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대출 업무에 은행원들 파김치 ... 이 판에 경영평가까지?
소상공인 대출 업무에 은행원들 파김치 ... 이 판에 경영평가까지?
  • 임동우 기자
  • 승인 2020.03.31 16:25
  • 수정 2020.03.31 1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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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특별대출 지원 규모 5.8兆 기업은행, 영업점에서는
보증서 심사·발급·담보까지 맡게 된 기업은행
“정부와 은행 지침 맞지 않아 상담 때 한계 느껴”
“경영평가라도 없다면, 지원책에 집중할 수라도 있어”
코로나19 특별대출 상담 서류들이 기업은행 영업점 한편에 쌓여있다.ⓒ 기업은행지부
코로나19 특별대출 상담 서류들이 기업은행 영업점 한편에 쌓여있다.
ⓒ 기업은행지부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 중소벤처기업부가 27일 발표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소상공인 금융지원 신속집행 방안’에 따라 다음달 1일부터 시중은행에서도 연 1.5% 금리의 코로나19 특별대출이 시행된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신용등급이 1~3등급에 해당하는 경우는 시중은행에서, 4등급 이하일 때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대출이 가능하다. 기업은행에서는 중신용 소상공인 위주로 1~6등급까지 대출 받을 수 있다. 중소상공인 지원이 시급한 시점에서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의 코로나19 특별대출 규모는 1.2조 원에서 5.8조 원으로 대폭 확대된 상황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기업은행지부(위원장 김형선, 이하 기업은행지부)에 의하면, 5조 8,000억 원을 대출 한도 2천만 원으로 나눈 후, 전국 기업은행 점포수인 632개로 나누면 영업점당 최대 400여 개의 대출을 취급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최근 지역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는 오전부터 대출 지원을 위해 줄을 선 소상공인들이 보였다. 사전예약시스템이 있음에도 마음이 답답한 소상공인은 새벽부터 나와서 기다렸다고 밝히기도 했다. 시중은행에도 특별대출 시행이 예고되면서, 신한·국민·하나·우리은행 등 시중은행은 대출 신청이 늘어나고 있는 영업점에 본부 직원 파견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로구에 위치한 기업은행 영업점을 방문했을 때, 은행 운영종료 시간인 오후 4시까지도 창구에는 대출문의 고객들이 앉아있었다.

“대출문의가 정말 많이 오는 편이에요. 찾아오시는 분들도 많지만, 특히 전화나 인터넷을 통해 문의를 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전화가 오면 대출에 대해 설명을 해야 하는데 은행에서 내려온 지침이 명확하지 않아요. 정부에서 언론에 공개한 지침이랑 은행에서 내려온 지침이랑 안 맞으니까 직원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말이 없어요. 소상공인 대출 있고요, 재단에서 하는 대출 있고요, 이런 틀에 박힌 대답만 해야 해요. 고객 입장에서는 4~6급이면 다 되는 줄 알고 있는데, 은행에서 사실상 지침이 내려온 건 없죠. 은행 자체에서 운영하는 특별지원자금이 있었는데, 그건 한도 소진된 상태고요. 그거 제외하면 보증서 기간 연기해서 대출 받으라고 하거나, 담보로 대출 받으라고 하는 수밖에 없죠. 전화하는 고객들이 바라는 시그널에 맞출 수 있는 답변은 현재까지 한계가 있어요.”

현장에서 일하는 은행원들은 은행과 정부의 지침이 일치하지 않아 곤혹스러워 하고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한 국가적 재난 속에서 경영평가는 또 다른 스트레스로 다가오기도 했다.

“경영평가 조정해서 코로나만 대처하라는 것도 아니잖아요. 차라리 상반기 경영평가 안 한다고 하면 다른 거 신경 안 써도 되니까 지원책에 집중하기라도 할 수 있죠. 현재는 교차판매도 어려운 상황이에요. 예비자금 확보 목적으로 대출 받는 건데, 어려운 사람이나 수익을 낼 수 없는 고객한테 그걸 해달라고 할 순 없잖아요. 영업점 내에서 다들 이러한 생각을 공유하고 있어요.”

기존에 기업은행은 지역보증재단에서 해당사업자에 대출심사를 거친 후 보증서 발급이 되면, 발급된 보증서를 담보로 대출을 시행해왔고, 대출에 문제가 생겨도 재단에서 대위변제를 해주는 시스템으로 운영됐다. 그러나 현재는 지역보증재단의 인력 부족으로 보증서 심사·발급·담보 및 대출실행까지 기업은행에서 하도록 정부지침이 내려온 상황에 처해 있다.

기업은행지부 관계자는 “기업은행의 특별대출 규모가 시중은행 합산보다도 많은데, 심사발급 업무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역보증재단 쪽에서도 기업은행 상담을 권유하면서, 모든 업무가 기업은행에 집중되다보니 현장 직원들이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