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4월 개학··· '무급' 길어진 방과후강사들 한숨
사상 첫 4월 개학··· '무급' 길어진 방과후강사들 한숨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0.03.17 17:01
  • 수정 2020.03.17 22: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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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경희 방과후강사노동조합 위원장
"방과후강사 생활고에 내몰리지 않도록 정부 차원 생계대책 필요"

사상 첫 4월 개학이 현실화되면서 예정된 수입이 끊긴 방과후강사들이 '무급'을 버텨야 하는 기간이 더 길어졌다.

방과후강사는 학교 정규수업이 끝나면 독서·논술·요리·미술·악기·스포츠 등을 가르치며 시간당 수업료를 받는다. 학부모가 강의 신청 후 낸 수업료가 곧 수입이라 수업이 없으면 월급도 없다. 코로나19로 방과후수업이 열리지 않는 동안에는 급여가 없는 셈이다. 그런데도 이들은 1년마다 계약하는 학교 또는 위탁업체의 지시를 받고 일하지만 개인사업자 취급을 받는 특수고용노동자이기에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교육부가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개학을 4월 6일로 추가 연기한다고 발표한 17일, 김경희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방과후강사노동조합 위원장을 만났다. 방과 후 논술과 역사를 가르쳐온 김경희 위원장은 "방과후강사들이 생활고에 내몰리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생계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경희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방과후강사노조 위원장이 17일 '참여와혁신'과 인터뷰에서 "방과후강사가 생활고에 내몰리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생계대책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김경희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방과후강사노조 위원장이 17일 '참여와혁신'과 인터뷰에서 "방과후강사가 생활고에 내몰리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생계대책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 개학이 2주 더 미뤄졌다. 방과후강사가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뭔가?
무엇보다 생활고다. 조합원 중 한 분의 생활이 최근 보도된 적이 있다. 그분은 방과후교실과 도장에서 태권도를 가르쳐왔지만 3주째 일이 끊겨 대리운전을 하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데 그게 지금 우리 모습이다. 12만 방과후강사 중 50~60%는 투잡을 한다. 그런데 투잡이 아예 다른 일을 하는 게 아니라 비슷한 영역에서 교육하는 일이다. 코로나19로 학교뿐 아니라 학원, 문화센터 등도 모두 멈춰있기에 방과후교실이 문을 닫았다고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 개학 연기로 벌이가 끊기는 기간이 어느 정도 되는 건가?
4월 6일에 개학해서 곧바로 수업을 해도 강사료는 5월 말은 되어야 받을 수 있다. 서울 같은 경우는 2월 첫째 주부터 수업을 못 했는데 거의 3개월간 수입이 없는 거다. 게다가 강사들의 수입은 불안정하다. 특히 신학기에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관심과 의욕으로 방과후수업을 많이 신청하지만 겨울 방학이 되면 신청자가 거의 반으로 줄어든다. 수입이 안정화되는 신학기에 3개월이나 일을 못 하니 더 어려워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강사들이 1%짜리 저금리 생활자금이라도 대출해주면 좋겠다거나 첫 강사료는 미리 지급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우리 신분이 개인사업자로 취급받는 특수고용노동자다 보니 어디에서도 신경 써주지 않는다.

- 전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나? 
많았다. 2015년 메르스, 2017년 포항 지진, 2018년 제주 식중독 사태, 매년 오는 태풍 등으로 방과후학교'만' 휴업하는 일이 자주 있었다. 그런데 대부분 학기 중에 발생했고 이 정도로 장기간은 아니었다. 앞으로 전염병이나 기후이상으로 이런 일들이 또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번 만큼은 방과후강사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 가이드라인이 명확하게 세워져야 한다고 본다. 

- 개학 연기로 어려움 겪는 방과후강사들의 이야기도 많이 들었겠다. 
맞다. 방과후강사의 70%는 여성이라 대부분이 가장이 아닐 거라 추측하지만 노조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64%는 실질적인 가장이라고 답했다. 부산에 어느 미술선생님은 미혼인데 병을 앓고 계시는 부모님 두 분을 모시고 있다. 이분이 특수고용노동자 신분이다 보니 정부가 마련한 대출도 받을 수 없어서 최근 고용노동부, 교육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도움받을 수 있을 곳이 있을까 싶어 열 군데도 넘게 전화를 해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개인사업자라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고 하더라. 

- 지금 방과후강사에게 필요한 대책은?
최근 교육부와 고용노동부에 방과후강사들의 요구사항을 정리해 공문을 보냈다. 요약하자면 ▲수업이 중단된 기간의 강사료 보전 ▲미뤄진 수업에 해당하는 강사료 선지급 ▲생계 위한 생활지원금 대출 ▲재발 방지 위한 제도적 개선 등이다. 

- 강사료 보전은 어떤 식으로 해야 하는 건가? 
사례가 있다. 전북교육청은 지난 2월 중단된 약 1주일간의 방과후학교 강사료의 70%를 보전해주기로 했다. 개학 연기로 미뤄진 수업에 해당하는 강사료도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보전 방안을 강구하고 시행해야 한다. 강사의 잘못으로 수업을 못 하는 것도 아니고 국가적 차원에서 보호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 재발 방지 위한 제도적 개선은? 
휴업한다고 교사들이 급여를 반납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방과후강사 가이드라인/길라잡이'에 재난 시 수강료를 환불하지 않는다는 등 근거조항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교육청이 연기된 개학에 맞춰 계약서를 다시 쓰라는 등 꼼수를 부리지 않도록 재난이 발생했을 때 제도적으로 방과후강사를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 지금 노조 차원에서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고, 앞으로 계획은?
공공운수노조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랑 정부에 같이 대응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교육부에 공동으로 면담요청을 했다. 또한 지난 5일부터 서울, 경기, 부산, 광주 등 전국 시도교육청 11곳에서 피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어제(16일)부터는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사는 경기도 모 아파트 앞에서 새벽 피케팅을 하고 있다. 유은혜 장관이 면담에 응할 때까지 계속할 계획이다. 전국 방과후강사들의 서명운동도 생각 중이다. 방과후강사들이 앞으로 또 닥칠지도 모를 국가적 재난에도 안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강사들의 힘을 모아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