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박싱] 이 주의 인물 : 김홍섭
[언박싱] 이 주의 인물 : 김홍섭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0.03.07 01:09
  • 수정 2020.03.09 0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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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강연기 #코로나19 #대학 #새내기들은어디로 #시간강사생존권

3월 첫 주, 평소 같았으면 대학가는 파릇파릇한 스무살 새내기들로 넘쳐날 때입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대학가도 점령했습니다. 개강이 연기되면서 북적북적한 풍경은 사라지고 스산한 한적함이 대학가에 자리 잡았습니다.

3월 첫째 주 언박싱 이 주의 인물은 30여 년 간 대학을 지켜온 김홍성 민주노총 전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위원장입니다. 코로나19로 개강이 연기되면서 학생들뿐만 아니라 한국대학의 사각지대인 비정규직 교수, 시간 강사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유일한 생계수단인 강사료 삭감에 대한 공포 때문입니다. 현재 코로나19가 불어닥친 대학가의 상황은 어떤지, 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교수님’께 지혜를 구해봤습니다.

ⓒ 한국비정규직교수노동조합
ⓒ 한국비정규직교수노동조합

먼저 언박싱 독자들에게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한국비정규직교수노동조합 위원장 김홍섭이자 올해로 34년째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치고 있는 시간강사다.

현재 영남대학교 경산캠퍼스에서 근무하신다고 들었다. 코로나19로 현재 대학은 어떤 상황인가?

코로나19 관리가 잘 되고 있을 때 지방 거점 국립대 부총장들이 모여서 개강을 3월 16일로 2주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그 후 연이어 대학들이 개강을 1~2주 연기했다. 그런데 31번 확진자가 나오고 코로나19가 대구경북지역에 급속도로 확산됐다. 지금 대구경북지역 대학은 3월 말까지 개강이 연기된 상태다.

교육부는 수업 방식을 강의실에서 면대면 방식이 아닌 원격 수업이나 과제물, 화상강의로 권고하고 있다. 그런데 교육부는 재택 수업의 반대 개념으로 ‘집합수업’을 말했다. 하지만 ‘집합수업’이라는 말은 없다.

여태껏 대학 강의 중 온라인 강의 비중이 상당히 확대돼 왔다. 온라인 강의가 사실은 학생들의 교육에는 별로 도움이 안 된다. 강의 중 20%까지로 온라인 강의 비중이 제한 돼 있지만 대학은 경비 절감을 위해서 꾸준히 온라인 강의 확대를 추진해왔다. 그럼에도 가장 효과적인 교육방식은 면대면 교육이다.

다만 지금 상황에서 여러 가지 방법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상황에서 판단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진정돼야지만 수업 진행 방침을 정할 수가 있을 것 같다.

온라인 강의가 늘어난 측면도 있지만, 대학에서 소규모 강의가 사라지고 대형 강의가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대형 강의가 늘어나면서 코로나19 대응에 취약해진 측면도 있는 것 같다

국공립 대학들이 강사법 예비시행 단계인 2019년 1학기부터 대형 강의를 많이 늘렸다. 2019년 8월 1일 전면 시행되고 공채 과정에서 사실상 ‘대량 해고’ 사태가 발생했다. 기존보다 시간강사 채용을 대폭 줄인 것이다. 이에 따라 대형 강의가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국공립 대학은 71명 이상 수강하는 강의를 대형 강의라고 하는데 비중이 많이 늘었다.

또 한 가지 측면은 유학생 관리 문제가 있다. 일부 중국 유학생들이 수업을 듣기위해 들어 온 대학도 있다. 그런데 관리가 많이 힘들다. 대학들은 유학생들이 2주 간 자가 격리 후에 음성 판정이 나야 오프라인 수업 참여가 가능하다. 이런 기간을 포함해서 코로나19가 안정이 돼야 정상적인 수업이 진행 될 수 있다. 그러나 누구도 코로나19 진정세를 예단 할 수 없지 않는가. 일부 언론에서는 3월 20일이면 대구경북지역에서 어느 정도 확진자 상승속도가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러나 예측일 뿐이다.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말씀하신대로 코로나19로 개강이 2주 이상 늦춰졌다. 이에 따라 시간강사들이 강의료 삭감를 우려 하는데 이유가 무엇인가?

