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산업 老人天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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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여와혁신
  • 승인 2004.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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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노동자의 노동력 손실

생산성-임금간 격차 심화

Issue in IssueⅠ이것이 현실이다


조선, 철강, 자동차, 석유화학 등 주요 제조업 인력의
고령화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수출과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대기업 위주의
이들 제조업 인력의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국가경제의 성장잠재력 손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제조업 종사자의 평균 연령은 94년 34.0세에서
2002년 36.3세로 2.3세가 높아졌다.
제조업의 취업구조가 1993년에는
△20대 이하 34.9% △30대 35.9%△40대 17.7%
△50대 이상 11.5% 등에서 2003년에는 △20대 이하 21.9%
△30대 32.2%△40대 30.5% △50대 이상 15.5% 등으로
변화돼 40대가 노동력의 중추세력으로 등장한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4월 발표한

‘고령화가 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전략’에 따르면

지난 2000년에 37~39세이던

조선, 신발, 철강, 섬유 등 전통 제조업 노동자의
평균연령이 불과 2년만에 38~41세로 1~2세 높아지는 등
지속적인 상승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의류와 고무, 플라스틱, 조선, 섬유업은

93~2002년 사이에 평균 5~6세 가량 증가하며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첨단제조업인 반도체, 통신장비업과 컴퓨터 관련산업의
경우 이 기간에 각각 2.6, 2.0세 증가에 그쳤으며
정보처리ㆍ소프트웨어나 오락ㆍ문화 등 서비스산업에서는
평균연령이 각각 1.5, 0.6세 감소했다.

 

기업 규모별로 살펴보면 중소기업의 경우
94년부터 2002년까지 평균 연령이 1.5~1.9세 늘어나는 데
그쳤으나 대기업은 2.9세가 증가했다.
대기업의 고령화 속도가 빠른 것도

수출과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제조업 대부분이

대기업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조선 가장 빠르고 자동차, 화학 불혹 문턱에
◆ 조선 = 조선업은 최근 10년간 평균 연령이 5.6세나 늘어 41.5세로 가장 높다. 현대중공업의 생산직 평균 연령은 43.6세, 생산직 인력 1만 6951명 중 40대 이상이 무려 73%에 달한다. 대우조선해양도 생산직 평균 연령이 42.9세, 조선업체 중 가장 ‘젊은’ 현대미포조선도 39세로 40대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고령화가 빨라지면서 장기근속자 증가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조선업계의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때문에 조선업계는 생산직의 경우 핵심인력을 제외하곤 협력업체를 통한 ‘아웃소싱’에 대부분 의존해왔다.

인건비 부담뿐만 아니라 ‘젊은 피’가 돌지 않아 조직의 경직화가 우려되고 있다. 조선업종 생산직 인력의 고령화와 인원 감축은 세계적인 추세여서 신규인력 고용 전망이 밝지 않은 편이다.

 

조선공업협회의 한 임원은 “조선업은 필요한 직무기술을 축적하는데 적어도 5~10년이 걸리기 때문에 인력구조가 20∼50대로 적절히 유지되지 못하면 미숙련 노동자만 양산하게 돼 생산성과 품질이 떨어지게 된다”고 경고한다.

◆ 자동차 = 자동차산업의 고령화 속도도 빠르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생산직의 평균 근속연수가 14.7년에 달한다. GM대우차 생산직 노동자의 평균 연령이 38세, 업계에서 가장 ‘젊은’ 기아차도 34.8세다.

 

단순조립 컨베이어 라인이 대부분인 자동차업계는 고령화에 따른 근골격계 질환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근골격계 질환이 노동력의 손실뿐만 아니라 노사 간의 쟁점으로 비화되고 있는 것.

현대자동차 노조는 2004년 임금협상에서 별도요구안으로 주간연속 2교대 도입을 제시했다. 결국 이 문제는 노사 양측이 장기적으로 검토하자는 데 동의하는 수준에서 막을 내렸으나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고령자의 건강 문제가 쟁점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게 업계 노사 모두의 전망이다.

기업 내부의 노동시장 발달도 가속화된다. 신규채용은 거의 중단되는 반면 하청노동자 투입이 대폭 증가하면서 비정규직 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2000년에는 정규직 채용이 97명이었던 반면 하청 노동자 투입은 1999년 1808명에서 2000년에는 3522명으로 1709명이 늘었다. 증가율은 94.5%에 달한다.

