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박싱] 이 주의 인물 : 박사훈
[언박싱] 이 주의 인물 : 박사훈
  • 임동우 기자
  • 승인 2020.03.14 00:00
  • 수정 2020.03.13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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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트 : #미래세대 #특수고용노동자 #수송업 #셔틀버스

영화 ‘다크나이트’를 보신 적 있나요? 장장 152분 동안 배트맨과 그의 영원한 숙적인 조커의 승부를 그린 영화입니다. 이 영화 초반부 장면에서 조커가 은행을 털 때 활용하는 차를 유심히 보셨는지요? 노란 ‘스쿨버스’였습니다. 조커가 스쿨버스를 범죄에 활용한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아이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스쿨버스는 장갑차와 동일한 강철 소재로 프레임을 제작해 전복사고나 충돌사고에도 안전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인데요. 한국에도 미래세대인 아이들의 교육과 안전을 위해 강철 같은 마음으로 운전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바로 ‘셔틀버스노동자’입니다. 특수고용노동자에 해당해 노동 사각지대에 있는 셔틀버스노동자들의 요즘은 어떨까요? 박사훈 민주노총 서울본부 전국셔틀버스노동자연대/전국셔틀버스노동조합 위원장과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박사훈 전국셔틀버스노동자연대/전국셔틀버스노동조합 위원장이 학생들을 배웅하고 있다. ⓒ 전국셔틀버스노동자연대
박사훈 전국셔틀버스노동자연대/전국셔틀버스노동조합 위원장(사진 오른편 중간)이 학생들을 배웅하고 있다.
ⓒ 전국셔틀버스노동자연대

‘전국셔틀버스노동조합’과 ‘전국셔틀버스노동자연대’의 차이가 뭔가요?

노동조합은 노조법상 노동자성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셔틀버스노동자들이 대부분 자차를 소유하고 있다 보니까 노동자성 인정이 안 됩니다. 이러한 연유로, 시설 차량 운행 기사로 들어가는 경우는 근로자성을 부인할 수 없으니 셔틀버스노동조합 구성원으로, 차량을 보유하고 있는 흔히 사용자들이 사업자라고 얘기하는 노동자들은 셔틀버스노동자연대에 소속되는 거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내에 민주버스본부라고 있어요. 민주버스본부 전신이 1997년 5월에 출범한 전국민주버스노동조합이에요. 제가 80년대 후반부터 민주버스 조직에 참여했습니다. 그러다 2011년 말, 민주버스 조직에서 위원장을 마치고, 2012년에 본격적으로 셔틀버스노동자 조직화를 시작했습니다. 민주버스 조직 위원장 때부터 셔틀버스노동자 규모가 민주버스 조직 규모보다 크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일반 버스노동자들이 10만 명인데 비해, 셔틀버스 노동자는 30만 명 가까이 되더라고요. 당시에도 정기대대 때 항상 셔틀 조직화 사업기금을 별도로 결의할 정도로 셔틀버스노동자 조직화에 많은 관심이 있었어요. 2012년 본격적으로 조직화를 위해 셔틀버스 운전을 시작하면서 현장으로 들어가게 됐죠. 2015년 4월에는 국회의사당 정문에서 셔틀버스노동자연대를 출범했습니다.

셔틀버스노동자는 어떤 점이 다른가요?

별다른 부분 있겠어요? 큰 차이는 없습니다만, 장·단점이 있죠. 기존 버스의 경우 아예 버스회사에 소속이 되기 때문에 의지만 있으면 노동조합 활동이 가능하고, 월급노동자인 만큼 노동하는 시간에는 꽉 메어있죠. 통상 2교대를 하는데 노동하는 시간에는 별다른 활동을 하기 어렵죠.

반면, 셔틀버스노동자의 경우 아이들을 등·하원, 등·하교 시키는 운전하는 시간 때 외에는 상대적으로 개인 시간 활용이 가능해요. 하지만 차량 구매부터 사실상 모든 수입, 지출 등 실제 수익성을 본인이 책임져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들이 등·하교를 한다고 하면, 어떤 학교는 학교 측이 셔틀버스 기사를 모집하고 코스별 운행 배분을 해서 아이들을 등·하교 시키는 경우가 있고, 학부모회가 차량을 모집해서 학부모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있어요. 학교나 학부모회와의 계약을 통해 이에 따른 급여를 지급 받는 거죠. 유치원, 어린이집 등도 시설과 직접 계약을 해서 급여 형태로 받고 있어요.

오후에서 저녁시간은 학원과 계약으로 수입을 얻죠. 학원이 끝나는 시간이 오후 10시 10분이면 그때 퇴원하는 아이들을 집까지 안전귀가 시키고 있습니다.

일하면서 어떤 보람을 느끼시나요?

셔틀버스 기사들 같은 경우, 자체 교육이나 평가를 통해 자부심 등을 고취하곤 하는데 그 주된 이유는 수송 업무이기 때문이에요. 아이들의 교육을 담보하기 위해 최대한 안전하게 교육기관, 집까지 아이들을 데려다 주는 건 공공의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미래세대 안전 수송 업무를 하는 건 우리 밖에 없다는 자긍심을 갖고 있어요.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요즘은 어떤가요?

코로나19로 요즘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거의 휴원 상태에요. 학교도 개학이 밀려 있고요. 전국 시설들이 15만 6천 개소 정도가 됩니다. 그중 거의 70~80% 정도가 휴원 중이에요. 여기 종사하고 있는 선생님들뿐만 아니라 셔틀버스 기사 70~80%가 사실상 실직상태에 있어요. 현행법상 셔틀버스 기사들은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으니 휴업급여·실직급여 대상도 아니라 꼼짝 없이 생계에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거죠. 자부심을 가지고 미래세대 안전성을 책임졌던 노동자들이 노동법 사각지대에서 방치되고 있습니다. 정부 차원에서 생계 위협에 대한 방안으로 보듬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직접적이고 실효적인 방안 마련이 필요합니다. 아이들 태우는 차량에 마스크를 지급하거나 소독제를 비치하는 등의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요.

하고 싶은 한마디?

전세계적인 재난이고 어려움이라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우리는 미래를 보고 위기를 극복해야만 합니다. 이럴수록 모두가 힘을 합쳐 각자 예방수칙을 준수하고, 특히 미래 세대들의 건강권을 각계각층에서 보다 세심하게, 보다 무탈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신경 써야 합니다. 그게 부모들의 바람이기도 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