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정치] 석영철, “노동자와 함께하는 '국회 대표감시자' 되겠다”
[노동+정치] 석영철, “노동자와 함께하는 '국회 대표감시자' 되겠다”
  • 이동희 기자
  • 승인 2020.03.06 00:00
  • 수정 2020.03.05 1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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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창원 성산에 출사표 던진 석영철 민중당 경남도당 위원장

석영철 민중당 경남도당 위원장이 오는 4.15 총선에서 경남 창원시 성산구에 출사표를 던졌다. 창원시 성산구는 20년 가까이 ‘진보정치 1번지’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 지역이지만, 석영철 민중당 예비후보는 “당선에만 몰두하는 정치는 진정한 진보정치, 노동자정치로 볼 수 없다”며 “지금의 진보정치 1번지를 만든 창원 성산구 노동자와 서민의 피와 땀이 제대로 평가받아야 할 때”라고 밝혔다.

지난 3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민중당 경남도당 사무실에서 만난 석영철 후보는 “출마를 결심한 만큼 당연히 당선이 목표”라는 포부를 밝히는 동시에 “당락과 관계없이 민중당 경남도당과 내가 노동자들을 위한 진짜 진보라는 것을 보여 주겠다”고 강조했다. 소수정당이라는 한계에 부딪힐 때도 있지만, ‘왕도는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노동자와 함께하는 국회의원이 되고자 정진하는, ‘국회 대표감시자’가 될 것을 다짐하는 석영철 후보를 만났다.

석영철 민중당 경남도당 위원장. ⓒ 참여와혁신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석영철 민중당 경남도당 위원장. ⓒ 참여와혁신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진보정치 1번지’의 무게
“진정한 진보정치·노동자정치로 보답하겠다”

- 창원시 성산구는 ‘진보정치 1번지’라고 불리는 지역이다. 지역구 선거 출마를 결심한 배경은 무엇인가?

창원 성산이 진보정치 1번지로 불린 건 권영길 전 국회의원 당선 이후니까 벌써 20년 가까이 된다. 모두가 알다시피 창원 성산은 울산 북구와 함께 노동정치, 진보정치의 상징이 된 지역이다. 그러다 보니 창원 성산은 노동자 출신 국회의원이 돼야 한다는 묵계가 있어 출사표 던지는 게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20년 가까이 진보정치 1번지로 불렸던 관성 때문일까. 최근 진보진영이 착각에 빠져 있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 창원 성산이 진보정치 1번지가 된 것은 ‘이름값’ 있는 전 국회의원들의 역할도 있었지만, 진보정치 1번지의 근본적인 토대를 만든 건 창원 성산 곳곳에 서린 노동자와 서민들의 피와 땀이다. 그런데 지금 이 피와 땀이 어떻게 평가되고 있는가? 홀대받고 있지 않나.

진보정치 1번지라는 미명 아래 진보정치가 민주당과 동일시되고 있는 시대가 됐다. 너도나도 민주당으로 가고, 민주당과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당선에만 몰두하는 정치는 진정한 진보정치, 노동자정치라고 볼 수 없다. 이는 창원 성산 진보정치의 위기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진보정치 1번지를 만든 창원 성산구 노동자와 서민의 피와 땀이 제대로 평가받아야 할 때다. 이런 가치를 누군가는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정당하다면 알맞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고 봤다. 그래서 출마를 결심했다.

- ‘국회 대표감시자’라는 슬로건이 눈에 띈다.

KBS 창원에서 제작하는 ‘감시자들’이라는 프로그램에 고정 패널로 출연해왔는데, 출연하면서 전국 수많은 지역의 현안을 국민과 어떻게 나누고 호흡할 것인가를 많이 느꼈다. 시청률도 제법 높고 인기가 많은 프로그램이라 출연 이후 도민들이 많이 알아봐 주신다.

