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해직 45년, "자유언론 실천은 지금도 절실하다"
동아일보 해직 45년, "자유언론 실천은 지금도 절실하다"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0.03.18 00:05
  • 수정 2020.04.02 1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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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영 해직기자 "입사 전, 동아일보가 훌륭한 신문인 줄 알았다"
김종철 해직기자 "앞으로도 자유언론 실천 위해 꿋꿋이 걸어갈 것"
오정훈 언론노조 위원장 "조선·동아 개혁에 현직 언론인들 앞장서길"

“‘자유언론실천선언’으로 정권의 존립에 위협을 느꼈음이 분명한 박정희는 동아일보사 사주 김상만(당시 부사장)에게 압력을 가하거나 회유함으로써 1975년 3월 10일부터 자유언론실천운동의 주역들을 차례로 해직하거나 징계하도록 했다. 기자, 피디, 아나운서, 기술인 등이 농성과 단식으로 항거하자 동아일보 사주와 권력은 3월 17일 새벽 흉기를 든 정체불명의 ‘괴한’ 200여 명을 농성 현장에 난입시켜 사원들을 폭력으로 몰아냈다. 그렇게 동아일보사에서 밀려난 사원들이 그날 오후 신문회관(현 프레스센터)에서 집회를 갖고 결성한 단체가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약칭 동아투위)였다.” - '자유언론 실천은 지금도 절실하다' 中

 

17일,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 열린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결성 45주년 기자회견’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17일,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 열린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결성 45주년 기자회견’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동아일보 언론노동자 대량 해직 45주년을 맞은 3월 17일, 해직당한 언론노동자의 복직과 명예회복을 촉구하는 기자 회견이 열렸다.

동아일보 해직 언론인, 언론노조 등 57개 단체가 참여한 ‘조선동아 거짓과 배신의 100년 청산 시민행동’은 광화문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결성 45주년 기자회견’을 열고, “양심언론인 강제해직, 45년 세월 보상하라”고 요구했다.

당시 해직당한 동아일보 기자였던 김종철 동아투위 위원장은 “45년이 빠르게 흘러갔다. 우리는 1974년 3월 7일에 한국 언론 사상 최초로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노동조합의 힘을 바탕으로 '자유언론실천선언'을 하고 그것이 역사적인 언론 투쟁ㆍ민주화 투쟁으로 발전했다. 박정희 정권과 동아일보는 3월 17일 새벽에 망치와 쇠사슬로 무장한 괴한을 난입시켜서 농성 중이던 우리 150여 명을 거리로 쫓아냈다”며 동아일보가 부당해고를 저질렀다고 강조했다.

또 한 명의 동아일보 해직기자인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은 “우리도 처음에는 동아일보가 훌륭한 신문인 줄 알고 들어갔다. 들어간 다음에 역사를 공부하면서 허황된 거짓말이란 걸 알게 됐다. 그들은 친일이나 분단 프레임을 자꾸 요구했다. 그런 걸 안 다음에는 동아일보, 조선일보에 대한 저항을 그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힘들어도 이 일을 계속하고 있다”며 오랜 시간 동아일보, 조선일보 비판 운동을 벌이는 이유를 밝혔다.

오정훈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정보 검증 없이 이어지는 수구적인 보도들의 발원지”라며 “조선일보, 동아일보에도 명맥뿐이지만 노동조합이 있다. 현직 언론인들이 나서서 그 노동조합을 통해서라도 자기 목소리를 내야한다. 사주 집단에 의한 편집권 개입 등을 과감히 배격하고 제대로 된 보도를 하기 위해서 노동조합부터 나서야 한다”며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현직 언론인들이 조선일보, 동아일보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동아 거짓과 배신의 100년 청산 시민행동’은 동아일보가 창간 100주년을 맞이하는 4월 1일에도 규탄 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다.

 

■ "자유언론 실천"을 외치며 참석자들이 남긴 말

김종철 동아자유언론투쟁수호위원회 위원장

김종철 동아자유언론투쟁수호위원회 위원장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김종철 동아자유언론투쟁수호위원회 위원장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동아투위 위원은 113명이었는데 45년이 지나는 동안 30분이 돌아가셨고, 이제 80여 명이 남았다. 모두 70대 중반을 넘어서 나이가 많지만, 아직도 동아투위는 '자유언론 실천'이라는 명제를 하루도 잊은 적 없다. 그리고 자유로운 언론 없이는 민주적인 정부도, 통일을 이룰 수 있는 정부도 없다는 사실을 45년동안 절실하게 깨달았다. 오늘도 현역 언론인이라는 자세로 지금 자유언론운동을 하는 언론인, 그리고 자유언론을 사랑하는 모든 국민과 함께 앞으로도 계속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꿋꿋이 걸어갈 것을 다짐한다"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동아일보, 조선일보는 대한민국이 자신들의 가르침을 받아야 한다는 얼토당토 않는 선지자 같은 입장을 취한다. 그마저 친일과 분단의 프레임에 바탕한 것이다. 나도 처음에는 동아일보가 훌륭한 신문인 줄 알고 들어갔다. 입사 한 다음에 역사를 공부하면서 그들의 얘기가 허황된 거짓말이란 걸 알게 됐다. 그런 걸 안 다음에는 동아일보, 조선일보에 대한 저항을 그칠 수가 없었다" 


오정훈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오정훈 언론노조 위원장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오정훈 언론노조 위원장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정보 검증 없는 수구적인 보도들의 발원지다. 조선일보, 동아일보에도 명맥뿐이지만 노동조합이 있다. 현직 언론인들이 나서서 그 노동조합을 통해서라도 자기 목소리를 내야한다. 사주 집단에 의한 편집권 개입 등을 과감히 배격하고 제대로 된 보도를 하려면 노동조합부터 나서야 한다" 


성한표 조선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위원장

성완표 조선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위원장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성한표 조선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위원장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동아일보 후배들에게 간절히, 간곡히 원하는 게 있다. 45년 전 선배들이 했던 투쟁, 그 결기를 반에 반이라도 따라가서 우리 한국언론, 무너져가는 보수언론, 거대언론들을 자유언론, 민주언론이란 바른 길로 이끌어가기를. 45년 전 노력의 반에 반만이라도 기울여주기를 간곡히 당부드린다"


함세웅 신부

함세웅 신부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함세웅 신부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코로나19 같은 바이러스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이 뭐냐, 우리의 건강이다. 역사가 건강하고, 시민이 건강하면 조선·동아의 거짓은 그대로 녹여버릴 수 있다. 모든 기자들, 청년 시민들, 남북한 동포 모두 건강해져서 100년 된 동아일보‧조선일보 바이러스를 이겨내길 바란다" 


정연우 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대표

정연우 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대표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정연우 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대표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동아일보는 1936년 손기정 선수가 베를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 일장기를 말소한 사건을 마치 자신들의 공로처럼 역사를 호도하고 있다. 사실은 이기용 기자를 비롯한 몇몇 기자들이 회사 몰래 한 일이었다. 먼 훗날 동아일보가 자신들의 역사를 기록할 때, 마치 권력에 맞서 언론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왔다며 지금의 역사를 호도할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해봤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이 거리에 그들이 지난 100년 동안 어떤 왜곡과 죄악을 저질렀는지 생생하게 전하는 자료들을 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