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참여에 대해 돌아보기
[취재후기] 참여에 대해 돌아보기
  • 임동우 기자
  • 승인 2020.0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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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말로 버즈 아이 뷰 쇼트(bird’s eye view shot).
보통에서 벗어난 시각으로 세상을 관찰하고 싶습니다.

어느덧 3월이 다 갔다. 이번 호를 마감하고 아쉬운 마음에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된다. 4월은 여러모로 추모할 일이 많은 달이다. 햇살은 거짓말 같이 따스하고, 꽃이 흐드러지게 핀다.

꽃이 지고 떨어지는 건 명확한데, ‘노동의 참여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은 이 글을 쓰는 순간까지 답이 떨어지지 않는다. ‘노동, 참여’. 두 단어를 분리해 하나씩 단어를 곱씹어봐도 이미지를 명료하게 떠올리기 어렵다. 주변인들을 만날 때마다 ‘노동의 참여’에 대해 물었다. 돌아오는 답변은 아래와 같이 정리됐다.

① 그냥 내 일하는 게 참여하는 거 아냐?

② 경영을 말하는 건가? 그건 전문가들이나 하는 거지

③ 나, 회사 싫어서 프리랜서 됐다

이번 호 커버스토리를 준비하면서 부족함과 아쉬움이 교차한다. 성큼 다가온 마감기한까지 고민했다지만 요기조기 아쉬운 점이 많다. 그럼에도 다양한 목소리를 들으면서 느낀 바가 있으리라.

4월호 커버스토리 준비를 함께한 박완순 기자, 최은혜 기자와 회의실에 둘러 앉아 못다 나눈 이야기를 해봤다. (이하 임동우 기자=, 박완순 기자=, 최은혜 기자=)

오른쪽부터 임동우 기자, 박완순 기자, 최은혜 기자
왼쪽부터 임동우 기자, 박완순 기자, 최은혜 기자

마감 소감을 간단히 말해보자.

최: 요즘에는 코로나19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한다. 밖에 못 나가다보니까 심적으로 많이 지쳐있어서 기사 작성과 거리를 두고 있었다. 그래도 어떻게 잘 끝내서 해냈다는 즐거움이 있다.

박: 찝찝한 마음이 든다. 커버를 준비하면서, 취재 측면에서도 그렇고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부족한 점이 보였다. 아마 이에 대한 가장 큰 이유는 노동이사제에 주로 포커스가 맞춰져 있기 때문일 거라고 본다.

임: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노동이라는 단어도, 참여라는 단어도 실물로 볼 수 없는 추상적인 단어다보니 주제를 잡고 커버스토리를 작성하기에 어려운 면이 있었던 것 같다.

노동의 참여는 왜 중요할까?

최: 취재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이 ‘도둑질 근절’이라는 말이었다. 현장감 있는 단어이기도 했고 핵심적인 말이라고 생각했다. 공기업은 아무래도 정부 중심으로 경영을 끌고 가는 면이 있고, 재벌 대기업은 총수가 끌고 가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 노동자의 개입 여지가 없는 거 같다. 그러다보니 회사가 속빈 강정이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속은 썩었는데 겉만 멀쩡해 보이는 거다. 이런 측면에서 노동이 참여했을 때 10분 1이라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견제 역할 측면에서 참여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 무엇 때문에 중요하다 딱 잘라서 말하기 어렵다. 취재를 바탕으로 생각해봤을 때, 기업의 운영에서 노동이 경영 상황 등에 참여할 수 있는 채널이 많지만 지금까지 그 채널들의 효용성이 떨어졌다. 노사협의회 등의 교섭을 통해서 경영에 무조건 반영되는 것도 아니었고, 노동자는 기업의 운영이 집행된 이후에 문제제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집행 전 결정단계부터 노동자의 의견이 반영되어서, 집행 후에 다시 논의해야 하는 소모적이고 반복적인 문제를 만들지 않을 방법이라는 측면에서는 중요해 보인다.

임: ‘왜, 노동자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하지?’ 라고 물음을 던졌을 때, 노동자가 기업의 구성원이고 구성원으로서의 온당한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서?’라는 질문으로 이어졌는데, 머릿속에 정리가 잘 안되더라. 그럼에도 준비하면서 느꼈던 건, 우리가 뭔가 생각할 때 결과 위주로 보는 시선이 있는데, 결과로 보이는 것만이 참여가 아니라 과정을 함께한다는 게 참여가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중요하다고 봤다.

박: 노동의 참여가 단순히 노동의 권리적인 측면인 건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권리로 주장만 할 수 있는 건가. 취재원이었던 박태주 박사의 말처럼, 노동이 참여를 하지 않으려 하는 건 권리가 주어짐에도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이다. 노동이 경영이 잘못됐을 때 책임을 질 수 있는가도 고민할 지점이다. 책임을 질 수 있는 구성원의 태도와 함께, 제도적으로 태도를 보장할 수 있도록, 참여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국 사회에서 노동의 참여를 위해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하는 건?

최: 노·사·정 모두 각자 해결해야하는 문제가 있다. 노사는 인식개선, 정은 제도개선이다. 특히 노동에 한정하자면, 노동계가 노동이사제나 노동의 참여에 대한 인식은 많이 개선됐다고 생각한다. 처음에 서울시 노동이사제 얘기가 나왔을 때보다는 진일보했지만, 아직은 공공부문에 한정돼 있다. 공공부문 같은 경우에는 경사노위 공공기관위원회에서 '참여형 공공기관 운영방안 마련'이라는 의제로 노동의 참여를 요구하고 있지만, 민간기업쪽에서는 이러한 의도가 잘 표출되지 않는 것 같다. 노동이 참여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책임져야 하고 이를 위해 역량을 개발해야 한다는 인식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공공에서 민간으로 노동의 참여가 널리 퍼지기 위해서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박: 노동의 참여를 위해 가장 필요한 건 노동이 스스로 참여하는 거다. 그간 취재하고 돌아보면서 스쳤던 이미지를 생각하면 ‘노동이 참여를 진짜 원하고 있나?’라는 의문이 들었다. 참여를 원하고 있지 않으면 아무리 상법을 개정하고 ‘노동이사제2.0’을 시행한다고 한들 소용이 없다. 취재할 때, 노동의 참여에 대해 생각을 물었어야 했는데 아쉽다. 노동의 참여에 대해 우리의 인식, 전문가의 인식, 정부의 인식과 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임: ‘참여’라는 단어를 생각해봤을 때, 자발성·자율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데 공감한다. 우리가 사례를 봤을 때 서울시 방식이 탑다운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제도가 노동한테 밥처럼 떠먹여주듯이 참여하라고 하는데, 노동이 얼마나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싶어 했나 고민해봐야 한다.

이번 커버스토리를 준비하면서 각자 아쉬웠던 점을 말해보자.

박: 저는 앞서 말했던 한 마디 소감으로 갈음하겠다.

최: 이번 호를 준비하면서 스스로도 수동적이지 않았나, 라는 생각을 했다. 노동의 참여를 노동이사제로만 국한한 데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 취재는 했는데, 기사를 쓰려고 보니 내용이 부족한 느낌이 들어서 아쉬웠다.

임: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아쉽다는 점에 동감한다. 이후에도 노동의 참여에 대해 좀 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모두 고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