감시자라는 키워드와 슬로건도 이 프로그램 이름에서 힌트를 얻었다. 국회대표감시자가 되어 국회의원으로서 국회 내외부에서의 동물국회, 식물국회를 감시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지난 20대 국회를 생각해보면 최악이지 않았나. 제대로 된 법안조차 하나 처리하지 못했고, 여당은 최저임금법, 노동법 개악하면서 자본가들 눈치 보기 급급했다. 이번 코로나3법만 하더라도 이게 코로나 대응을 위한 법도 아니고, 행정조치를 법으로 옮겨 놓은 것에 불과한 국민우롱법이다. 이런 일이 계속 발생하는 건 국회 안에 ‘감시자’가 없기 때문이다. 제도권 정치에 물들어 ‘감시자’가 없는 국회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

- 노동계 출신 노동자 후보로서 가지고 있는 정치철학은 무엇인가?

학생운동을 하다 수배된 이후 1987년 12월 창원에 처음 발을 들였다. 이후 봉암단지 ‘마쯔꼬바’에 견습공으로 취직을 했다. 대기업에 취직할 기회도 있었지만, 영세공장 노동자들의 기름때 절은 군복바지와 손톱 밑 살갗 사이사이에 새까맣게 물 들은 기름때를 보면서 대기업 노동운동이라는 욕심을 버렸다.

그리고 1994년 영세공장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인 마창지역금속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이듬해 노조위원장을 지냈다. 이후 1998년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사무처장으로 본격적인 지역 노동운동에 뛰어들게 됐다. 늘 ‘낮은 곳에서, 소외된 곳에서의 노동운동’을 뿌리로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비정규직 노동운동을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가장 진보적인 노동운동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석영철 민중당 경남도당 위원장. ⓒ 참여와혁신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석영철 민중당 경남도당 위원장.
ⓒ 참여와혁신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 창원시 성산구 지역구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자들 모두 노동계 출신이다. 같은 노동계 출신으로서 어떤 차별점을 강조하고 싶은가?

이흥석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는 코리아타코마 출신이고, 여영국 정의당 의원도 통일중공업 출신이다. 둘다 대기업 출신이다. 이들과 비교했을 때 영세공장 출신인 나는 비정규직 노동자, 영세공장 노동자들의 관점에서 충분히 강점이 있다고 본다.

우리 사회는 낮은 곳에서의 노동운동, 첨예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그저 노동운동의 한 측면으로만 보는 경향이 있다. 덧붙여 자영업자를 노동자로 본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이런 발상 때문에 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을 자영업자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경향 역시 생기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을 급하게 올리면 자영업자들이 어려워진다’는 발상도 이 때문이다.

또 다른 차별점은 민중당의 ‘컬러(color)’다. 다시 말하면 ‘자주권’에 대한 관점이다. 한국 사회에서 노동과 자본 사이의 투쟁은 단순하지 않다. 복잡한 국제관계, 특히 미국 다국적기업의 태도에 의해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지 않나. 그런데 이 문제를 단순히 한국 사회 내부의 노사문제로 보고 해결 방향을 찾는 건 문제가 있다.

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가 한국지엠 사태다. 한국지엠 투쟁은 글로벌GM과 맞서는 투쟁이 돼야 하고, 그게 본질이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그에 맞는 정당한 요구를 해야 하고, 그게 불가능하다면 한국지엠을 과감하게 국유화 또는 공기업화하는 게 맞다. 이게 전략산업에 대한 국가의 의무이자 태도여야 한다. 진짜 진보정치와 노동정치를 말하는 사람이라면 이 ‘자주권’ 문제에 대한 답을 줘야 한다.

- 그동안 민중당은 소수정당으로서의 한계에 부딪히기도 했을 텐데, 소수정당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이 있다면?

