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병상 ‘3만 개’로 확진자 ‘6천 명’ 수용 어려운 이유는?
대구 병상 ‘3만 개’로 확진자 ‘6천 명’ 수용 어려운 이유는?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0.03.24 19:50
  • 수정 2020.03.24 19: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감염병 대응 어려운 ‘민간병상 90%’ 탓
무상의료본부, 공공병상 10%→30% 등 공공의료 확충 주장
3월 24일 10시 30분 국회 앞에서 진행된 ‘코로나19 사태, 제대로 된 감염병 대응을 위해 공공의료 대폭 확충하라’ 기자회견 현장.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대구지역의 병상 수는 3만여 개에 달한다. 하지만 대구지역 확진자 6천여 명을 적절히 대응할 수 없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수익을 위한 병상’은 많아도 ‘공공을 위한 병상’은 적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이하 무상의료운동본부)는 3월 24일 10시 30분 국회 앞에서 ‘코로나19 사태, 제대로 된 감염병 대응을 위해 공공의료 대폭 확충하라’는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가졌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21대 총선을 앞둔 각 정당에 공공의료정책 강화를 총선 공약으로 내세울 것을 요구했다. 구체적으로 ▲공공의료기관 30% 확충 ▲공공인프라를 통한 보건의료인력 확충 ▲상병수당 도입 등 재난상황 의료비 경감 ▲공공제약사 설립 ▲건강보험 강화 등이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이윤 중심의 의료체계가 메르스, 코로나19 등 신종 감염병에 매우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병상 수는 넘쳐나는 실정이다. 인구 1,000명 당 12.3개로 OECD 평균 4.7개의 2.6배다. 하지만 대구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 중 2,300여 명이 병상이 없어 자택에서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또한, 사망자의 23%가 입원도 못해보고 숨졌다. 코로나19 대응에 필요한 ‘음압병상’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전국의 음압시설은 2019년 12월 기준으로 음압격리병실 755개, 음압격리병상 1,027개다. 이중 국가지정 음압병상은 전체의 20% 수준으로 전국 29개 병원 198개에 불과하다.

음압병상이 부족한 이유는 ‘경제성’이 꼽힌다. 지난 2018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경우 음압격리병실 설치 시 경제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정작 의료계에서는 높은 설치비용과 유지비용 때문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수익성에 영향을 받지 않는 공공의료를 확충해야 코로나19와 같은 재난 사태를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몇몇 정당들은 감염병전문 병원 설립과 음압병상 확충을 감염병 대응 정책으로 내세우지만 공공병원 확충이 빠져서는 이런 약속도 의미를 갖기 어렵다”면서, “감염병전문병원을 민간병원에 맡겨서는 아주대 외상센터의 전철을 밟을 뿐이다. 음압병상도 공공병원 확충이 전제돼야 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모인 이들은 코로나19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공공의료확충은 뒷전이면서, 총선 국면에서 정치적으로 활용하기만 하는 정치권을 비판했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민간병원 90%가 이 사태를 만들었다. 스페인은 민간병상 국유화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은 몇 천 병상을 열흘 만에 만들었다. 우리나라는 무엇을 하고 있나”고 비판하면서, “공공병원 확충 정책이 전혀 없는 감염병 대응정책은 제2의 (바이러스) 창궐에 답이 없다. 공공병상을 하나도 늘리지 않겠다는 정부, 국회에 규탄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박민숙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은 “메르스 사태 당시 경제 손실이 10조 원이라고 한다. 1조 원만 공공의료에 썼다면 코로나19 같은 상황을 맞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4.15 총선을 앞두고 대체 공공의료확충 공약은 어디 있는가? 비례위성정당 만들고 꼼수 쓰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 국민들의 집단지성으로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