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돼 치르는 장례, 문중원 기수가 남긴 것들
100일 돼 치르는 장례, 문중원 기수가 남긴 것들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0.03.07 15:06
  • 수정 2020.03.07 1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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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대책위, “문중원 투쟁 끝나지 않아...마사회 제대로 된 공공기관으로 만드는 투쟁할 것”
7일부터 서울대병원서 장례식과 추모제... 9일 아침 발인

지난해 11월 29일 목숨을 끊은 부산경남경마공원 소속 문중원 기수의 장례를 100일 만에 치른다.

7일 오전 11시 ‘문중원 민주노총대책위’와 ‘故문중원 시민대책위’가 광화문에 자리한 故문중원 기수 시민분향소 앞에서 ‘문중원 기수 죽음의 재발방지를 위한 합의’에 대한 입장과 장례 일정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양 대책위와 한국마사회는 6일 오후 8시경 ‘부경경마공원 사망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합의’를 했고 문중원 기수의 장례를 치를 수 있게 됐다. 양 대책위와 유가족은 문중원 기수의 죽음까지 포함한 7명의 기수와 말관리사의 죽음이 불합리한 마사회 구조와 무한 경쟁을 유발하는 경마 시스템에 있다고 보고 제도 개선 없인 장례를 치르지 않기로 한 바 있다.

기자회견에서 故문중원 기수 부인 오은주 씨는 “길고 긴 싸움이 끝났다”며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을 잃었지만 99일 동안 잊지 못할 인연을 만났다”는 이야기와 함께 “일상으로 돌아가 투쟁으로 더 강해진 엄마가 되려한다”고 심경을 전했다. 한편 “사과 한 마디 없는 문재인 정부, 사람이 먼저라고 말하고 노동존중을 이야기했던 문재인 정부의 촛불은 꺼졌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7일 '문중원 기수 죽음 재발방지를 위한 합의'에 대한 입장과 장례 일정을 발표한 기자회견에서 부인 오은주 씨가 흐르는 눈물을 훔치고 있다. ⓒ 참여와혁신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7일 '문중원 기수 죽음 재발방지를 위한 합의'에 대한 입장과 장례 일정을 발표한 기자회견에서 부인 오은주 씨가 흐르는 눈물을 훔치고 있다. ⓒ 참여와혁신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문중원 기수 장례 이후 故문중원시민대책위는 ‘마사회 적폐권력 해체를 위한 대책위원회’로 전환한다. 마사회에서 노동자 죽음(문중원 기수 포함 7명의 기수·말관리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음)이 계속 일어나지 않기 위해 근본적 이유를 파악하고 제도 개선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2017년 말관리사 박경근·이현준 씨 죽음 이후 마사회와 공공운수노조는 문제로 지적된 마사회 불합리 구조와 과도한 업무 부담 개선에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합의가 제대로 작동 되지 않고 문중원 기수의 죽음으로 돌아왔다는 게 시민대책위의 분석이다.

따라서 문중원 기수의 죽음으로 만들어진 합의문의 내용이 얼마나 지켜질지에 따라 마사회에서 또 다른 죽음이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마사회 적폐권력 해체를 위한 대책위원회’로 전환한 시민대책위가 향후 집중할 과제이기도 하다.

합의문 제1조 연구 용역 부분을 살펴보면 부산경남 경마시스템의 배경 및 현황분석과 경마관계의 계약관계와 업무실태를 연구 과제로 상정했다. 이는 한국의 경마제도를 분석하고 경마 기수와 말관리사의 노동실태(다단계 계약 구조, 특수고용노동자 신분 등)을 조사해 제도 개선책을 내놓겠다는 뜻이다. 연구 결과는 정부에 보고되고 실행 가능한 제도개선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합의문 제3조에는 경마 기수의 월 소득 관련한 개선안도 담겼다. 경마 기수의 소득이 순위 상금에 따라 변동 폭이 너무 크고, 상금을 타기 위해 아픈 몸을 이끌고 경주에 나서거나 경주에 나설 수 있게 비위 행위도 벌어지기도 했다. 조교사 심사에 대한 투명성을 확보하는 안도 담았다.

이것 외에도 시민대책위는 기자회견에서 또 다른 과제도 발표했다. 지난 2월 27일 벌어진 문중원 기수 농성장 강제 철거에 대한 청와대로부터 사과, 부산경남경마공원 기수들이 낸 노조설립신고서 수리 등이 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시민대책위는 “마사회가 사회공헌사업이나 도박 피해를 근절하기 위한 노력은 기울이지 않고 매출을 올리는 데만 혈안이 돼 온라인경마와 화상경마장 확대 시도했다”며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 허위자료를 제출하기도 하고 공공기관 고객만족도 조작을 한 마사회가 제대로 된 공공기관 역할을 하기 위한 싸움을 계속 할 것”이라고도 전했다.

문중원 기수의 장례는 3월 7일부터 9일까지 3일장으로 치러진다. 장례 명칭은 ‘한국마사회 적폐권력 청산 문중원열사 노동사회장’이다. 장례식장은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2호실이고 7~8일 18시에는 추모제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연다. 9일 아침 발인을 시작해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노제와 영결식 후 양산 솔밭산 공원묘원에서 하관식을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