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것이 왔다"··· 콜센터 집단감염 '예고된 참사'
"올 것이 왔다"··· 콜센터 집단감염 '예고된 참사'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0.03.11 17:54
  • 수정 2020.03.11 17: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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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 노동자에게 '거리두기'는 먼 얘기
전체 콜센터 중 60%는 하청, "원청이 직접 나서야"
서비스일반노조 콜센터지부가 1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서비스연맹 대회의실에서 '코로나19 확산 위험지대, 콜센터가 위험하다'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서비스일반노조 콜센터지부가 1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서비스연맹 대회의실에서 '코로나19 확산 위험지대, 콜센터가 위험하다'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서울 구로구 콜센터에서 90명에 이르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가운데 콜센터 노동자들이 "올 것이 왔다"며 이는 예고된 참사였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 콜센터지부는 서울 서대문구 서비스연맹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콜센터는 120cm 책상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곳에서 적게는 몇 명 많게는 수백 명이 모여 일한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아니더라도 독감, 눈병 등 전염성이 강한 질병이 발병하면 평소에도 집단감염에 취약한 근무환경"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쉼 없이 말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마스크를 쓰고 일할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김라미 SH공사 콜센터 지회장은 "KF94를 쓰고 30분만 소리 내서 책을 읽어 보라"면서 "하루 종일 마스크를 쓰고 일하면 마스크가 침 범벅이 되고 고객에게 정확한 발음으로 상담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콜센터에서는 마스크를 지급하고 마스크 착용을 직원들에게 지시했더라도 이는 현실성 없는 대책이라는 뜻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잠시 멈춤'이나 '거리두기'는 콜센터 노동자들에게 먼 이야기였다. 한국고용정보 콜센터 손영환 지회장은 "매일 방역하는 15분 동안에도 다른 층으로 이동해 다른 사람이 쓰던 헤드폰을 쓰고 콜을 받는다. 방역을 해봐야 소용없다는 제보가 들어왔다"고 증언했다. 또한 손영환 지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해 홈쇼핑에는 주문이 몰려 휴무까지 반납한 채 주 6일, 하루 11시간씩 풀타임 근무 중인 콜센터 노동자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이처럼 열악한 노동환경의 근본 원인이 '원청-하청' 구조에 있다고 짚었다. 지부에 따르면 전체 콜센터 업체 중 하청이 60% 정도인데 하청은 원청에서 주는 용역비 이상으로 투자해 노동자들이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윤선 콜센터지부 지부장은 "원청사로부터 도급단가는 정해져 있고 여기서 인건비 따먹는 구조인 콜센터업체가 노동자의 건강권을 챙길 리 만무하다"며 "전염병 관련한 매뉴얼도 없다. 그저 개인의 위생관리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콜센터가 코로나 확산의 위험지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원청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데로 의견이 모였다. 이윤선 지부장은 "원청사가 매일 방역을 실시하고 콜센터 입구에 열감지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등 노동자의 건강권을 책임져야 한다"며 "노동자가 건강상 이상을 호소할 시 즉각적인 자가격리를 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임금 및 휴업수당을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콜센터 노동자들은 지방자치단체에도 책임을 요구했다. 지부는 "지자체는 전 지역 콜센터업체 현황을 전수조사하고 원청사에 방역을 지시하라"면서 "만약 원청사가 이행하지 않을 시 지자체가 직접 방역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