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조끼 입었다고 ‘출입거부’, 포스코 협력사 성암산업노조 상경투쟁
노조 조끼 입었다고 ‘출입거부’, 포스코 협력사 성암산업노조 상경투쟁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0.03.12 18:45
  • 수정 2020.03.12 1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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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새벽 4시간 부분 파업 후 제철소 ‘출입 거부’ 당해
아직도 끝나지 않은 2019 임금교섭

 

3월 12일 낮 11시 30분 금속노련 성암산업노동조합이 서울 선릉역 포스코타워 앞에서 상경 집회를 진행했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포스코 광양제철소 협력사 성암산업 노동자들이 서울 선릉역 포스코타워 앞을 찾았다. 성암산업 노사의 2019년 임금교섭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원청인 포스코가 협력사 노사 관계에 개입하고 있다고 성암산업 노동자들은 주장했다.

한국노총 금속노련 성암산업노동조합(위원장 박옥경, 이하 노조)은 3월 12일 낮 11시 30분 서울 선릉역 포스코타워 앞에서 상경 집회를 진행했다. 성암산업은 포스코 광양제철소 협력사로 제철소 내에서 원자재 및 완성품을 운송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금속노련 성암산업노동조합은 2019년 임금 교섭이 쉽사리 풀리지 않자 지난 1월 8일 광양시청 앞에 천막 농성장을 꾸렸다.

포스코의 협력사 교섭은 원청(포스코)과 하청(협력사)의 공동 협의체인 ‘상생협의회’의 결정에 큰 영향을 받는다. 상생협의회는 2019년 임금을 총액 대비 7% 인상(연봉 기준 7%)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회사는 기본급 5.7% 인상, 일시금 70만 원 지급을 제시했다. 노조는 상생협의회 발표에도 못 미치는 수치라며, 기본급 7.9% 인상, 성과급 100%, 일시금 50만 원 지급을 요구했다. 성암산업과 유사한 운송업무 협력사는 기본급 7.5% 인상, 성과급 150%를 지급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누구냐’ 물어봤다고 정직에 출입제한?

성암산업노조는 원청인 포스코가 협력사 노사관계에 개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의 배경에는 연이은 ‘출입 금지’ 조처가 있다.

성암산업 노사의 2019년 임금교섭은 지난해 12월 26일부로 멈췄다. 교섭 결렬 이후 노조는 연장근무를 거부하는 등 준법투쟁에 들어갔다. 그런데 2020년 2월 초 노조 조합원 2명이 징계로 정직 처분을 받았다.

노조는 “타 협력사 직원이 성암산업의 차량을 운행하자 조합원 2명이 ‘누구냐’고 물어봤다. 그 일을 빌미로 성암산업이 2월 6일부터 3월 5일까지 1개월 정직 처분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에 반발해 광주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징계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하지만 포스코는 정직이 끝나가는 조합원 2명에게 출입정지 처분을 내렸다.

노조는 “포스코는 복직을 준비하는 조합원에게 출입증을 회수해 2월 28일부터 3월 28일까지 작업장 출입을 정지시켰다”면서, “포스코는 보안상의 이유를 말했지만, 보안 규정을 알려주지 않고 있다. 어떤 근거로 출입을 금지했는지 알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3월 9일 성암산업노조 조합원들이 포스코 광양제철소에 출입하려 했지만 저지당했다. ⓒ 금속노련

4시간 부분 파업에 출근저지?

사건은 연이어 일어났다. 성암산업노조는 교섭 진전을 위해 회사에 3월 5~6일 집중교섭을 요청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이에 노조는 조합원 찬반 투표를 거쳐 3월 8일 새벽 3시부터 7시까지 4시간 부분 파업을 진행했다.

그러자 부분 파업이 끝나는 시점인 3월 8일 7시부터 성암산업노조 조합원의 포스코 광양제철소 출입이 통제됐다. 우선 성암산업에서 포스코 광양제철소까지 운행하는 통근버스 출입이 제한됐다. 9일 조합원들은 도보로 출입하려고 했지만 입구에서 저지당했다. 노조에 따르면, 노조 조끼를 입으면 출입이 제한되고, 조끼를 벗거나 비조합원인 경우 출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투쟁 발언을 이어나가는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오른쪽)과 박옥경 성암산업노조 위원장(왼쪽).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노조는 포스코의 출근 저지행위가 협력사 노동조합의 단체행동권 행사를 제한한다고 비판했다. 박옥경 금속노련 성암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오는 2020년 임단협은 정말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2019년도 인상분이 높은 수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을 압박하고 있다”며, “포스코는 부분파업을 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출입을 통제했다. 그러나 노동조합은 파업이 목적이 아니라 협상이 목적이다. 고로(용광로)의 불을 끄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상경 집회에 참여한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은 “성암산업의 문제만은 아니다. 그동안 눌리며 살아왔던 포스코 사내하청노동자의 노동문제이기도 하다. 상생협의회 역시 인정할 수 없다”면서, “우리 노동자들이 포스코에서 하루에 일하는 장시간 노동이 얼마나 고된지를 평가하지 않는다. 이제는 40시간 노동으로 생활임금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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