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고객 발길 뚝 끊긴 위기의 호텔업계
코로나19로 고객 발길 뚝 끊긴 위기의 호텔업계
  • 강은영 기자
  • 승인 2020.03.11 17:09
  • 수정 2020.03.11 1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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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공동의 위기, 경영ㆍ고용ㆍ안전 위한 특단의 대책 필요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무서운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다양한 나라의 언어와 사람들로 북적해야 할 서울 명동의 거리는 한산하기만 하다. 해외 관광객들의 발길도 뚝 끊겼다.

서울 중심에 위치한 호텔 앞에 붐벼야 할 캐리어를 든 외국인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오히려 이 풍경이 낯설다. 해외 관광객이 주요 고객층이었던 호텔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한국에 입국하는 외국인들이 없으니 호텔 객실은 비어 있는 날이 늘고 있다. 

서울 도심에 위치한 한 호텔 앞이 한산하다. (기사에서 언급한 특정 호텔과 관계가 없습니다.) ⓒ 참여와혁신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서울 도심에 위치한 한 호텔 앞이 한산하다. (기사에서 언급한 특정 호텔과 관계가 없습니다.) ⓒ 참여와혁신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위기 체감한 호텔 노동자들 불안감 증가

2월 말부터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자 위험을 느낀 외국인들이 한국을 찾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이 한 달여 지속되면서 호텔업계의 불안감은 점점 커져 가고 있다. 한국노총 전국관광·서비스노동조합연맹(위원장 강석윤, 이하 관광서비스노련)은 산하 조직들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호텔 노동자들에게 잔여 연차를 사용하도록 유도하거나 부분적으로 영업장을 폐쇄해 노동시간이 단축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응답했다. 또한, 희망자에 한해서라지만 무급 휴직을 계획하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코로나19가 장시간 지속될 경우, 인력을 축소하기 위한 희망퇴직이나 정리해고가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관광서비스노련에 소속된 호텔들의 상황을 들어봤다. 서울에 위치한 A호텔의 객실은 300여 개다. 이 호텔은 평소 80~85% 투숙률을 보였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되자 투숙률은 20% 아래로 뚝 떨어졌다. 매출은 당연히 급감할 수밖에 없고, 호텔이 경영상 위기에 처하자 최소한의 직원들만 일하는 것으로 했다.

서울의 또다른 B호텔노동조합 위원장은 “객실메이드 직원이 전체 28명이며 한 직원 당 13개의 객실을 청소한다”면서 “그런데 최근에는 10명의 직원만 출근해 빈 객실에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간단한 청소만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B호텔노동조합 위원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조합원들이 많이 위축돼 있다”며 “조합원들이 이제 어떡하면 좋냐고 질문한다”고 안타까워했다. A호텔노동조합 위원장도 “평소에 강제로 연차를 소진하는 것에 불만을 느끼는 조합원조차도 지금은 상황이 어려워지니 자발적으로 연차를 사용하고 휴가에 들어가는 경우도 많다”면서 답답해 했다.

위기를 직접 체감하는 호텔노동자들은 경영상황이 어려워지니 자신들의 일자리가 위험해지고 있다는 것을 체감한 것이다. 일부 호텔에서는 계약직 노동자나 촉탁직 노동자를 정리하는 경우도 있었다.

많은 기관들은 코로나19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입구에서 체온을 확인하고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호텔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호텔 방문자들의 체온을 확인하고 있지만, 정작 직원들을 위한 방역은 불완전하다.

A호텔노동조합 위원장은 “다중이용시설인 호텔 노동자를 위한 마스크 지급이 시급하다”며 “대량으로 마스크를 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개인별로 마스크를 구매해 3일 정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많은 관광객들을 맞이하는 호텔 노동자들은 안정적으로 마스크를 확보하지도 못하고 있다.

타결책은 있을까

관광서비스노련이 진행한 실태조사에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대책으로 ‘고용유지지원금’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고용유지지원금은 매출액이나 생산량 감소로 인해 고용조정이 불가피한 사업장을 대상으로 휴업이나 휴직 등 고용유지조치를 실시하면 인건비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많은 사업장이 고용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자, 정부는 고용유지지원금을 우선지원대상일 경우 3/4, 대규모 기업의 경우 2/3로 상향했다. 또한, 오는 7월 31일까지 고용유지조치에 들어간 모든 사업장은 향상된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와 같은 조치에 대해 관광서비스노련은 “수급조건 및 대상에 있어 조건이 까다롭고 회사 규모별로 차등을 두고 있어 실효성 없는 정책으로 전략할 우려가 있다”며 “대상 확대 및 조건완화를 통해 속도감 있게 정책이 시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는 “관광·숙박업계가 코로나19로 인한 위험을 잠재울 수 있도록 재정지원과 고용지원을 검토하고 있다”며 “매일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추가적인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호텔노동조합 위원장은 “노사 간의 문제라면 서로 타협점을 찾는 방식으로 해결이 가능할 수 있지만, 코로나19와 같은 사회적 현상은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됨에 따라 이 사태가 언제 잠잠해질지 속단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이러한 위기는 노동계나 경영계 한 쪽의 힘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노사의 협력과 함께 정부당국의 적극적인 대책이 나와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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