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의 노크노크] 무급휴직 동의서 쓰게 된다면 증거를 남기세요
[이동희의 노크노크] 무급휴직 동의서 쓰게 된다면 증거를 남기세요
  • 이동희 기자
  • 승인 2020.03.16 17:28
  • 수정 2020.03.16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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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희의 노크노크] 기자의 일은 두드리는 일
이동희 기자 dhlee@laborplus.co.kr
이동희 기자 dhlee@laborplus.co.kr

최근 코로나19가 만든 우리사회의 일터는 참담하다.

지난주 콜센터노동자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감염에 취약한 콜센터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이 문제가 됐던 것도 잠시, 어제는 새벽 택배를 배송하던 택배노동자가 배송지에서 숨진 채 발견돼 코로나19로 인해 폭증한 배송물량, 그로 인한 배송노동자들의 과로 위험이 도마 위에 올랐다.

코로나19 직장갑질도 ‘창궐’하고 있다.

16일 직장갑질119는 지난 8일부터 14일까지(3월 2주) 일주일간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제보 총 911건 중 376건(41.3%)이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갑질 제보였다고 밝혔다. 갑질에 시달리는 직장인 10명 중 4명꼴로 코로나19와 관련된 갑질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이 수치는 지난 3월 1주(247건)와 비교해도 크게 늘어난 수치이다. 3월 2주 접수된 코로나19 직장갑질 유형은 무급휴가, 불이익, 연차강요, 해고·권고사직, 임금삭감 순으로 많았는데, 특히 코로나19로 회사 경영이 어렵다며 무급휴가(무급휴직·무급휴업 포함)를 강요하는 일이 절반 가까이(44.1%)를 차지했다.

웨딩홀에서 일하는 직장인 A씨가 직장갑질119에 제보한 실제 사례다.

“웨딩홀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여파로 매출이 급감하여 전 직원에 대하여 10일간 무급휴가를 사용하라고 통보하고 동의서에 서명을 받아갔습니다. 동의서는 상단에 간략한 내용이 있고 하단에 전 직원의 이름이 있어서 옆에 서명을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부서 전원을 한 자리에 불러 모았고, 고민할 시간도 없이 부서원이 모두 모여서 지켜보는 상황에서 동의서에 서명을 했기 때문에 아무도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휴업수당을 주지 않고 무급휴가를 강요하는 게 불법이라는 걸 알았는지 회사는 직원들의 자발적인 동참을 호소한다는 완곡한 표현을 반복적으로 썼지만, 동의서 서명 여부와는 관계없이 무급휴가를 강행하겠다고 했습니다.”

이러한 제보에 대해 직장갑질119는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인한 휴업에 해당하기 때문에 휴업기간 동안 노동자에게 평균임금의 70%를 지급해야 한다”며 “무급휴가가 가능한 경우는 근로기준법 제46조 제2항에 따라 ‘부득이한 사유로 사업을 계속하는 것이 불가능하여 노동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경우’이며, 노동위원회의 승인을 받지 않고 휴업 시 급여를 주지 않는 것은 위법”이라고 밝혔다.

즉, 노동위원회의 승인을 받지 않는 한 노동자가 무급휴직 동의서를 작성할 의무가 없다는 이야기다. 직장갑질119는 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급휴직 동의서를 작성했다면 작성 경위와 강요에 의해 썼다는 증거 등을 남겨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가 우리 일상을 지배한 지 3개월 가까이 지나는 동안 우리는 코로나19가 생각지 못한 우리 사회의 이면(裏面)을 들춰내고 있다는 걸 매일 확인하고 있다. 직장갑질119에 제보되는 직장갑질도 마찬가지다. 누가 알았을까. 코로나19가 우리 일터 어디에선가 직장갑질의 ‘무기’로 둔갑할 거라는 걸. 여느 때보다 일하는 사람들을 지켜줄 수 있는 ‘보호막’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끊이지 않는 코로나19 제보에 직장갑질119는 ‘코로나 갑질 특별대책반’을 따로 만들었다. 코로나19 직장갑질 제보에 한해서 48시간 이내 답변 보내기를 실시하고, ‘코로나 갑질 긴급 예방 수칙’을 만들었다. 예방 수칙은 아래와 같다.

―무급휴직 동의서 쓰지 마세요. 강요로 쓰게 된다면 증거를 남기세요.
―휴가원(휴가계) 내지 마세요. 연차휴가를 강요한다면 증거를 남기세요.
―사직서 쓰지 마세요. 실업급여 못 받아요. 부당해고 구제신청하세요.
―고용유지지원금을 활용 하세요. 노동조합, 직장갑질119 온라인 모임을 찾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