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노조, 불법 '점두영업' 문제제기 왜?
홈플러스 노조, 불법 '점두영업' 문제제기 왜?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0.03.03 17:09
  • 수정 2020.03.03 1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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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일반노조 "점두영업 불법 알고도 불법노동 강요"
점두영업 비판 배경에는 '전환배치' 문제도 있어
'점두영업'이 이뤄지고 있는 홈플러스 점포 앞 ⓒ 홈플러스일반노조
'점두영업'이 이뤄지고 있는 홈플러스 점포 앞 ⓒ 홈플러스일반노조

홈플러스 노동자들이 점포 앞 '점두행사'가 불법영업인데도 사측이 불법노동을 강요하고 있다며 이를 고소·고발하겠다고 나섰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홈플러스일반노동조합(위원장 이종성, 이하 노조)은 3일 "홈플러스는 점포를 벗어나 이면도로 및 인도를 무단 점거해 영업하면서 직원들에게 불법영업을 지시하고 있다"며 "이를 모두 고소·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홈플러스는 하이퍼(대형마트)와 익스프레스(슈퍼마켓)를 운영하고 있으며 하이퍼는 전국 140여 개, 익스프레스는 400여 개가 있다. 이 가운데 주로 익스프레스 점포에서 매대를 영업장 밖에 두고 상품을 판매하는 점두행사를 하고 진행하고 있다.

"점두영업은 불법"

노조는 홈플러스의 매장 앞 점두진열은 모두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자문을 맡은 김경수 변호사(법률사무소 빛)는 "홈플러스가 인도를 무단으로 점유해 사용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일반 국민들의 이동권과 보행권이 침해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수 변호사에 따르면 '인도'는 도로법상 '도보'를 뜻하며 도로법상 '도보'는 '도로'의 개념에 포함된다. 따라서 도로법 제61조에서 도로를 점용하기 위해서는 허가를 받도록 하지만 홈플러스는 허가 없이 인도를 점용해 사용하고 있으므로 불법영업이라는 것이다.

노조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와 관할 지자체에 수차례 시정을 요구했지만 현재까지도 시정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불법영업으로 인해 인도에서 밀린 장애인, 노약자, 어린이들이 교통사고에 노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홈플러스, 불법 알고도 불법노동 강요"

노조는 불법노동도 강요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종성 위원장은 "홈플러스가 불법임을 알고도 점두행사 진열 가이드라인을 통해 판매를 지시하고 있다"며 "현장 노동자들은 인도를 무단점거하며 불법노동을 강요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경수 변호사는 "홈플러스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회사로부터 불이익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문제제기도 하지 못한 채 불법적인 업무에 동원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관리자들의 협박이 자행되고 있다"며 "이는 형법 제324조에 의한 강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노조의 자문을 맡은 권오상 노무사도 "공무원 단속이 있으면 노동자들은 마치 죄인이 된 것처럼 웅크려서 가판을 거둬들였다가 다시 점장의 지시를 받아 가판을 설치해야 했다"며 "노동자들은 거부해도 점장은 '생계'라는 목줄을 손에 쥐고 불법영업을 강요했다. 이는 명백히 근로기준법이 금지한 '강제근로'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관계자는 "개별적으로 답변을 드리기는 어렵다"며 "언론 대응 담당 부서로 전화하라"고 했으나 담당 부서는 연결이 되지 않았다. 

이종성 홈플러스일반노조 위원장 ⓒ 홈플러스일반노조
이종성 홈플러스일반노조 위원장 ⓒ 홈플러스일반노조

홈플러스일반노조, 지금 왜? 
법인합병 이후 '전배' 문제와 관련


사실 가두행사는 홈플러스에서 갑자기 생겨난 영업방식이 아니고 일반 슈퍼마켓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장면이다. 그럼 홈플러스일반노조는 왜 갑자기 사측의 '가두영업'을 비판하는 걸까? 이는 최근 이뤄진 전환배치(전배) 문제와 관련 있다. 

홈플러스는 그동안 지주회사인 '홈플러스 홀딩스', 기존 '홈플러스', 2008년 홈에버(옛 까르푸)에서 인수한 '홈플러스스토어즈' 3개 법인으로 분리 운영됐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산하 노조도 둘로 나뉘었다.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에는 기존 홈플러스 소속, 홈플러스일반노조에는 홈플러스스토어즈 소속 조합원이 조직된 상황이었다.

그러다 지난해 말 홈플러스 법인이 하나로 통합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홈플러스일반노조에는 익스프레스 점포를 운영하지 않았던 홈플러스스토어즈 소속 하이퍼 점포 조합원만 있었는데, 이들도 법인 통합 이후 익스프레스 매장으로 전배됐기 때문이다. 홈플러스일반노조는 전배 이후에야 익스프레스 점포 상황을 알게됐다. 이종성 위원장은 "최근 회사에서 하이퍼 쪽 조합원들을 익스프레스로 발령내고 있다"며 "회사에서는 하이퍼와 같은 노동조건이라고 설명했지만 최근 점검을 해보니 실제로는 불법 점두영업뿐 아니라 노동환경 자체도 하이퍼보다 열악하다"고 이야기했다. 

이 같은 전배 배경에 대해 홈플러스 관계자는 "오프라인 매장 영업만으로는 영업력이 떨어지는 상황이지만, 하이퍼보다 익스프레스의 사업 둔화 속도가 느려서 하이퍼에서 익스프레스로 인력배치가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러 상황을 종합해 보면 최근 대형마트를 찾는 고객이 점점 줄고 온라인이나 가까운 익스프레스(슈퍼마켓), 편의점을 찾는 고객이 늘어나는 가운데 홈플러스는 익스프레스 점포와 온라인 물류기능을 더한 풀필먼트센터로 하이퍼(대형마트) 인력을 계속 재배치할 전망이다. 이에 따른 전배 문제로 노사 갈등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