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박싱] 이 주의 키워드 : 배반(背反)
[언박싱] 이 주의 키워드 : 배반(背反)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0.03.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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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트 : #택배노동자 #게임 #타다 #N번방 #콜센터

언박싱(unboxing)이란 ‘상자를 열어’ 구매한 제품의 개봉 과정을 보여주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는 언박싱 과정을 지켜보면서 어떤 제품이 나올지 기대하고 궁금증을 해소하는 재미를 얻습니다. 이 주의 기사들을 묶어본 키워드는 무엇이었는지 ‘참여와혁신’과 함께 개봉해보시죠.
 

ⓒ 영화 '넘버3'
ⓒ 영화 '넘버3'

“내 말에 토도 토도톳 토ㅌ토토토...토토토토토토, 토 다는 새끼는 배반형이야, 배반형! 배신! 배반형!”

배우 송강호의 이름을 한국 영화계에 알린 영화, ‘넘버3’ 중 한 장면입니다. 부하가 자신의 말실수를 지적하자 화가 난 조필(송강호 분)은 “토 다는 XX는 배반형(인물)”이라고 소리칩니다. 언젠가 ‘믿음과 의리를 저버리고 돌아설’ 사람이라 지적한 겁니다. 배반(背反)에는 또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논리적으로 양립할 수 없음'이란 뜻입니다.

이번 주 ‘참여와혁신’ 기사 속에는 양립하기 어려운 상황, 혹은 믿음을 저버릴만한 일이 여럿 담겨있습니다. 어떤 ‘배반들’이 있었는지, 하나씩 꺼내보겠습니다.

이 주의 키워드 : 배반(背反)
① 논리적으로 양립할 수 없음
② 믿음과 의리를 등지고 저버림

[3월 23일] 한진택배, 코로나19에 돈 벌면서 기사몫은 깎아?
[3월 24일] 게임회사 펄어비스, '당일 해고' 논란

회사가 성장하면 노동자는 처우 개선을 기대합니다. 헌데 그 기대는 많은 경우 실망으로 바뀝니다. 노동자는 종종 회사로부터 실망스런 소식을 상호협의 없는 통보형식으로 전달 받습니다.

한진택배 노동자도 그랬습니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쇼핑 이용량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덩달아 늘어난 택배물량으로, 택배업계가 ‘코로나19 특수를 누리고 있다’는 다소 거친 말까지 나옵니다. 상황이 이러한데, 한진택배는 25일부터 울산 지역 택배노동자들의 배송수수료를 깎겠다고 일방 통보한 바 있습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택배노조가 23일 반대 집회를 열고 4일 뒤인 27일. 김세규 택배연대노조 교육선전국장은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에게 "기자회견 이후에 한진택배 측 입장에 변화가 있어서 노조와 수수료 관련 협의를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다행스런 소식이지만, 노동자에 대한 한진택배의 인식에도 변화가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좀 더 심한 통보도 있습니다.

“제 옆자리가 나가는 것도 몇 시간 전에 알아요. ‘저 오늘 나가래요. 안녕히 계세요,’ 이런 대화가 이상하지 않습니다. 매일 같이 야근 했는데 당일 통보받아서 서럽게 울던 분도 생각나네요.”

23일 발표 된 게임회사 펄어비스 재직 및 퇴직 노동자 10명의 증언 중 하나입니다. 증언 취합본에 따르면, 당일 권고사직이 회사 '문화'처럼 자리하고 있습니다. 2010년 설립된 펄어비스는 2017년 매출기준으로 세계온라인게임 IP TOP10에 들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사실 펄어비스는 ‘영혼 까지 갈아 넣는다’는 게임업계에서도 노동 환경이 열악하기로 소문이 자자합니다. 회사의 성장에는 격무에 시달리며 일한 노동자들의 헌신이 있던 셈입니다.

한진택배와 펄어비스의 일방적인 ‘통보’ 속에 회사 성장을 위해 땀 흘린 노동자를 위한 배려는 없어 보입니다. 한진택배와 펄어비스는 노동자를 성장의 동반자가 아닌, 소모품쯤으로 여긴다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노동자와 사용자 간 신의는 저버리고 노동자를 착취해 이윤을 늘리려 한다면 한진택배, 펄어비스는 배신! 배반형!

