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순의 얼글] 코로나19로 시작한 몇 가지 고민
[박완순의 얼글] 코로나19로 시작한 몇 가지 고민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0.03.11 11:37
  • 수정 2020.03.11 1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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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순의 얼글] 얼굴이 있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이왕이면 사람의 얼굴을 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언제 끝날지는 모르겠지만 끝난다면 우리 사회는 다시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물론 돌아갈 일상이 마냥 평온했고 안정적이며 행복한 삶이었다고는 단정 지을 수 없겠으나 지금의 긴급한 상황보다는 나을 것이다.

우리 사회가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더라도 몇 가지 변화의 조짐들을 안고 돌아갈 것이라 본다. 코로나19로 변한 지금의 일상이 우리 사회가 마주할 가까운 미래나 먼 미래의 희미한 예고편이라고 생각한다. 희미한 예고편을 바탕으로 몇 가지 변화 조짐들 중 노동에 대해 고민해봤다.

일하는 방식이 변할 것이라 고민해봤다. 재택근무의 실현 가능성(모든 요일의 재택근무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긴급한 대응이고 사무직이라는 특정 형태의 노동만 실행했다는 한계도 명확하다. 재택근무로 인한 손실비용에 대한 검증도 필요하다. 그럼에도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민간기업도 재택근무를 도입했다는 점에서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나아가 노동시간 단축의 가능성도 엿볼 수 있다. 야근하지 않고 칼퇴근을 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고 실제로 노동시간 단축을 하는 곳도 있다. 이러한 노동이 개별 기업에 큰 타격이 없다면 실제 노동시간 단축과 연관해 우리 사회가 고민해 볼만 하다. 주5일제 근무가 아닌 주4.5일제 근무도 생각해볼 수 있다. 만약 너무 한시적인 조치고 이 또한 사무직종에만 국한된 것이라 그런 고민이 터무니없다 할지라도 습관적으로 야근했던, 집중해 근무하지 못했던 우리 사회 노동의 문화 정도는 되돌아볼 수 있다.

노동자의 건강권에 대한 인식도 달라질 것이다. 아파도 참고 일하라는 회사의 유무형의 압박과 아파도 참고 일해야 하는 것이 미덕인 문화의 압박에서 자유로워지고 있다. 이제 노동자가 아프면 사회적으로 손실이라는 것을 노사 모두 확실히 체감했기 때문이다.

노동자의 건강을 위한 노동 환경에 대해서도 인식 변화가 있을 것이다. 콜센터에서 벌어진 코로나19 감염으로 ‘다닥다닥’한 노동 환경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왔다. 각종 폐기물을 처리하는 청소노동자들의 노동 환경이 열악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건강하게 노동할 수 있는 노동 환경 조성이 새삼 다시 중요해졌다.

이외에도 산업적으로도 고민해볼 부분이 생겼다. 코로나19로 두 영역의 노동이 중요하게 부각됐다. 물류산업의 노동과 공공부문의 노동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상황 속에서 유일하게 물류서비스가 활성화됐다. 이제 휴대폰과 인터넷 사용에 불편함을 느꼈던 세대들도 생각보다 편리하다는 걸 체감했고, 생각보다 인터넷구매 물품이 질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코로나19가 끝나도 전 연령이 인터넷을 통한 구매를 더 활발히 할 것이고 물류서비스 산업(택배, 플랫폼기반 배달 노동자 등)은 더 커질 것이다.

한편 공공부문 노동의 중요성을 다시 온 국민이 체감했다. 시민들이 몸으로 느낀 것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시민들은 공공서비스 체계가 세밀하게 짜여 있어야 공공부문의 노동이 본인들을 위해 능동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알게 됐고, 공공부문 노동의 사회적 가치를 느꼈다. 또 하나는 공공부문 노동자가 고생하는 것을 보고 공공부문 노동자 중 특히 공공의료 분야, 재난에 대응하는 분야에서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단순히 공공부문 노동을 비용 문제로만 바라봐서는 안 되는 이유도 생겼다.

코로나19가 던져준 고민거리는 노동 말고도 많다. 중앙정부의 역할, 지방정부의 역할, 휴교로 학교를 가지 않는 아이들은 부모 없는 집에서 혼자 있어야 하는지, 종교에 맹목적으로 빠진 사회는 과연 건강한지 그래서 뭐가 더 필요한지, 근본적으로 인간에게 종교는 무엇인지 등.

코로나19 대유행은 언젠가 종식될 것이고 우리 사회는 다시 평온한 일상을 맞이할 것이다. 코로나19가 남긴 흔적들을 다시 평온한 일상에서 구체적으로 들여다봤으면 한다. 코로나19로 우리 사회의 미래를 잠시나마 봤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