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연맹, 요즘 뭐 읽니?
서비스연맹, 요즘 뭐 읽니?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0.03.21 04:55
  • 수정 2020.03.27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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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뭐 읽니?(2) -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북커버 챌린지 ‘#7days7covers’가 SNS를 꾸준히 달구고 있다. 이 챌린지는 7일 동안 하루에 한 권씩 좋아하는 책 표지를 SNS에 올리며 다음 참여자를 태그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독서문화 확산이라는 목표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지인의 다양한 독서 취향을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참여와혁신>도 노동조합 활동가들이 요즘 뭘 읽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지난 3월호에서 물었다. "요즘 뭐 읽으세요?" "갑자기 책이요?" 대부분 난색하다가도 어디선가 책을 한 권씩 꺼내들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설명과 독후감이 없는 북커버 챌린지보다 재밌었다. 당시 반응도 좋아 연재 꼭지로 진행하기로 했다. 앞으로 노동조합에 국한하지 않고 노동과 관련된 여러 사람들에게 이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요즘 뭐 읽으세요?" 이번엔 서비스연맹에 물었다. 마트노동자, 택배·퀵 배달노동자, 방문판매서비스노동자, 관광서비스노동자 등 서비스산업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서비스연맹은 '감정노동'부터 '정리의 기술'까지 다양한 소재를 다룬 흥미로운 책들을 소개해줬다.

 

이성종 서비스연맹 정책기획실장
이성종 서비스연맹 대외협력실장
<감정노동의 시대, 누구를 위한 감정인가?>, 정진주 외 15인, 한울아카데미, 2017

"서비스사회화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갖는 것이 옳은가?" 

이 질문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책인데요. 간단히 말하자면 고객갑질에 의한 감정노동, 직장갑질에 의한 직장괴롭힘 등은 누구에게나 부여된 천부적 권리인 인권을 침해하는 문제행동임을 자각하는 것이 감정노동 문제해결의 출발이에요. 또한 감정노동은 특정되지 않은 모든 사람과 관련된 일이라 어쩌면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를 만들자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기도 한 문제고요. 사실 제가 이 책의 저자 중 한 사람입니다. (웃음) 아무래도 서비스업은 고객을 대면하는 일이다 보니 감정노동에 꾸준히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네요. 

 

김성혁 서비스연맹 정책실장
김성혁 서비스연맹 정책실장
<함께 잘사는 나라 스웨덴>, 조돈문, 사회평론아카데미, 2019

"요즘 산별 관련 책들을 쭉 읽고 있어요"

서비스연맹이 대산별로 전환하기 위한 준비를 하면서 참고할 해외사례를 조사하려고 읽게 됐는데요. 책을 읽어 보면 서구 산별노조의 역사나 주요 교섭, 투쟁, 조직구조, 정책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요. 특히 데이터가 충분해서 도움이 많이 됐죠. 해외 산별노조 관련해 이 정도로 충분한 해설을 갖춘 책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물론 책에 나온 사례를 그대로 따올 수는 없겠지만 역사적 맥락을 이해했다는 조건하에 읽어보면 좋겠어요. 참고로 서비스연맹은 올 하반기에 관련 보고서를 내고 내년 대의원대회에서 대산별 전환 로드맵을 확정할 계획입니다.

 

정준모 서비스연맹 마트노조 교육선전국장 
정준모 서비스연맹 마트노조 교육선전국장 
<수학의 눈으로 보면 다른 세상이 열린다>, 나동혁, 지상의책, 2019

"노동조합 활동도 수학적 사고가 기본이 돼야 하더라고요"

학창시절부터 수학은 정말 싫어했어요. 못해서 어렵고, 어려워서 싫어했는지도 모르겠어요. (웃음) 저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 모든 운동의 시작이자 끝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고, 운동으로 사회를 바꾸기 위해 인문학, 사회과학의 역할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이 책을 접하고 사회문제를 이해할 때도 수학적 사고를 활용하면 얼마나 더 풍부해질 수 있는지 알게 됐어요. '공리-정의-증명-정리'라는 논리성, 구체적 자료에서 일반화하는 과정, 정량분석과 시각화를 통한 설득, 법-제도 설계를 위해 언어를 정밀하게 구성하는 것까지 결국 노동조합 활동에서도 수학적 사고는 가장 기본이 돼야 하는 것이었죠. 일반 수학교양서와는 다르게, 쉽게 읽어나갈 수 있습니다. 다른 분들께도 권하고 싶습니다.

 

김경희 서비스연맹 방과후강사노조 위원장
김경희 서비스연맹 방과후강사노조 위원장
<트라우마 한국사회>, 김태형, 서해문집, 2013

"왜 우리 모두는 아플 수밖에 없을까?" 

