다. 본사에서 취할 이득은 모두 취하고 나머지 남는 부분으로 심지어는 이익도 내고 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 시장은 대부분 이익을 내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지사에서는 경영이 어렵다고 한다. 말이 안 되는 것이다. 정부에서 규제를 한다고 하면 이전가격 책정에 대해서도 개입을 해야 한다고 본다.

② 높은 신뢰도의 임상데이터

허남진(한국노보노디스크) : 수익성이 큰 작용을 하지만, 임상 데이터의 신뢰성도 글로벌에서 신뢰하고 있다. 외투제약기업이 지속적으로 한국시장에 신약이 출시하면서 거기에 임상을 진행한다. 하지만 신약 투자와 함께 고용 창출은 되지 않는다. 기존 직원의 부담만 계속 늘어나는 게 외국계 제약기업의 현실인 것 같다.

박창규(한국GSK) : 한국은 세계적으로 임상 유의성에서 높은 나라로 평가가 된다. 왜냐면은 개체군이 적은 면적에 가장 많아 임상 효과를 끌어내기에 가장 좋다. 또한, 다른 나라에 비해서 한국인의 체질 상 가장 좋은 데이터가 나온다고 한다. 글로벌에서 볼 때는 엄청나게 큰 강점이다. 그리고 나중 문제지만 한국지사가 북한으로 가는 교두보다. 이것도 배제하지 못한다. 덧붙여 인구에 비해서 한국인이 약물의존도가 엄청 높다. 한국이 0.9~1% 밖에 안 되는 매출을 보이지만 나름대로 본사에서 한국 시장은 엄청 중요한 곳이다. 그래서 쉽게 철수하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

송진중(바이엘코리아) : 저도 글로벌 중에서 한국 데이터의 퀄리티가 굉장히 높은 걸로 알고 있다. 미국, 유럽 그 다음이 한국이다. 임상 데이터를 개체수가 많은 중국에 의존하지는 않는다. 이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거는 직원 구성이다. 그동안 영업부는 직원들이 계속 감소했다. 그러나 메디컬과 임상 분야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바이엘코리아의 경우만 봐도 10년 전에는 메디컬부가 10명이었는데, 지금은 50명이 넘는다. 글로벌에서 한국이 필요한 이유가 물론 수익 창출도 있지만, 메디컬, 임상에 관한 게 굉장히 큰 것 같다.

황의수(한국얀센) : 실제 다국적 제약사들의 직원 수의 구조가 여기서 그대로 나타난다. 옛날에는 영업사원이 많았다. 영업해서 실적만 내려고 하는 구조였다. 그런데 지금은 영업사원은 거의 절반 정도 줄었고, 임상직군은 늘었다. 하지만 전체 임직원 수는 늘었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축소되면서 비율이 변했다는 거다. 그리고 내부적으로 각 회사의 내부에서도 인사부 통합, 파이낸스 통합 등 이런 식으로 전체적인 고용시장이 늘어나는 게 아니라 고용시장은 유지되거나 줄면서 변하고 있다는 게 공통점인 것 같다.

③ 시장성 평가

정상인(한국화이자) : 좀 다른 측면에서 한국이 시장성 평가로 좋다는 이야기도 있다. 왜냐면은 대체로 수익을 창출하는 가장 중요한 부문이 기저-만성질환이다. 한국은 선진국형 신체 상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테스트마켓으로 좋다는 인상을 가지고 있다.

박창규(한국GSK) : 국민성인 것 같다. 한국의 임상 참가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반면, 다른 나라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임상 데이터를 수집하기 쉽다. 다른 나라보다 중도 포기를 잘 안한다.

 

더 나은 외투제약기업 노사 관계를 위해 필요한 것

① 법-제도-정책적 부분

손광모 기자 : 정부 정책이나 법제도 개선 쪽으로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이 있을까?

강승욱(한국화이자) : 고용불안이 발생하는 이유는 사업구조 변동인 탓이 있다. 현재 회사분할 시 노동자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길이 전혀 없다. 합병을 하는 경우에는 포괄적으로 근로관계가 승계된다고는 한다. 하지만 가장 핵심은 새로운 회사를 가거나 혹은 떨어져 나간 회사에서 계속 다닐 수 있냐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국의 법은 ‘근로관계 승계’가 가장 큰 보호다. 회사가 바뀌어도 계속 다닐 수 있어야 한다.

황의수(한국얀센) : 큰 틀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회사가 매각 이후 해고를 시키거나 혹은 노동법을 지키지 않았다고 해도 솜방망이 처벌이기 때문에 경영진들이 무서워하지 않는다. 징벌적 배상제도가 제약업계에서도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고 본다.

