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한국조선해양 거수기 이사 선임 막아야”
“국민연금, 한국조선해양 거수기 이사 선임 막아야”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0.03.17 16:40
  • 수정 2020.03.17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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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민사회, 최혁-가삼현 한국조선해양 이사 후보에 반발
“재벌경영 강화하는 이사선임 추진” … 2대 주주 국민연금 공적 역할 촉구
3월 17일 오전 11시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현대중공업 총수 사익대변 갑질이사 선임반대!' 기자회견 현장.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사외이사제도는 회사 대주주의 독단적인 경영을 막기 위해 1998년 도입됐다. 하지만 감시와 조언이 아닌 대주주를 무비판적으로 따르는 ‘거수기 이사' 문제가 지속적으로 지적되고 있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는 현재중공업그룹의 중간지주 회사인 ‘한국조선해양’에 후보로 꼽히는 이사가 ‘재벌경영’을 강화할 것이라며, ‘2대 주주’ 국민연금의 거부권 행사를 촉구했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참여연대 및 김종훈 민중당 의원은 3월 17일 오전 11시 국회 정론관에서 ‘현대중공업 총수 사익대변 갑질이사 선임반대! 국민연금 등 현대중공업 주주 반대의결권 행사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한국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그룹의 중간지주사다. 2019년 5월 31일 현대중공업은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기업 물적 분할을 결의했으며, 6월 1일부로 현대중공업그룹은 지주사 ‘현대중공업지주’와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 자회사인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의 체제로 재정비됐다. 2019년 1월 31일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공표한지 4개월 만이었다. 당시 금속노조는 일방적인 인수합병 추진에 극렬히 반대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모인 이들은 “한국조선해양은 법인은 분리돼 있지만 현대중공업 그룹의 주요 자회사인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을 실질적으로 운영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며, "최혁 사외이사-감사위원 후보와 가삼현 사내이사 후보 선임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조선해양은 오는 3월 24일 주주총회에서 이사 선임을 완료할 예정이다.

최혁 사외이사 후보는 2018~2019년 현대중공업 사외이사를 역임한 바 있다. 당시 사외이사로 재직하면서 최혁 후보는 21차례 이사회에서 모두 원안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자회견에 모인 이들이 ‘거수기 이사’를 우려하는 배경이다.

조경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지부장은 “최혁 후보는 2010년 SK이노베이션 사외이사로 선임된 이후에도 59차례 열린 정기-임시 이사회에서 56차례 참석하여 100% 찬성표를 던졌다”며, “당시 SK이노베이션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SKC&C와 과도한 내부거래로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더불어 이날 기자회견에 모인 이들은 가삼현 사내이사 후보 또한 선임을 반대했다. 가삼현 사내이사 내정자는 현대중공업 대표이사로 재임하던 시기에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하도급업체 기술자료 유용으로 약 4억 3,000만 원 ▲하도급 대금 부당 결정으로 208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은 바 있다.

김남주 참여연대 실행위원은 “현대중공업은 반성할 줄도 모르고 조직적으로 공정위의 조사를 방해했다. 조직적으로 방해할 당시에 대표이사가 가삼현 현재 사내이사 후보”라면서, “방해 행위가 적발돼 현대중공업은 과태료 부과 받았고, 한국조선해양은 법인 자체가 고발당했다. 향후 누적 벌점이 상당히 높아서 공공입찰이 제한될 위험에 처해있다. 이는 주주에 대한 피해다. 가삼현 사내이사 후보는 한국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에 경영상의 위험을 안겼으므로,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하도급 불법행위는 더 이상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모인 이들은 한국조선해양의 지분 10.9%를 소유해 2대 주주 지위를 가지고 있는 국민연금의 공적 역할을 강조했다. 문제가 되는 이사 선임을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반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종훈 민중당 의원은 “우리나라에서 기업지배구조의 민주화는 중요 과제다. 핵심은 재벌 독단 경영을 견제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과거 의사결정 행적을 볼 때 재벌 총수 견제를 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공적 기관인 국민연금 나서야 한다, 10.9% 보유하고 있는 2대 주주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야 한다. 이사 선임안을 국민연금이 반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