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끊긴 32만 방문요양보호사, 대책은 어디에?
일 끊긴 32만 방문요양보호사, 대책은 어디에?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0.03.09 18:10
  • 수정 2020.03.09 1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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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서비스노조 "복지부 지침에 방문요양보호사만 누락"
9일 오전 정론관에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요양서비스노조가 '코로나19 대책 요양보호사 배재에 대한 규탄 및 안전, 생계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 중이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9일 오전 정론관에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요양서비스노조가 '코로나19 대책 요양보호사 배재에 대한 규탄 및 안전, 생계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 중이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광주 북구에서 재가방문요양보호사(방문요양보호사)로 일하는 박은영(가명·54) 씨는 지난 2일 방문요양센터(센터)에서 온 전화를 받았다. 돌보던 치매노인의 아들이 코로나19 감염이 걱정되니 요양서비스 중지를 요청했다는 내용이었다. 전화 한 통으로 은영 씨는 잠시 쉬게 됐다. 일을 못 한 지 일주일밖에 안 됐지만 잠시가 얼마나 길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코로나19보다 두려운 불확실성을 전제하고 생각해봤다. 보험료, 아파트관리비 등 고정 지출이 빠져나간 뒤 조금씩 모아뒀던 돈을 생활비로 쓰면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미래를 예상하거나 계획하기가 어려우니 막막하기만 하다.

코로나19로 인한 '잠시 멈춤'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불확실한 가운데 감염을 걱정하는 수급자들의 서비스 중단 요청으로 일이 끊긴 방문요양보호사들이 정부에 차별 없는 생계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위원장 김미숙, 이하 요양서비스노조)은 9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두 차례 긴급 장기요양 급여 지침을 시행하면서 시설·주야간보호센터·재가방문사회복지사 지침은 마련했으나 재가방문요양보호사에 대한 지침이 누락됐다"며 "정부는 배제와 차별이 아닌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센터에서 연결해주는 노인 수급자를 맡아 돌보는 방문요양보호사들은 센터나 수급자의 일방적인 통보로 원치 않는 실업 상태에 몰리고 있다. 이미영 경기지부 지부장은 "어느 요양보호사는 밤 11시 30분이 넘어서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는 전화를 받았다"며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요양보호사들은 생계를 걱정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요양서비스노조는 코로나19로 인한 정부의 요양보호사 대책에 방문요양보호사는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김미숙 위원장은 "요양서비스노동자 48만 명 중 방문요양보호사는 32만 명(67%)으로 이들이 있기에 장기요양제도가 유지되고 있지만 정부 대책에는 배제되어 있다"며 "보건복지부는 방문요양보호사 대책이 없는 이유에 반드시 답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월60시간 미만 단시간 노동자이기에 4대보험 등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방문요양보호사들은 보건복지부의 장기요양 산정 지침에라도 이들을 포함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문요양보호사는 수급자와 연결해주는 센터로부터 국민건강보험공단(85%)의 돈과 수급자의 자기부담금(15%)으로 구성된 급여를 받는데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센터에 생계 대책 관련 예산을 안 주면 센터에서는 "돈이 없다"며 나 몰라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방문요양보호사의 어려움은 이야기 들었다"면서도 "이들은 일한 시간만큼 임금을 가져가는 구조다. 의료 행위를 하지 않았는데 수가를 줄 수 없듯이 요양서비스 제공이 없었는데 수가를 지급할 수 있는 근거가 없어 대책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지난 6일 발표된 3차 코로나19 관련 한시적 장기요양급여비용 산정 지침에는 방문요양보호사에 대한 대책이 일부 추가됐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3년 이상 근무하면 매월 지급하는 장기근속 장려금이 있다. 이 장려금의 선정 요건이 원래는 월60시간 이상 근무인데 3차 지침에는 2, 3월에 각각 월30분 이상 60시간 미만 근무한 경우도 장려금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