한국 얀센의 향남공장은 타이레놀을 생산하는 공장이다. 회사가 2018년에 공장을 철수한다고 노동조합에 귀띔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경영상의 이유로 철수하는 게 아니었다. 회사가 만날 빚만 지고 있다가 철수할 것 같으면 저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이 경우는 경영상 이유의 철수가 아니다. 회사의 상황 변화로 인한 철수다.

이걸 정부가 경영상의 이유가 아니기 때문에 철수하면 안 된다던지 명확한 규제를 해줘야 했다. 그러나 그런 게 없다보니 회사도 밀어붙이는 거다. 미국이나 유럽처럼 징벌적배상제도가 있어서 어마어마한 피해가 간다면 반드시 글로벌도 변화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은 전혀 그런 시장이 아니다.

ⓒ 참여와혁신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황의수 한국얀센노조 위원장. ⓒ 참여와혁신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정상인(한국화이자) : 근본적인 문제는 사실 정부의 규제책이 굉장히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인수합병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불법적 요소가 있는 인수합병, 인원조정이나 사업철수에 따른 부당한 구조조정도 방지할 대책이 전혀 없다는 것이 문제다. 문재인 정부도무분별하게 사업장을 철수 한다든지, 불법적인 해고에 대해서 분명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기에 대한 규제책을 전혀 내놓지 않는다. 때문에 글로벌 본사에서는 쉽게 인원조정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유럽은 규제가 촘촘하니까 꼭 필요한 경우에만 구조조정을 실시를 하는데. 한국은 얼마든지 허점이 있으니까 자기들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최소한 단체협약이라도 지킬 수 있게 하는 강제 규정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조차도 없다.

강승욱(한국화이자) : 사실 노동자는 회사에 입사해서 근로계약서를 체결한다. 사용자와 근로자가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이것도 계약이다. 그런데 구조조정, 사업구조 변화. 분할 합병 매각은 사용자 결정으로 일방적으로 계약이 해지되는 거다. 노동자 개인이 각 사용자에게 대응하기 힘드니까 정부에서 노동조합을 조직하도록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면 정부에서도 노조가 회사의 경영진과 대등하게 싸울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주거나 보호정책이 필요한데 그게 없다. 단순히 경영권이라는 이유 하나 만으로 다 된다.

글로벌기업은 절대로 노동법을 어기지 않는다. 근데 법만 어기지 않을 뿐이다. ‘법을 잘 지켜야 돼’라는 개념이 아니라, ‘우리는 법만 어기지 않으면 돼’라는 수준이다. 문제 상황에서 대형로펌에 자문을 받아서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는 것이다.

전명호(아스트라제네카) : 단체협약에 경영상의 해고나 희망퇴직의 경우도 명시돼있다. 잘 만든 노동조합은 ‘합의 한다’는 문구를 가지고 있고, 대부분은 ‘협의 한다’고 돼 있다. 협의 조항은 회사가 경영상 해고나 희망퇴직을 노동조합에 통보하는 식이다. 그래서 합의 조항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실제 자문을 받아보니까 합의 조항이 그렇게 힘이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 실제로 경영상의 이유 하나로 그 합의문을 어겨도 된다는 거다. 법제도가 있어야 회사가 함부로 할 수 없다.

② 악의적 노조 힘 빼기 차단

차은호(한국엘러간) : 법 하니까 생각나는 게 해고 문제다. 한국에서 해고는 어렵다고 한다. 그러니 실제 해고가 되면 노동자나 노동조합은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대법원까지 보통 3년이 걸리는 싸움을 한다. 노동자 개인이 대법원에서 이기면 복직도 되고 돈도 돌려받는다. 하지만 3년을 버티는 게 너무 힘들다. 회사는 노동자가 지치기만 기다릴 뿐이고 막대한 법률비용을 쓰면서도 대법원 판결까지 버티는 게 대부분이다.

전명호(아스트라제네카) : 실제로 해고가 많이 일어나고 있다. 회사가 보복성 해고나, 징계를 과하게 내려 해고까지 시켜버릴 때가 있다. 무리한 해고를 회사가 감행하는 것이다. 소송까지 가면 3년이 걸린다. 부당해고 판결을 받아도 버티다가 회사가 돈으로 합의하는 전략을 굉장히 많이 쓰고 있다. 판결까지 늘어지는 시간 안에 회사가 자의적으로 해결을 하려는 것이다. 가장 피해 보는 사람은 노동자다. 그렇게 부당해고 사건을 끌고 가려고 하면 당연히 규제해야 하지만 없다.

