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금융권엔 여전히 '비정규직 = 여성채용'
제2금융권엔 여전히 '비정규직 = 여성채용'
  • 강은영 기자
  • 승인 2020.03.05 16:49
  • 수정 2020.03.05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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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금융노조, 사업장 상대로 실태조사 진행 결과 발표
채용 차별 실태 알리기 위한 ‘38초 영상 공모전’ 진행
사무금융노조가 진행한 '금융권 여성 임원 비율 실태조사 결과' 인포그래픽. ⓒ 사무금융노조
사무금융노조가 진행한 '금융권 여성 임원 비율 실태조사 결과' 인포그래픽. ⓒ 사무금융노조

제2금융권 여성노동자들의 유리천장은 여전히 단단하다.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진행한 금융권 여성채용실태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사무금융노조(위원장 이재진)는 5일 ‘제2금융권 여성 채용과 임원 비율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진행한 조사는 지난 2016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5번째다. 사무금융노조 산하 카드·저축은행·증권·보험·공공금융·상호금융 업종 등 90여 개 지부 중 실태조사에 응한 지부는 77개다.

조사에 응한 77개 사업장이 2019년 뽑은 신입사원은 총 2,552명이다. 이 중 여성은 1,413명(55.5%)으로 절반이 넘었다. 신입사원 중 비정규직 채용은 1,066명인데 이 중 812명(76.2%)이 여성이었다. 채용에서부터 여성에 대한 차별이 나타난 것이다. 제2금융권에 취직한 여성(1,413명) 중 비정규직 비율은 57.4%인데 반해, 남성(전체 1,139명) 중 비정규직(254명) 비율은 22.3%에 불과하다.

배나은 사무금융노조 여성차장은 “여성실태조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입사한 지 10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대리 직급에 머물고 있다는 여성 조합원들의 불만에서였다”고 할 정도로 제2금융권의 유리천장 문제는 심각하다.

이번 조사에서도 유리천장이 여전히 견고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조사에 참여한 77개 사업장의 올 2월 기준 전체 임원 1,349명 중 여성 임원은 단 65명(4.8%)뿐이다. 등기임원 546명 중 여성은 21명(3.8%)으로, 여성 임원 비율은 5%로 넘지 않는다.

관리직군 부문에서도 유리천장을 실감할 수 있다. 77개 사업장의 전체 부장직금 부서장 3,419명 중 여성은 246명(7.2%)이었다. 지난 2016년부터 전체 직원 중 여성 비율은 40%를 유지해왔지만, 관리자 비율은 10%를 넘지 못 하고 있다.

사무금융노조는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으로 직무별 직급별 채용과정에서 특정성별이 일정 수준 이하가 되지 않도록 정해야 한다”며 “승진 시 전체 승진대상자 중 여성을 해당 직급 여성의 비율만큼 포함하는 등의 할당제가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사무금융노조는 채용 및 승진 차별 실태를 적극 알리고자 올해부터 특별한 공모전을 진행한다. 금융권 여성 임원 비율 실태조사 결과를 주제로 한 ‘사무금융노조 38초 유리천장 영상 공모전’을 개최한다.

공모전에는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며, 여성 차별에 대한 문제의식을 자유롭게 ‘38초 분량의 영상’으로 응모하면 된다. 오는 3월 8일부터 5월 18일까지 접수를 받으며, 총 상금은 700만 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