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다 죽지 않을 희망 담아 1천 대 차량행진 하자”
“일하다 죽지 않을 희망 담아 1천 대 차량행진 하자”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0.03.03 17:36
  • 수정 2020.03.03 1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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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중원대책위, “문중원 기수 100일 전 장례 위해, 일하다 죽지 않고 차별받지 않는 일터 만들기 위해 차량행진”
오는 3월 7일 과천경마공원에 모여 광화문까지 갈 계획
오는 3월 7일 1천대 희망차량행진 동참을 호소하는 故문중원 기수 부인 오은주씨(가운데)와 기자회견 참가자들 ⓒ 참여와혁신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오는 3월 7일 1천 대 희망차량행진 동참을 호소하는 故문중원 기수 부인 오은주씨(가운데)와 기자회견 참가자들 ⓒ 참여와혁신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다가오는 7일 전국 각지에서 죽음을 멈추는 희망자동차들이 과천경마장으로 모인다. 문중원 기수 죽음 100일을 맞아 일터에서 죽지 않고 차별받지 않기 위한 염원을 담은 공동행동이다.

1천 대 차량행진 공동행동은 ‘일하다 죽지 않게 차별받지 않게 2차 촛불행진 준비위원회’와 ‘고 문중원 경마기수 시민대책위’가 함께 기획했다. 두 곳은 지난 2월 22일 ‘죽음을 멈추는 2.22희망버스’를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심각하게 확산돼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희망버스 행사를 잠정 연기한 바 있다.

그럼에도 다시 같은 모토로 1천 대 차량행진을 계획한 이유는 지난 2월 27일 광화문 故문중원 기수 추모공간이 강제 철거당했기 때문이다. 철거 과정에서 유가족들은 물론 시민들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 이후 유가족과 시민대책위는 청와대 앞 기자회견과 108배도 경찰에 막혀 진행하지 못했다. 고인의 추모조차 폭력적으로 막는 현실에 차량행진을 한다는 게 시민대책위의 설명이다.

지난 2월 27일 강제 철거된 故문중원 기수 농성장 자리에는 대형 화분이 자리했다. ⓒ 참여와혁신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지난 2월 27일 강제 철거된 故문중원 기수 농성장 자리에는 대형 화분이 자리했다. ⓒ 참여와혁신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촛불행진 준비위원회와 시민대책위는 3일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죽음을 멈추는 1,000대 희망차량행진’ 계획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서 박승렬 NCCK인권센터 소장(목사)은 “공공기관이 먼저 노동자를 존중하고 시민을 존중하는 모습으로 환골탈태할 수 있게 희망차량행진을 호소한다”고 취지를 전했다.

故문중원 기수 부인 오은주 씨는 “죽어서는 안 될 남편의 죽음을 정부가 나서서 밝혀주기를 바랐지만 27일 강제철거로 답했고 이루 말할 수 없는 실망과 충격을 받았다”며 “마사회와 질긴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분노했다.

또한 “매순간 절박하고 바뀔 것이고 바뀐 길을 걸어 나갈 것”이라며 “일하다 죽지 않게 차별받지 않게 천 대의 희망차량으로 마음을 모아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순천에서 올라온다는 교사 신성식 씨가 영상통화를 통해 “민주시민을 가르쳐야 할 아이들에게 뭐라고 해야 할지, 개학해 아이들이 질문하면 뭐라 답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이 나라에 민주주의가 있는 것인지, 생명을 생각하는 곳인지 할 말을 잃었다”고 규탄했다.

더불어 “지역 시민들과 선생님들과 함께하려 한다”며 “노동자의 죽음을 외면하는, 문중원열사의 죽음을 외면하는 정부 책임 묻기 위해 3월 7일 많은 시민과 함께 투쟁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는 3월 7일 ‘죽음을 멈추는 1,000대 희망차량행진’은 과천경마장에서 시작한다. 오후 1시까지 전국에서 희망차량행진 참가자들이 집결한다. 오후 2시부터 차량행진을 시작하고 총 3개 경로를 따른다. 이낙연 예비후보 선거사무실 앞으로, 김낙순 마사회 회장 자택으로, 국회와 민주당사로 향한다. 전체 차량은 오후 4시까지 3군데 장소 행진을 마치고 광화문으로 모여 광화문-청와대-총리공관 일대에서 다시 차량행진을 시작한다.

계획 발표에 의하면 광화문 일대를 마비시키는 도로 위 주차 등의 행동은 하지 않는다. 대신 특정시각에 차량 경적 울리기 행동을 할 예정이다.

차량이 없는 사람들은 이낙연 예비후보 선거사무실에서부터 청와대 방면으로 10m씩 간격을 띄어 1인 피케팅을 진행한다. 차량 경적이 울리는 시각에는 함께 부부젤라를 불기로 했다.

이번 희망차량행진은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대면접촉을 피한 방식을 고민한 결과다. 1인 피케팅을 10m 간격으로 띄우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한편 시민대책위는 3월 2일 마사회 측과 교섭을 진행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시민대책위 관계자는 “마사회가 기존 입장을 고수해 교섭을 의미 있게 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마사회의 기존 입장은 법적 책임이 확인되지 않는 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유족보상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故문중원 기수의 유서에 등장한 갑질 당사자(마사회 간부)에 대한 수사 결과가 나와야 법적 책임을 질지 말지 결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음 교섭은 오는 3월 5일 진행된다.

지난 2월 27일 故문중원 기수 농성장이 강제 철거될 때, 최준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을 포함한 임원 8명은 이낙연 예비후보 선거사무소에서 농성을 시작했으며 현재까지 농성을 계속 진행 중이다.

시민대책위는 이낙연 예비후보 선거사무소에서 농성을 시작한 이유에 대해 “이낙연 예비후보가 국무총리 시절 목숨을 끊은 경마기수가 4명이나 되는데, 노동존중 정부에서 대책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랬던 국무총리가 유력 국회의원 후보로 부각되는 것은 물론 유력 대선 후보라는 점에서 문제(마사회에서 죽음이 끊이지 않는 문제)를 제기하기 위한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3월 3일로 故문중원 기수의 죽음은 96일째이고, 오는 7일은 100일째 되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