사실 민중당 국회의원은 현재 울산 동구에 있는 김종훈 의원 혼자다. 김종훈 의원 혼자서 민중당의 노동정치, 진보정치를 실현하는 게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소수정당의 한계 극복에 왕도는 없다고 본다. 노동자들과 함께 싸워온 정당이 누구인지를 호소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현재 민중당 당원이 7만 명이 넘는데 그중 60% 이상이 노동자 당원이다. 특히,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택배노동자, 대리운전노동자, 마트노동자, 건설노동자 등 특수고용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대부분이다. 이 노동자들과 함께 돌파해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다.

지금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코로나19의 경우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이런 점도 함께 부각해서 홍보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방법도 중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민중당이 가장 잘하는 집요한 헌신성으로 국민에게 공공의료, 감염병 예방필수품 국가관리제 같은 대중적인 의제를 확산시키고자 한다.

창원의 새로운 바람
“창원을 다시 노동자의 도시로”

- 1987년 창원에 자리 잡은 이후 민주노총 경남본부 사무처장, 경남도의원 등을 거치며 지역의 역사를 오랜 기간 지켜봤을 텐데, 지금 창원에 필요한 변화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지난 세월 노동자의 투쟁 현장에는 거의 빠지지 않고 참석했었다. 도의원 시절에는 ‘건설노동자 체불임금방지조례’ 제정에도 힘을 썼고, 누구보다도 노동자들을 위한 도의원 시절을 보냈다고 자부한다.

창원은 노동자 도시다. 창원의 인구가 약 105만 명 정도인데, 이 중 15세 이상 인구가 88만 명 정도 된다. 취업자가 52만 명, 이 중 임금노동자는 40만 명 규모다. 성산구의 경우 임금노동자의 비율이 다른 창원 지역구보다 훨씬 높다.

창원시가 노동자 도시인만큼 노동정책은 중요하다. 그런데 역대 창원시장과 각 정부기관에서는 창원을 ‘기업하기 좋은 도시’라는 이미지로 알리고, 기업 중심의 정책을 펼쳐왔다. 문제는 이거라도 잘했으면 모르겠는데, 국제경제와 한국경제 흐름 속에서 기업들이 미래전망을 세우지 못했고, 마찬가지로 국가와 지자체도 불과 10년을 못 내다본 설계를 했다.

물론, 정책적 접근을 하지 못한 노동운동의 책임도 가볍지는 않지만, 잘못된 지역 설계가 조선산업, 자동차산업, 발전산업의 위기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 책임은 오롯이 노동자들이 지고 있다. 그 결과 자영업이 비정상적으로 팽창하고 있고, 제조업보다 판매서비스업 노동자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 노동자 도시에 심각한 위기가 온 거다.

거기다가 최근 마산로봇랜드, 진해 웅동복합관광레저단지, 마산해양신도시 등 창원의 개발사업들이 모두 물거품이 돼 지자체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창원시가 어떤 태도를 취할지가 중요한데, 경남도로부터 독립적인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과 전문성 부재가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즉, 지금 창원시가 맞닥뜨린 노동정책의 부재, 산업정책의 실패, 개발사업의 발목에서 벗어날 수 있는 도시발전 계획을 변화의 바람으로 가져와야 한다.

석영철 민중당 경남도당 위원장. ⓒ 참여와혁신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석영철 민중당 경남도당 위원장. ⓒ 참여와혁신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 이번 총선에서 창원 성산구 맞춤형 공약은?

사실 성산구만의 공약이라는 건 큰 의미가 없다. 창원시 분야별 정책, 또는 창원시 전체의 도시재생뉴딜사업으로 키워드를 가져가야 한다고 본다. 그럼에도 성산구만 본다면 아무래도 경남도에서 20대 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이기 때문에 청년 일자리를 핵심으로 가져가야 한다.

창원의 청년실업률은 사실상 은폐된 노동까지 포함하면 25%에 가깝다. 아주 심각하다. 청년실업률 자체도 심각하지만, 인재유출 문제도 심각하다.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아마 산업재편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생길 거다. 따라서 성산구의 청년고용노동정책이 창원시 전체를 견인하는 정책이 돼야 한다. 창원시에서 과감하게 청년노동국이나 청년노동과를 두고 이를 견인하는 데 힘써야 한다.

