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우의 부감쇼트] ‘연대’라는 공간
[임동우의 부감쇼트] ‘연대’라는 공간
  • 임동우 기자
  • 승인 2020.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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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말로 버즈 아이 뷰 쇼트(bird’s eye view shot).
보통에서 벗어난 시각으로 세상을 관찰하고 싶습니다.
임동우 기자 dwlim@laborplus.co.kr
임동우 기자
dwlim@laborplus.co.kr

나이 서른을 넘기다보니 관심사가 바뀌었다. 10대에는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땅을 보고 걸었고, 20대에는 배려할 새도 없이 앞만 봤지만, 요즘은 주위를 관찰하게 된다. 이 시절에 가장 많이 둘러보는 건 나를 둘러싼 공간이다.

공간의 중요성을 느끼는 요즘이다. 지난 날 20대의 나는 밴드 합주실을 개조하여 탄생한 갈현동 지하작업실에서 몇 개월을 친구들과 보낸 적이 있다. 간단한 러닝코스로 서오릉을 찍고 올 수 있었던 그 공간에서 나는 많은 것들을 꿈꾸고 생각했다. 3평 남짓한 공간에는 제습기가 봄부터 가을까지 돌아갔고, 자전거가 들어와 있었으며, 무엇보다 음악이 온종일 흘러나왔다. 그때의 나는 자전거를 타며 맞는 부드러운 바람을 좋아했고, 무엇보다 음악을 사랑했다. 돌이켜보면, 공간이 사람을 닮기보다 사람이 공간을 닮는 것만 같다.

요새 유튜브에 접속하면 ‘EBS컬렉션’ 채널의 ‘집 더하기 삶 – 건축탐구 집’이라는 코너를 주로 보는데, 20분이 훌쩍 지나간다. 서울 창신동에 5평 부지를 사서 4층 건물을 세우고 사는 신혼부부의 집, 세월호 참사 이후 지리산 자락에서 아이들을 교육하며 사는 교육자 부부의 집, 개와 고양이를 사랑하는 부부의 집 등 각자의 라이프 스타일을 담은 공간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한 지붕에 3대가 함께 사는 ‘ㅁ’자 집이다. 가운데 마당을 두고 현관을 두 곳에 배치해 각자의 공간을 분리시켜 둔 집이었는데, 내가 이 집을 유독 기억하는 까닭은 가족 구성원이라는 관점에서 벗어난 ‘한 인간에 대한 이해’가 공간에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치매 걸린 할머니와 아들부부와 손자가 같이 살면서도 개인의 가치를 존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를 통해 ‘연대’가 ‘서로 떨어진 듯, 먼 듯, 가까운 듯’ 개인과 공동체의 역할이 분리된 곳에서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노동의 연대’는 어떨까? 87년 이후 30년이 지난 지금에도 혁명적 레토릭을 반복하는 오늘, 여전히 ‘연대’의 거대한 이면에 쉽게 짓밟히는 ‘개인’이 있는 건 아닌지, 기업이 노동자에게 가하는 권위주의적 통치 체제가 ‘연대’라는 공간 안에서도 답습되고 있는 건 아닌지 묻고 싶다. 사람은 공간을 닮는다. 노동도 연대도 개인의 가치를 존중하는 집단 속에서 더욱 발전할 수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