교육부에서 학사운영 가이드라인 2월에 발표했다. 대학의 학사 일정은 고등교육법 시행령 11조와 14조에 의해서 운영돼야 한다. 1학점 당 최소 15시간 수강을 해야 학점이 인정되는 것이다.

교육부에서는 강사의 안정적인 처우를 위해 강사료를 정상적으로 지급하라고 지침을 내렸다. 정상적으로 3월 2일 개강을 하면 대부분 4월 5일에 강의료를 받는다. 그런 식으로 이번 경우에도 강사에게 강의료를 정상적으로 지급하라는 것이다.

단순히 개강이 늦춰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소 15시간 수강을 맞춰야하기 때문에 여름 방학이 단축될 수도 있긴 하다. 하지만 강사에게 강의료는 생활임금이다. 겨울방학 2달 동안 아무 수입이 없는 강사도 있다. 강의료가 지급 안 된다면 기댈 곳이 없다.

대학도 학생들의 등록금을 먼저 다 받았지 않나. 현재는 개강이 연기되는 국가적인 상황이기도 하며, 어찌됐든 법적으로 15시간 수강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시간강사에게 강의료를 정상적으로 지급하라고 교육부에서 지침을 내렸다.

시간강사들의 우려 밑에는 강의시간에 따라 급여를 받는 비정규직 고용형태가 있는 것 같다

한국사회에서 비정규직이 문제라지만, 사실 비정규직의 원조가 강사다.(웃음)

항간의 말을 들어보니 개인적인 대응이 주를 이루는 것 같다. 어떤 교수는 미리 과제를 내주는 반면 어떤 교수는 방치하거나 온라인 수강으로 돌리는 등이다. 대학 차원에서는 코로나19 대비를 어떻게 하고 있는가?

온라인 강의 시스템 갖추고 있는 대학은 강의를 촬영하는 등 시스템적으로 지원한다. 대학에 따라서 각자 알아서 하라고 말하는 곳도 있다. 획일적으로 교육부에서 지침이 내려간다고 하더라도 대학은 자율성을 가지고 있기에 학사 지침을 스스로 정한다.

이런 상황에서 강사들은 불편이 많다. 현재 경북 경산에 12개 대학이 있다. 온라인 시스템이 있고, 대학 강의실에 가서 촬영 한다고 해도 굉장히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다. 자택에서 녹화를 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던데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 더욱이 강사들이 그런 시스템에 익숙한 것도 아니다. 이건 전임 교수들도 마찬가지다.

대학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는가?

일단 코로나19가 진정단계로 들어가야만 실효적인 대책을 만들 수 있다. 현재는 어떤 대책을 내놓는다고 해봐야 코로나19가 계속 확산세를 유지하게 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성급하게 어떤 대안을 제시하기보다는 한 달 정도 수업이 연기된다고 하더라고 지켜보는 게 필요하다. 여름 방학 단축하는 등 필요시수를 채울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지금 상황에서 아무리 신의 한수를 제시한다 한들 코로나19가 확대되면 방법이 없다.

개인적으로 현재 나오는 대안 중에는 과제물 활용 수업이 그나마 좀 나은 방법이 아닌가 생각한다. 수업교안과 과제를 주고 보고서를 제출받는 방식이다. 물론 일부 과목들은 온라인으로 들을 수 있다. 하지만 80% 이상의 수업이 강의실에서 진행된다. 더불어 K-MOOK(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 등 온라인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는 교수나 강사들이 적다.

마지막으로 조합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현재 거의 재난 수준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와 있다. 언론에서도 강조하지만 본인의 건강관리는 스스로 지켜나가야 한다. 국가도 안내만 할 뿐 개인위생은 자기가 지켜야 한다. 만일 코로나19에 감염된다면 타인에게 굉장히 폐를 끼치는 것이다. 그런 것들 때문에 조합원, 교원들도 신경을 무척 많이 쓴다. 개인 건강을 철저히 지켜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