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연속 인사평가 최고점 받았는데 메일 한 통 썼다고 직위해제?
3년 연속 인사평가 최고점 받았는데 메일 한 통 썼다고 직위해제?
  • 최은혜 기자
  • 승인 2020.03.31 17:56
  • 수정 2020.03.31 1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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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인사권 남용 논란
인천국제공항공사, “조사 진행 중”
인천국제공항 전경. ⓒ 참여와혁신 포토DB
인천국제공항 전경. ⓒ 인천국제공항공사

근무평정이 높고 동료 평판이 좋은 노동자가 어느날 불쑥 '불성실한 근무 태도'를 이유로 인사위원회에서 직위해제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인사노무처장에게 메일을 한 통 썼기 때문이다.

한국노총 공공노련 인천국제공항공사노동조합(위원장 장기호, 이하 노조)은 “구본환 사장이 인사권을 남용하고 있다”며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에게 인사조치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사건은 지난 2월 있었던 공항운영2팀 팀장 보직인사에서 출발한다. 2월 공항운영2팀 팀장 보직인사에서 3명의 후보자가 구본환 사장이 진행한 면접심사에 임해 2월 25일, 적격자로 선정된 한 명이 인사발령을 받았다. 당시 면접자 중 한 명이 인사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는 메일을 인사노무처장에게 보냈는데, 이 메일이 문제의 발단이라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노조에 따르면 해당 면접자는 2014년에 발생한 사건으로 인사상의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당시 사건을 현재 인사노무처장이 목격했기에 이를 얘기하며 공항운영2팀 팀장 보직인사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는 것이 노조의 설명이다.

구본환 사장은 메일 중 “인사는 기본적으로 인사권자의 고유권한인 것을 존중합니다. 그러나 절차의 일관성이 결여되고 결과가 납득하기 어렵다면 인사권의 남용이라 할 수 있고, 사람을 귀하게 생각하지 않고 배려하지 않는 인사라면 폭력이 될 수도 있습니다”라는 부분을 인사권자를 간접적으로 조롱했다고 인식했다는 것이 노조의 판단이다.

구본환 사장은 지난 4일, 인사위원회를 개최해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사규정 제63조 제1항 제1호 ‘직무수행능력이 현저히 부족하거나 근무성적이 극히 불량한 자(1급 내지 2급 직원의 경우는 인사평가 결과 3년 연속 최하위 등급에 해당하는 자) 또는 직원으로서 근무태도가 극히 불성실한 자’의 항목을 들어 3개월간 직위해제 및 자택대기발령으로 결론지었다. 구본환 사장은 “극히 불량한 태도로 CEO의 인사권을 조롱하고 인격을 모독했으며, 공사와 경영진의 명예와 위신을 손상케 했다”고 이유를 들었다.

노조는 이를 인사권 남용으로 보고 있다. 해당 직원은 3년 연속 부서 인사평가에서 동일직급 최고점을 받았고 근무태도가 불량하지 않아 인사규정 제63조 제1항 제1조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다. 또, 노조는 인사노무처장에게 보낸 사내 메일로 직위해제를 받았는데 이는 징계의 성격이기 때문에 해당 직원에게 소명 기회를 제공해야 함에도 그런 절차가 없었다는 것을 문제 삼고 있다.

현재 해당 직원은 자택에서 징계위원회를 기다리고 있다. 구본환 사장이 징계와 관련해 감사실에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기 때문이다. 노조는 이중징계라고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 23일,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 해당 직원에 대한 직위해제 및 자택대기발령은 부당하다며 이를 취소하는 판정을 구하는 부당징계 구제를 신청했다. 또, 국가인권위원회에도 인사권 남용을 이유로 제소했다고 밝혔다.

한편, 인천국제공항공사는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으로 조사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본사의 인사조치는 임시적인 보직배제조치이지 정식 징계는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