[3월 24일] N번방 보도, '가해 보도' 막기 위한 긴급지침 마련

‘N번방’ 사건에 대한 보도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모바일메신저 텔레그램으로 여성을 협박해 성폭행, 성 착취를 저지른 이 사건에 대한 관심은 ‘N번방’ 기사의 댓글수에서도 드러납니다. ‘N번방’ 사건 보도는 꼭 필요합니다. 언론의 보도는 ‘N번방’ 사건으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디지털성범죄, 성 착취, 2차 가해 등에 대한 공론을 지속할 수 있는 동력입니다.

문제는 적지 않은 보도가 구조적 변화보다, 조회수를 늘리기 위해 ‘N번방’ 사건을 보도하는 데 있습니다. 불필요한 피해자 정보 노출, 지나치게 자세한 범행과정, 가해자 신상털기, 연예인이 SNS에 쓴 글 한 줄까지. ‘N번방’의 본질을 흐리는 보도로 공론이 엉뚱한 방향으로 흐를 여지가 있습니다. 이에 언론노조가 긴급지침을 발표하며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 책임 명확히 전하는 보도’와 ‘구조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보도’를 지향하길 권했습니다.

저널리즘의 기본은 진실 추구입니다. 선정적이거나 진실을 구하지 않는 보도와는 ‘논리적으로 양립할 수 없음’입니다. 언론에 대한 낮은 신뢰도를 생각해서라도, 언론이 배반 행위를 멈춰야겠습니다. 언론노조의 긴급보도 지침을 계기로 '참여와혁신'도 뒤돌아보며 나아가겠습니다.

[3월 25일] ‘소통’하자는 타다 비대위, '묵묵부답' 타다

“사장님이 접겠다는데 우리가 막지는 못하잖습니까? 그래도 얘기를 좀 하자는 겁니다.”

'혁신의 아이콘'을 내세웠던 타다가 타다 드라이버들에게 '배반의 아이콘'이 돼가고 있습니다. 대규모 감차로 고용불안에 떠는 드라이버들이 상생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했으나,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6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직후, 타다는 '타다 베이직' 서비스의 종료를 선언했습니다. 실제 차고지 축소를 통해서 대규모 감차를 엿볼 수 있습니다. 타다 비대위에 따르면, 서울지역 내 타다 차고지는 20여 개소에서 5개소로 축소됐습니다. 이중 영등포 차고지도 다음 주에 폐쇄될 예정입니다. 타다 운영사인 VCNC 박재욱 대표는 국토부와 협상에도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박재욱 대표는 SNS 등에서 드라이버들의 일자리를 앞세워 여객자동차법 개정안에 반대한 바 있습니다. 그 드라이버들이 지금 대화를 원하고 있습니다. 국토부와 협상에 나서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드라이버 일자리 유지는 불가능한 건지, 대안은 없는지, 드라이버들에게 들려줄 때입니다. '무대응'으로 일관한다면, 드라이버들에 대한 배반입니다.

25일, 불 꺼진 VCNC 사무실 앞.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25일, 불 꺼진 VCNC 사무실 앞.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3월 26일] 콜센터 집단감염 그후, "정부대책 보면 화가 난다"

지난 11일, 콜센터를 중심으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하면서 콜센터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낱낱이 드러났습니다. 콜센터 노동자들을 비롯한 여러 전문가는 집단감염 원인으로 ‘위험의 외주화’를 꼽았습니다. 밀집된 공간에서 휴식은 거의 없고, 침을 튀기며 일해야 하는 환경은 바이러스 감염 위험을 키우기 충분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12일 전국 콜센터 긴급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16일에는 상시노동자 50명 미만 중·소규모 콜센터의 시설 개선에 최대 2천만 원 지원을 대책으로 내놨습니다.

“화가 난다.”
“원청이 직접 책임지도록 대책을 마련하고 강제해야 한다."

잇따른 정부 대책을 보며 염희정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 콜센터지부 한국장학재단콜센터지회장이 한 말입니다. 위험의 외주화란 표현은 문제 해결의 핵심이 '원청의 책임 강화'에 있다는 걸 의미입니다. 노동자의 안전을 개선할 여력이 부족한 하청에게만 책임을 지우면, 실질적인 안전보장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정부도 이를 모를 리 없습니다. 위험의 외주화로 이미 많은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고, 그때마다 원청의 책임 강화 요구가 있었습니다. 가장 필요한 대책은 빼놓고 노동자의 안전을 얘기한다면? 정부도 배신! 배반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