이 책의 부제인데요. 한국사회가 사실 어지간하면 다 많이 배우고 어느 정도 지식이라든지 사는 수준이라든지 다 높은데도 불구하고 점점 삶이 팍팍하고 힘들어지잖아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저자는 각 세대가 가진 마음의 상처가 무엇이고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살펴보고 원인과 맥락을 짚어내는데요. 현상의 배경을 알지 못하면 힘들어도 개인의 탓으로 여기기 쉬운데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가 아픈 이유가 사실은 구조적 문제에도 비롯된다는 점을 알 수 있어서 추천하고 싶어요.

(위원장님, 사실 '문학소녀'였다고) 맞아요. 하하. 학창시절에 독일 작가 헤르만 헤세를 엄청 좋아해서 대학에서도 독일문학을 전공했죠. '데미안'은 물론이고 '크눌프' '싯다르타' 이런 작품들이 제 정신세계에 영향을 많이 미친 것 같아요. 아, 시 '안개 속에서'도 참 좋아합니다. 

 

이도천 서비스연맹 전국가전서비스노조 위원장
이도천 서비스연맹 전국가전서비스노조 위원장
<너도 옳고 나도 옳다 다만 다를 뿐>, 이성동·김승회, 좋은책만들기, 2019

'존중해주세요 가까워도 남이잖아요'

인간관계는 '존중'에서 비롯해야 한다고 말하는 책입니다. 노동조합 활동도 결국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기에 관계를 이해하는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 같아 읽게 됐어요. 저자는 관계에서 공감, 소통, 배려, 사랑, 우정 등도 중요하지만 모두 존중이 바탕에 깔리지 않으면 사상누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존중을 강조합니다. 특히 어떻게 상대를 존중하고 내가 존중받을 수 있는지 자세한 실천 방법도 소개해줘서 좋았어요. (혹시 실천하고 있는 방법은?) 하하. 사실 '한 번 더'가 중요하죠. 한 번 더 상대의 입장을 들어보고, 한 번 더 이해해보려는 마음이  존중을 실천하는 기본인 것 같아요. 

 

왕일선 서비스연맹 가전통신서비스노조 코디·코닥지부 지부장
왕일선 서비스연맹 가전통신서비스노조 코디·코닥지부 지부장
<정리의 기술>, 생크추어리 퍼블리싱, 아르고나인미디어그룹, 2016 
<탈무드 채근담>, 마빈 토케이어·홍자성, 휘닉스드림, 2011

'왕 지부장에게 '정리의 기술'과 '탈무드'가 필요한 사연'

(정리의 기술은 왜?) 코웨이 코디·코닥지부가 지난해 11월 700여 명으로 설립 총회를 한 이후로 5배 정도로 규모가 빠르게 성장했어요. 그만큼 행정업무도 많아졌고 책상은 가입원서 등 서류가 쌓여갔죠. 그래서 쏟아지는 업무들을 좀 효율적으로 하는 데 힌트를 얻고 싶어서 이 책을 샀어요. 파일 정리 방법부터 명함 관리하는 법, 사무용품 종류까지 세세하게 추천해줘서 좋더라고요. 

탈무드 책도 같이 샀는데요. 제가 집에서 노동조합 사무실까지 지하철로 출퇴근하면 1시간 정도 걸려요. 그 시간 동안 휴대폰만 보자니 좀 그렇고 책을 읽으면서 알차게 보내자는 의미에서 골랐어요. (혹시 더 해주실 말씀?) 사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요. 제가 5월에 늦깎이 결혼을 해요. 예비 신부님은 조합원이에요. (웃음) 지난해 말에 만났는데 제가 경기도에 살고 예비 신부가 경남 김해에 살다 보니 주말마다 고속버스를 많이 타요. 만나러 가는 길이 좀 멀어서 오가며 서로 한 달에 한두 권씩이라도 책을 읽자고 얘기해서 그분도 지금 책을 읽고 계세요. 하하.  

 

김국현 서비스연맹 교육선전국장 
김국현 서비스연맹 교육선전국장 
<제주 4·3을 묻는 너에게>, 허영선, 서해문집, 2014 

'4월을 앞두고 추천하는 책'

민주노총 제주 4.3 평화통일기행 해설사를 준비하면서 읽은 책이에요. 4.3 민중항쟁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4월 3일이 얼마 안 남았습니다. 저처럼 4.3을 안다고 생각했던 분들부터 아직 4.3을 모른다고 말하는 분들까지 이 책을 통해 한반도 운명의 축소판인 4.3의 맥락과 역사를 한번 공부해봤으면 싶어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