 

늘어난 비정규직 중에는 명예퇴직 후 사내하청을 통해 다시 입사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고숙련인데 반해 임금은 정규직의 3분의 1 수준이어서 노사간 갈등의 핵으로 등장하고 있다.

◆ 화학 = 화학산업은 노동자 평균연령이 34.7세로 전통산업 중 고령화가 가장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화학 산업 내에서도 편차가 심하다. 의류와 고무·플라스틱의 경우 고령화 현상이 급속도 진행, 평균연령이 1993년 33.0세에서 2000년 37.2세, 2002년 39.2세를 기록해 10년 사이 6.2% 높아졌다.

석유정제업종은 1993년 평균 34.6세에서 2000년 35.8세, 2002년 36.9세로 2.3% 상승했다. 주요 기업을 살펴보면 LG화학이 38.5세, SKC는 39.9세, SK(주)는 37.6세,  LG정유 38.7세 등으로 대부분 업체들이 심각한 고령화현상을 보이고 있다.

 

화학업체들의 경우 고령화로 인한 인사적체가 복병으로 등장하고 있다. SK(주)의 경우 97년 이후 정규직 직원을 한 명도 채용하지 않은 결과 96년 입사자가 여전히 ‘막내’노릇을 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인사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이 만족도 저하와 노-사간, 노-노간 갈등을 번질 가능성마저 안고 있다.

반면 화학·섬유업종은 1993년 32.9세에서 2000년 35.4세, 2001년 36.0세로 높아지다가 2002년 34.7세로 다시 낮아져 1.8%에 그쳤다. 한국화섬협회 관계자는 “섬유·고무 등 이미 사양단계에 접어든 산업의 고령화 현상은 불가피한 것”이라며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 철강 = 1994년 철강산업 근로자의 평균연령은 37.6세였지만 2002년에는 39.7세로 2.1세 늘어났다. 일본의 경우는 1994년 42.6세에서 42세로 오히려 0.6세가 낮아진 것과 비교하면 사뭇 다른 움직임이다. 작업환경상 고열과 분진, 소음이 많이 발생되는 철강업계는 고령노동자의 집중력 저하로 인한 산재가 빈발함에 따라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2000~2001년 철강업체 작업현장에서 발생한 산업재해자를 근속연수별로 구분한 결과 전체 재해 발생자 415명의 절반이 넘는 223명(53.7%)이 ‘근속 10년 이상’의 숙련공이었다.

한국경제, 역동성 떨어질라
제조업을 대신할 서비스 산업의 발전 속도가 선진국에 크게 못 미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 제조업 노동자 고령화는 한국경제의 미래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다.

기업들은 생산직 노동자의 연공급 중심의 임금체계를 위험요인으로 지적한다. 고령자들의 숙련과 고급기술은 생산성에 플러스 요인이 되지만 임금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경우 고령자들의 장점을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이다.

S중공업 관계자는 “인건비가 매출원가의 20%를 넘어서고 있다”면서 “조선업의 경우 인건비가 15%를 넘어가면 경쟁력에 타격이 온다고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때문에 최근 들어 은행권을 중심으로 도입된 임금피크제가 생산직에서도 논의되고 있다. 지난해 대한전선이 제조업 사업장으로서는 처음으로 이 제도를 도입한 데 이어 올해 현대중공업 단체협상에서 회사가 임금피크제를 제안했으나 노조 반대로 일단 보류된 상태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의 박삼현 수석부위원장은 “조합원들의 정년보장이 가장 큰 관심사고 회사도 인건비 부담을 지속적으로 호소하고 있어 조만간 이 문제가 노사 간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제조업의 경쟁력 약화는 수출경쟁력 하락과 제조업 공동화를 가속화시키고 신규인력 채용의 기피로 실업률까지 높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우려가 크다.
또한 대부분의 제조업은 필요한 직무기술을 축적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인력구조가 20∼50대로 적절히 유지되지 못하면 미숙련 노동자만 양산하게 돼 생산성과 품질이 떨어지게 된다. 전문가들은 한국경제의 역동성은 사라지고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는 초저성장 구조의 늪으로 빠질 우려가 있다고 경고한다.

업종별 특성에 따른 고령화의 문제도 다르게 드러나지만 이들 제조업의 공통 쟁점은 ▲고령노동자의 건강 및 생산성 유지 ▲생산성과 임금간의 괴리 해소 ▲ 고령노동자의 기술적·사회적 숙련 활용방안 등으로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