허남진(한국노보노디스크) : 지방노동위 결정을 수용하지 않으면 과징금이 나온다. 그런데 회사는 과징금을 내고 중앙노동위원회에 간다. 그렇게 대법원까지 끌고 가면 회사는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형로펌이 있기 때문이다. 어제 한국노보노디스크 사장을 만났는데, “지방노동위원회나 중앙노동위원회는 노동자편이기 때문에 노동자 측에서 결정할 거다. 하지만 법원에 가면 우리는 이길 수 있다”고 확신을 가지고 이야기했다. 이런 제도적인 문제에 대해 추궁할 수 있고 회사가 이런 결정을 못하게 하는 규제가 필요하다. 그래야 일하는 사람이나 노동조합도 고용불안을 안 느끼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수 있을 것 같다.

③ 한국에 적극적 재투자해야

송진중(바이엘코리아) : 고용유지만 중요한 게 아니다. 고용의 질도 중요하다. 제도적으로 이익에 대한 재분배도 공정하게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지금 다국적 회사의 문제는 이익은 고스란히 본사로, 거의 국부가 유출되는 것처럼 돼있다. 차라리 ‘먹튀’면 괜찮은데 먹고 튀지도 않고 기생충처럼 계속 여기서 먹고 있다. 이를 단편적으로 보여줬던 사건이 2015~17년 박근혜 정부 때 최경완 부총리가 3년간 유효한 ‘기업소득 환류세제’라는 걸 만들었다. 기업이 쌓아둔 유보금을 투자나 배당 혹은 직원들 임금, 복지로 쓸 수 있는 기회를 줬다. 그런데 대부분의 다국적 회사는 100% 배당을 해버렸다. 많은 다국적 기업이 100% 국내에 상장이 안 된 유한기업으로 있다. 거의 100% 외국자본이다. 모두 외국으로 가는 거다.

이 제도를 만들 때 다국적 기업은 국내에서 투자를 하던지 임금으로 하던지 복지로 써라 했으면 됐었을 것이다. 바이엘코리아 같은 경우 당시 영업이익이 70억 원 밖에 안됐는데 150억 원을 배당금으로 냈다. 영업이익의 200%를 배당금으로 주는 기업은 없다. 이런 일도 외국계 기업이니까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이를 제도가 도와줬다. 이익에 대한 재분배에 대해서도 보완책이 필요하다.

 

외투제약기업, 산별노조 아이디어

손광모 기자 : 글로벌이 국내노동법을 이해하지 못하는 문제와 국내 법-제도가 외투기업에 초점을 맞추지 않아 생기는 공백들을 대형로펌 등을 활용해서 빠져나가는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이를 해결할 외투제약업계 산별노조는 어떻게 평가를 하는가.

강승욱(한국화이자) : 한국이 제약기업뿐만 아니라 다른 곳도 산별노조가 발달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처음부터 산별체제로 시작했으면 노동조건도 비슷하게 갔을 거고, 거기에 따라 직무급제까지 됐으면 원활하게 이동이 가능했을 텐데 그게 아니다보니까 힘든 점이 크다. 더불어 산별노동조합을 만들었을 때 사용자들이 사용자 단체를 만들어서 산별교섭에 응할 것인가? 적극적이지 않을 거다. 그렇지만 방향성에 대해서는 모두가 긍정적으로 보는 것 같다.

차은호(한국엘러간) : 애브비와 엘러간 합병이 되지만, 애브비지부도 민주제약노조 소속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보교류는 물론 노동조합이 합쳐지는 것에 큰 걱정은 없다. 같은 산별이지만 조금씩 차이 나는 단체협약 조항들을 어떻게 맞출까 정도다. 실제 교섭도 애브비지부와 함께 하고 있다. 엘러간과 교섭이 합병으로 넘어가도 애브비지부와 같이 교섭하고 있기에 교섭 방향이 특별히 바뀔 거 같지도 않다.

박창규(한국GSK) : 프랑스나 스웨덴이나 외국의 산별체제는 보통 같은 업계나 노총 단위로 동일한 노동조건을 적용시킨다. 하지만 한국은 제도가 그렇지 않다. 산별로 가더라도 단위사업장만의 나름대로 다른 단체협약을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 산별의 의미는 기업노조가 좀 더 단위를 확대한 거지 기본적인 산별의 규칙과 맞지 않거든요. 조금 산별의 의미를 다르게 봐야할 같다. 차라리 투쟁 능력을 높이든지, 그런 쪽으로 개선해야지 단순히 산별로 가면, 교섭에 큰 힘이 될 거라는 건 아니라고 본다.

정상인(한국화이자) : 물론 맞는 말이지만, 유럽식 산별노동조합을 꼭 생각할 필요는 없다. 영국이나 미국 같은 경우에는 단사별 교섭을 시작해서 나중에 산별을 조직한 경험들이 있다. 그런 사례를 벤치마킹해서 각 단사별 노동조건은 각 단사에 맡기고, 고용이나 전체 공익에 해당되는 부분을 조직해서 대응한다고 하면 희망이 없지는 않을 것 같다.

