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추진 철회하라!” 현대제철 순천 단조공장 노동자 상경 투쟁
“자회사 추진 철회하라!” 현대제철 순천 단조공장 노동자 상경 투쟁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0.03.18 19:46
  • 수정 2020.03.18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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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단조사업부 물적 분할 계획 … 자회사 ‘현대아이에프씨’ 설립
노조, “사업부 분할은 매각 위한 준비 단계”
3월 18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본사 앞에서 진행된 '현대제철 단조공장 물적분할 규탄 기자회견' 현장. ⓒ 금속노조

현대제철은 2월 26일 현대제철 순천 단조공장을 물적분할해 자회사 현대아이에프씨(가칭)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이번 자회사 분할이 매각을 위한 준비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현대제철 순천 단조 비정규직지회(지회장 장영석, 이하 지회)는 3월 18일 오전 11시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서 ‘현대제철 순천 단조공장 물적분할 규탄’ 기자회견를 진행했다.

단조공장 인수는 현대제철의 실수?

단조공정은 물리적 방법을 통해 특정한 모양의 금속을 만드는 공정이다. 현대제철은 2015년 SPP율촌에너지를 인수하고 2016년 순천단조공장에 2,300억 원 규모의 설비투자를 감행했다. 순천단조공장의 주요 생산품은 선박용 엔진으로 현대중공업이 주요 거래사였다.

그러나 동시기에 터진 조선업계 불황으로 순천단조공장의 수익성은 크게 악화됐다. 선박 부품 제조가 전체 생산의 70%에 달했기 때문이다. 2017년 현대제철은 조선업계 실적악화를 타개하기 위해 현대차그룹과 시너지를 기대하며 순천단조공장의 자동차 금형강 개발을 추진했다.

하지만 지회는 “자동차 전문 제철소를 표방하는 현대제철이 순천 단조공장에서도 자동차 금형강 개발을 위해 노력했으나 아직 자동차산업에서 요구되는 품질을 달성하지 못한 상황”이라면서, “노동자의 잘못이 아닌 자본의 기술력 한계가 바로 단조사업부 적자의 핵심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순천단조공장의 사업 다각화에도 실적개선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자회사 분할의 목적, 매각의 준비단계?

현대제철은 지난달 26일 물적분할의 목적을 △사업의 전문성 제고 △경영 효율성 강화 △신설회사의 경쟁력 강화로 밝혔다. 하지만 지회는 자회사 추진을 매각의 준비단계로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제철이 발표한 자회사 전환 이후 계획은 지회의 불안을 야기하기 충분했다. 현대제철은 순천단조공장의 자회사 전환 이후 관리직은 20명으로 축소하고, 생산직은 하나의 사내하청 회사로 통합해 현재와 같은 인원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장영석 금속노조 현대제철 순천 단조 비정규지회 지회장은 “사내하청업체를 하나로 통합하면 주52시간 상한제 적용으로 40~50명의 추가고용이 발생한다. 총 400여 명의 생산직 노동자가 생기는 것”이라며, “그런데 관리직군은 50여 명에서 20명으로 줄였다. 20명으로 400명이 관리가 되는가. 영업은 누가하고 연구는 누가할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자회사 전환은 불법파견 요소 지우기?

또한, 순천단조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현대제철이 자회사 전환으로 불법파견 요소를 회피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현재 순천단조공장은 총 420여 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정규직 직원은 관리직과 영업직을 포함해 약 70여 명이며, 생산직은 간접고용 비정규직 형태로 3개 사내하청업체에 약 350여 명이 고용돼 있다. 생산직 전체가 간접고용으로 운영돼 ‘불법파견’ 요소가 짙다.

노동조건도 열악하다. 순천단조공장은 3조3교대 근무가 원칙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인원부족으로 근무형태가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장영석 지회장은 “일주일 평균 60시간 정도 일을 한다. 취업규칙에는 주5일제로 명시해 있지만, 주6일 근무를 하고 있다”면서, “토요일 야간 근무를 하면 일요일 오전에 끝나 13일을 일하고 하루 쉬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토로했다.

300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되는 주52시간 상한제는 순천단조공장이 3개 사내하청 법인으로 분리돼있어 적용 시점이 유예된 상태다.

지회는 "회사는 오래 전부터 자회사나 계열사로 분리되면 생산전문회사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정규직이 될 것이라고 감언이설 했다. 그러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신설 법인에서도 흑자 전환을 위한 착취의 대상으로 남았다"며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모인 이들은 회견문에서 “생산을 전적으로 담당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그 어떤 상의도 없이 생존권을 위협하는 순천 단조공장 물적 분할은 당장 중단해야 마땅하다”면서, “현대제철이 끝내 단조공장 물적분할을 일방적으로 강행한다면, 금속노조는 현대제철순천단조 공장 노동자들뿐 아니라 현대제철의 원하청 지회들과 함께 현대제철에 응당한 책임을 묻는 투쟁을 조직할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비판했다.

더불어 ▲자회사 전환 계획 즉각 중단 ▲비정규직 노동자와 순천단조공장 계획 논의 ▲사내하청 정규직 전환 등을 요구했다.

한편, 현대제철은 오는 3월 25일 주주총회에서 분할 계획서를 승인할 예정이다. 물적 분할을 통한 자회사 설립은 4월 1일 예정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