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긴급돌봄’ 정책 화살은 비정규직 돌봄전담사에게
코로나19 ‘긴급돌봄’ 정책 화살은 비정규직 돌봄전담사에게
  • 이동희 기자
  • 승인 2020.03.11 15:05
  • 수정 2020.03.11 1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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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희 돌봄전담사의 편지] “돌봄전담사도 위험으로부터 보호 받을 권리 있어”
민중당은 11일 오전 11시 서울시 중구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에서 ‘코로나19 사태, 차별받는 비정규직 노동자 증언대회’를 개최했다. ⓒ 참여와혁신 이동희 기자 dhlee@laborplus.co.kr
민중당은 11일 오전 11시 서울시 중구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에서 ‘코로나19 사태, 차별받는 비정규직 노동자 증언대회’를 개최했다. ⓒ 참여와혁신 이동희 기자 dhlee@laborplus.co.kr

코로나19로 인해 교육 현장은 사상 초유의 개학연기 사태를 맞았다. 정부는 가정보육이 어려운 맞벌이가정 자녀를 대상으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긴급돌봄’ 정책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돌봄 노동의 책임이 비정규직 돌봄전담사에게만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11일 오전 11시 서울시 중구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코로나19 사태, 차별받는 비정규직 노동자 증언대회’에 참석한 최은희 돌봄전담사는 “정부는 긴급돌봄 정책을 발표하면서 교직원 전체가 다함께 비상대응체계로 운영한다고 했지만 현실은 달랐다”며 “돌봄이라는 단어 사용으로 인해 정규직인 교사는 역할분담을 회피하고 있고 비정규직인 돌봄전담사만 그 책임을 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아래는 이날 증언대회의 최은희 돌봄전담사 발언 전문이다.

최은희 돌봄전담사. ⓒ 참여와혁신 이동희 기자 dhlee@laborplus.co.kr
최은희 돌봄전담사.
ⓒ 참여와혁신 이동희 기자
dhlee@laborplus.co.kr

“저는 초등학교 돌봄교실에서 돌봄전담사로 일하고 있는 시간제 비정규직 노동자입니다. 초등학교 돌봄교실은 평소 맞벌이가정의 부모를 대신하여 정규수업 종료 후에 돌봄이 필요한 아동이 안전하고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학교에서 운영하고 있는 돌봄프로그램입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면서 돌봄교실에 대한 수요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추세로, 맞벌이 시대에 아동을 위한 돌봄노동은 이제 없어서는 안 될 필수 노동이 됐습니다.

지난 2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대구·경북을 기점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자 교육부는 감염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 사상 초유의 개학 연기를 단행하였고, 그 대책으로 긴급돌봄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긴급돌봄 정책은 개학연기를 하게 되면서 정규수업을 하지 않는 시간에 돌봄이 필요한 아동에게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취지의 정책으로, 교직원 전체가 다함께 비상대응체계로 운영한다고 하였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돌봄이라는 단어 사용으로 인해 정규직인 교사는 역할분담을 회피하고 있고 비정규직인 돌봄전담사만 그 책임을 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먼저, 가장 심각한 문제는 교육부는 아동과 교직원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고 안전이 담보된 환경에서 긴급돌봄을 제공한다고 발표했지만, 실상은 달랐습니다.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이 조사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돌봄교실 안전대책 및 운영에 관한 설문조사’를 보면 돌봄교실의 안전대책은 낙제 수준입니다.

돌봄교실의 손소독제, 마스크, 체온계 등 안전 물품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42.4%만이 ‘완벽하게 구비되어 있다’고 응답하였고, 나머지 57.6%는 ‘일부 구비되어 있다’, ‘전혀 구비되어 있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방역 또한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 번도 실시되지 않았다’고 대답한 비율이 무려 43.3%에 달한다는 것은 매우 충격저인 사실입니다. 생명을 위협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아동과 돌봄전담사는 위험에 무방비에 노출되어 있고 언제 감염될지 모르는 것이 현실입니다.

두 번째 문제점으로는 정규수업의 공백으로 생긴 긴급 돌봄임에도 불구하고 어디에도 담임교사의 역할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긴급돌봄에 ‘돌봄’이라는 단어 사용으로 인해 정규직인 교사는 역할 분담을 회피하여 자율연수 또는 재택근무를 하고 있고, 비정규직인 돌봄전담사만이 그 책임을 모두 떠안고 있는 상황입니다. 돌봄전담사도 코로나19가 무섭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감염병의 위험에서 정규직은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고 비정규직은 안전조차 보장받을 수 없는지 묻고 싶습니다. 안전과 생명을 보호받는 데 있어서는 절대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될 겁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증명되었듯이 아동 돌봄의 사회적 역할이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돌봄전담사의 80% 이상은 여전히 비자발적인 시간제 노동자라는 사실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돌봄전담사는 보육만으로도 부족한 돌봄 시간 내에 보육 업무 및 행정 업무까지 수행하면서 만족도 높은 돌봄교실을 만드는 데 애써 왔습니다.

노동시간을 확대하여 안정적인 돌봄교실을 운영할 수 있게 해달라고 교육부와 교육청에 끊임없이 요구해왔지만, 그 요구는 늘 묵살당해 왔습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온 학교가 다 멈추어도 돌봄 교실은 멈추지 못할 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교육부는 긴급돌봄의 운영 시간을 대폭 늘리면서 현재의 돌봄교실 운영 시간이 제대로 된 운영 시간이 아님을 스스로 증명하였습니다. 한시적인 긴급돌봄 운영시간만 확대할 것이 아니라 평소 돌봄교실의 운영 시간도 맞벌이 부부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현실화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돌봄전담사의 노동시간을 확대해 상시전일제로 전환하는 일이 선행돼야 할 것입니다.

정부는 지금처럼 비정규직의 고혈을 짜내는 보여 주기식의 정책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을 함께 길러내고 있는 돌봄노동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아이들과 돌봄노동자 모두가 행복할 수 있도록 질적 내실화를 다질 수 있는 정책을 펴야 합니다. 지금도 전국의 2만여 명의 돌봄노동자들이 긴급 노동의 최일선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고생하고 있습니다. 우리 돌봄전담사도 이 나라의 국민이고 한 가정의 엄마 입니다. 우리의 돌봄전담사도 위험으로부터 보호 받고 생명을 지킬 권리가 있습니다.

시간제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아이 돌봄에 있어 책임을 다 하고 있는 학교노동자들의 노고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이 기회에 교육부와 교육청 관계자들이 학교돌봄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을 전환하여 돌봄전담사의 상시 전일제 전환 등 처우 개선에 앞장 서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