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직원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농협 직원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 강은영 기자
  • 승인 2020.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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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노동자에게 선거운동 자유를 보장하라!"
사무금융연맹, 헌법재판소에 공직선거법 헌법소원 제출
기자회견을 마친 사무금융연맹은 헌법소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참여와혁신 강은영 기자 eykang@laborplus.co.kr
기자회견을 마친 사무금융연맹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참여와혁신 강은영 기자 eykang@laborplus.co.kr

농협 직원은 공직 선거에 출마하거나 선거운동을 할 수 있을까? 이 둘은 이어져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선거 출마는 가능하지만, 선거운동은 현행법상 '불법'이다.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선거운동을 할 수 있지만, 공무원도 아닌 농ㆍ수ㆍ축협 노동자들은 공직선거법에 가로막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10만 명이 넘는 협동조합 노동자에겐 선거운동 자유가 보장돼 있지 않은 것이다.

사무금융연맹은 18일 오후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직선거법 헌법소원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헌법소원을 시작으로 사무금융연맹 산하 협동조합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10만 명의 서명운동도 함께 진행한다고 밝혔다.

공직선거법 제60조 제1항 제5호에 의하면 농업협동조합법, 수산업협동조합법, 산림조합법, 엽연초생산협동조합법에 의해 설립된 조합의 상근직원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자로 규정돼 있다. 2017년 기준 법에 따라 참정권이 박탈당한 노동자의 수는 농협(중앙회+지역조합) 89,000명, 수협(중앙회+지역조합) 8,200명, 산림조합 4,000명, 엽연초생산협동조합 250명으로 총 10만 명이 넘는다.

협동조합 노동자들의 선거운동을 허용하기 위한 움직임은 10년 전부터 시작됐다. 지난 2007년 당시 노회찬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은 ‘농·수협 등 협동조합 상근직원의 선거운동을 허용’한다는 내용이 담긴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지난 2017년에는 사무금융노조에서도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통해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기자회견과 토론회를 진행했다. 하지만, 20대 국회에서도 이 개정안이 아직 통과되지 않고 있다.

이재진 사무금융연맹 위원장은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해 공공기관 상근직원을 선거운동 금지대상에 제외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협동조합 노동자는 여전히 법에 의해 막혀 있다”며 “정치란 저항할 수 있는 권리와 선거 운동할 수 있는 권리를 당연히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선거운동을 못하게 하는 것은 집권 세력의 갑질이나 학대”라며 “헌법재판소에서 상식적인 판결을 내려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태욱 사무금융노조법률원 변호사는 “협동조합 노동자들은 개인이 공직선거 임원으로 출마할 수 있고 정당에 가입할 수 있지만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매우 기이한 위치에 서 있다”며 “협동조합 노동자들의 직무상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다른 법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공공성을 지키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협동조합 노동자들은 기초적인 정치적 의사표현 마저도 박탈당하고 있다”며 “선거운동과 선거운동 아닌 것에 대한 구별이 애매해 SNS 상의 글이나 온라인 글에 쉽게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