아울러 고용시장에서 청년노동자가 쫓겨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번 한국지엠 창원공장 비정규직 585명 해고처럼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가 해고되는 일을 막아야 하고, 불가피한 구조조정이 발생해 쫓겨나는 청년노동자들에게는 생계유지, 세금감면, 육아 및 보육, 임대료 지원 등의 한시적 보호 정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청년노동자를 고용시장으로 안내하기 위한 특단의 정책이 필요한데, 광주형 일자리 같은 상생형 지역일자리를 끌어오는 것이 아니라 전통산업과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범주 안에서 공기업을 창출할 필요가 있다. 신재생에너지 창원형 일자리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이런 고민도 하고 있다.

- 늘 그랬듯이 이번 창원 성산구 총선 ‘후보 단일화’에 대한 관심이 높다. 단일화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가?

사실 이제 창원 성산은 중요한 갈림길에 놓여있다고 생각한다. 선거 때마다 단일화 프레임에 갇혀서는 진보정치의 발전이 있을 수 없다. 문재인 정부 이후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 한국지엠 노동자 등 수많은 노동자들이 정부의 정책에 의해 위기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무원칙한 민주당과의 선거연대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눈앞에 떡이 커 보인다 하더라도 무원칙한 선거연대는 노동정치와 진보정치를 개량화시킬 거라고 본다.

더불어 과거 약속했던 ‘진보대통합’ 정신을 정의당이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선거 때마다 벌어지는 단일화 프레임에 얽매이지 않는 길이고, 노동자들의 기대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조건들에 동의한다면 단일화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얼마든지 이야기할 수 있다. 진보대통합 정신에 따라 어떤 국회의원이 당선되느냐가 더 중요하다.

- 21대 국회에 입성하게 된다면 어떤 국회의원이 되고 싶은가?

경남도의원을 지내면서 정한 원칙이 몇 가지 있다. 첫 번째가 ‘노동자 중심성을 버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도의원 당시 공공부문 비정규직 조직화에 전념했었다. 그때 일반노조에 1,000명 정도 조직 확대를 가져온 성과도 있었다. 국회의원이 되더라도 ‘노동자 중심성’을 잃지 않고 노동자들의 어려운 투쟁 현장에는 빠지지 않고 다닐 거다.

두 번째로 ‘가장 미시적인 접근이 가장 거시적인 접근’이라는 원칙을 가지고 인기 중심의 대형 이슈 몰이를 하지 않겠다. 철저하게 노동자와 서민 중심의 이슈를 가까이에 두려고 한다.

세 번째로 ‘제도권 정치에 타협하는 정치인이 되지 않겠다’는 결심도 있다. 사실 국회의원이라는 제도권 안에 들어가면 신분상으로 특수한 지위에 놓이지 않나. 그렇게 되면 우쭐하기 쉽고 자신도 모르게 현실과 타협을 하게 되고, 결국 진보와 노동의 원칙을 뒤로 하게 될 거다. 이런 일이 없도록 타협 없는 국회의원이 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민중당이 ‘자주통일’ 관점에 철두철미하지 않나. 이를 끊임없이 주장하고 설득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국회도 마찬가지다. 되고자 하는 국회의원이 앞에 설명한 모습이라면, 내가 국회에서 만들고 싶은 변화, 제정하고 싶은 법안은 ▲국회의원의 특권 폐지 및 축소 ▲행정체제 관련 법률 개편 ▲노동 관련 법의 진보적 재개정 및 노동정치의 강화 ▲무분별한 개발사업 금지법 등이다. 혼자의 힘으로는 어려울 거다. 국회 밖의 대중운동과 진보진영과의 공동의 노력으로 이를 끌어낼 것이다. 국회에서 많은 변화를 이루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