조영석(한국머크) : 민주제약노동조합은 제약 쪽에서 산별노동조합으로 20개 노동조합이가 같이 하고 있다. 장단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장점은 기업노조로서 회사와 관계가 있기 때문에 세게 못하는 경우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럴 때 대각선 교섭을 통해서 강하게 밀어 붙일 수 있다. 투쟁을 할 때는 좀 더 끈끈한 부분이 있다. 앞으로 노동조합이 각 기업을 상대로 혼자 자생하기에는 어렵다고 생각이 들기에 산별로 연대하는 게 나아갈 방향이 아닌가라는 생각한다.

조영석 한국머크지부 지부장. ⓒ 참여와혁신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황의수(한국얀센) : 참석한 분들 중 산별을 부정하는 분은 없을 것이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산별이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존슨앤존슨은 계열사마다 임금구조, 복리후생 다 다르다. 10년 전부터 통합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지만, 70% 정도로 맞추었을 뿐이다. 한 회사 내에서도 노동조건을 맞추는 게 힘들다. 산별로 가는 건 대부분 동의하지만, 우리가 하루아침에 임금 및 노동조건, 복리후생을 통일할 수 있냐고 하면 불가능하다고 본다. 같은 회사 내에서도 10년이 걸려도 안됐는데 눈에 보이는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려고 하면 어렵다고 본다.

조영석(한국머크) : 한국머크도 “원(ONE) 머크”라고 하지만, 다른 사업부와 비중을 맞추는 건 어렵다. 임금구조도 다르다. 하지만, 산별체제에서는 표준 단체협약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10개 중 9개 회사는 어떤 단체협약 조항이 있는데 같은 제약업계인 우리는 왜 없냐는 논리로 들어갈 수 있다. 최근에 민주제약노조에서 신생지부들이 많이 생기는데 예전 기업노조는 타임오프 시간을 안 줬다. 그런데 산별체제의 신생지부들한테는 시간을 주기 시작한다. 이런 점은 앞으로 나오는 신생노동조합한테는 굉장히 힘이 된다고 본다. 이런 점에서 산별이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황의수(한국얀센) : 존슨앤존슨 내 법인이 5개가 있다. 베이비로션 파는 존슨앤드존슨판매유한회사와 제약인 한국얀센과 약센백신, 그리고 아큐브렌즈 파는 한국존슨앤드존슨, 수술용 장갑 파는 존슨앤드존슨메디칼이 있다. 여기서 복리후생 통일하자고 하면 가장 낮은 기준으로 맞춘다. 소비재 부품에 비해서 제약 쪽이 복리후생이 높다. 한국얀센의 입장에서는 계속 손해보고 있다. 향후 산별교섭에서 임금이나 노동조건, 복리후생을 통일해서 가는 건 맞지만, 더 높은 지향점을 가야하지, 낮은 지향점으로 모델 삼기 시작하면 거꾸로 가는 것이다.

조영석(한국머크) : 모든 걸 복지에 초점을 맞추면 안 되지만, 30년 된 노동조합의 단체협약과 3~4년 된 노동조합의 단체협약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이를 견인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은 할 수 있다.

전명호(아스트라제네카) : 이야기가 깊게 들어온 거 같다. 산별의 취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산별을 만들면 중앙교섭을 해야 한다. 외투제약회사는 과연 누가 중앙교섭을 할 수 있겠나.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orean Research-based Pharmaceutical Industry Association, KRPIA) 밖에 없다. 그런데 과연 경영진이 위임을 하겠나? 죽었다가 깨어나도 안 한다. 중앙교섭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하지만, 산별이라는 게 왜 필요한가? 하나의 단위 기업 노동조합으로서 어마어마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경영진과 싸우려면 솔직히 노동자 입장에서 힘든 게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가 서로 힘을 합쳐서 가야 어느 정도 동등한 싸움을 할 수 있다. 산별은 그런 목적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 그 안에 내부 조율은 산별 조직 안에서 서로가 조율해서 만들어가고, 일단 힘을 합치는 게 제일 중요하고 본다.

정상인(한국화이자) : 단계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법-제도를 만드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런데 산발적으로 목소리 낸다고 법과 제도가 바뀌지는 않는다. 일단 최우선적으로 노동조합 활동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초기업적인 단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 다음에는 상급단체와 시민단체, 진보적 단체와 정책연대를 해서 목소리를 키워야 한다고 생각이 든다. 그렇게 목소리와 정치력을 키운 다음 법과 제도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사실 당장 보호받을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만들기에는 요원하다고 본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먼저 강력한 목소리 낼 수 있는 초기업적인 단체를 조직화 하는 게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 다음에 정책연대, 그 다음에 법제도 개선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