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산업은 ‘사람’이 중심이다
관광산업은 ‘사람’이 중심이다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0.04.04 00:00
  • 수정 2020.04.04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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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위기 맞은 관광산업… 노동자들도 ‘고용불안’ 위기
‘일자리 지키는 위기 극복’ 필요해… 관광산업 발전은 ‘사람’이 중심

코로나19, 위기의 관광산업 ①

산업의 위기는 곧 노동자의 위기다. 하지만 산업의 승승장구는 반드시 노동자의 승승장구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노동을 배제한 산업발전은 가능하기 때문이다. 산업에서 노동의 배제는 ‘질 나쁜 일자리’ 확산으로 나타난다. 질 나쁜 일자리는 저임금뿐만 아니라 위기 시 먼저 버려지는 ‘고용불안’이 특징이다.

노동자는 위기에 취약하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초유의 경제위기는 산업과 노동자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위기 상황에서 질 나쁜 일자리는 언제 있었냐는 듯 쉽게 정리됐고, 양질의 일자리를 지키기는 더욱 힘들어졌다. 위기는 노동의 배제를 강화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산업의 핵심은 ‘사람’에 있다. 특히 사람이 중요한 관광산업이 그렇다. 노동의 배제는 한국 관광산업의 일시적인 위기모면에 효과적일 수 있으나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성장 가능성을 갉아먹는다. 관광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라도 노동과 함께하는 방향이 필요하다.

관광산업은 무엇인가?

관광의 사전적 의미는 ‘다른 지방이나 다른 나라에 가서 그곳의 풍경, 풍습, 문물 따위를 구경함’이다. 그렇다면 관광산업이란 무엇일까?

관광산업의 정의는 관광객에 초점을 둔다. 관광객은 자신의 본래 거주지가 아닌 다른 지역을 찾아간 사람이다. 취업을 위한 거주와 1년 이상 체류하는 경우는 관광객에서 제외한다. 관광객이 여행지에서 먹고, 마시고, 보고, 경험하는 모든 활동이 관광산업에 해당한다. 즉, 관광지에서 발생하는 관광객의 지출과 관련된 모든 재화와 서비스가 관광산업의 요체다.

이렇게 폭 넓은 정의 때문에 관광산업이 유발하는 경제 효과를 정확히 계산하기란 어렵다. 실제로 학계에서 국제 관광산업 통계 기준이 마련된 건 비교적 최근이다. 세계관광기구(UNWTO)는 ‘2008 국제관광통계 권고안(International Recommendations for Tourism Statistics, IRTS 2000)’을 발행해 관광산업의 범위와 분류 기준을 제시했다.

IRTS 2000은 관광객의 여러 활동 중 크게 ▲패키지 여행 ▲숙박 ▲음식 ▲지역운송 ▲국제운송 ▲오락, 문화, 스포츠 ▲쇼핑 등을 관광지출 계정으로 설정했다. 하지만 이러한 분류가 관광객의 모든 활동을 포괄하는 것은 아니다. 가령 식자재를 납품하는 일을 모두 관광산업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관광호텔에 식자재를 납품한다면 관광산업에 포함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최소한의 수준에서 관광산업을 파악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하는 ‘관광사업체조사’는 대분류로 ▲여행업 ▲관광숙박업 ▲관광객이용시설업 ▲국제회의업 ▲카지노업 ▲유원시설업 ▲관광편의시설업으로 나누어 파악한다. 소분류를 기준으로 하면 33개 업종이 관광산업으로 간주된다.

그러다보니 통계마다 약간씩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2018년 관광사업체조사에 따르면 관광산업의 고용 크기는 26만 7,561명이다. 반면,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2018년 문화체육관광 관련 산업 일자리조사 결과에 따르면, 관광산업 고용 규모는 55만 8,298명으로 집계된다. 관광산업의 범주를 어떻게 정하는지에 따른 차이다.

열악한 산업, 열악한 일자리

다양한 기준의 관광산업 통계 자료를 종합해 볼 때 한국 관광산업 수준은 결코 높다고 볼 수 없다. 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 관광산업의 GDP 총 기여도는 2018년 기준 2.7%이며, 고용 총 기여도는 3%다. OECD 국제 평균 10.4%와 10%에 비해 한참 뒤지는 수준이다.

한국 관광산업은 영세성이 특징이다. 전체 3만 3,452개 사업장 중 매출 1억 원 미만 사업장이 45%(1만 5,141개), 매출 1억 원 이상 5억 원 미만 사업장이 31%(1만 341개)로 대다수를 차지한다. 매출 5억 원 이상 10억 원 미만 사업장은 10%(3,269개), 매출 10억 원 이상 사업장은 14%(4,701개)에 지나지 않는다.

업종별 사업장 1개소 당 고용인원은 여행업 5.2명, 관광숙박업 33.1명, 관광편의시설업 8명, 유원시설업 8.7명, 관광이용시설업 5.4명, 국제회의업 10.3명, 카지노업 431.2명으로 카지노업을 제외하면 소규모 사업장이 대다수다.

더불어 사업장 간 양극화도 극심하다. 사업체 수 기준으로 전체 14% 비중을 점하는 매출액 10억 원 이상 사업장이 전체 관광산업 매출액(약 25조 4,000억 원)의 80%를 차지한다. 관광산업 중 특히 여행업의 편차는 크다. 2017년 BSP(항공권 판매대금 집중결제제도) 발권 실적을 기준으로 전체 623개 여행사 중 상위 10개 여행사가 전체 발권 실적의 52.2%를 차지했다. 이중 상위 4개사(하나투어, 인터파크투어, 모두투어, 노랑풍선)의 발권실적은 전체 37.4%에 달했다.

사업장들이 영세한 만큼 노동자들의 처우도 열악하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6월 기준 관광산업 종사자(상용노동자)의 월 평균 임금은 229만 원이다. 2018년 임금노동자 평균 연봉은 3,634만 원으로 월 평균 300만 원 이상이다.

소득 구간별로 봤을 때도 하위 구간에 밀집돼 있다. 150만 원 미만 1.2%, 150만 원 이상 180만 원 미만 12.6%, 180만 원 이상 210만 원 미만 25.0%, 210만 원 이상 240만 원 미만 20.6%, 240만 원 이상 270만 원 미만 13.7%, 270만 원 이상 300만 원 미만 10%, 300만 원 이상은 16.9%이다.

노동과 함께하는 산업 ‘고도화’ 필요

영세사업체의 고도화는 한국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장기적인 과제다. 그 과정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함께해야 한다. 흔히 관광산업의 취업유발계수(특정 산업의 최종 수요 10억 원이 발생할 때 증가하는 취업자 수. 직접 고용되는 취업자뿐만 아니라 파급효과로 간접 고용되는 취업자도 포함한다)는 제조업보다 2배가량 높다고 말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4년 취업유발계수는 제조업 8.8명, 관광산업 18.9명이다.

하지만 ‘막무가내 식’의 관광산업 유치는 질 나쁜 일자리 양산뿐만 아니라 관광산업 전체에 역효과를 부른다. 대표적으로 2012년 7월 시행된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법’은 호텔업계의 공급과잉을 초래했다.

이명박 정권 당시 추진된 특별법은 중국 관광객의 폭발적인 증가세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실제로 2010년 산업연구원에서 발행한 ‘소규모 서비스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제언’에서는 “최근 최대 인바운드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인 관광객의 경우 서울에서 객실을 구하지 못해 수도권 밖의 콘도 및 일반호텔 등을 이용하는 실정”이라며, “관광호텔 객실 부족으로 인한 중국 관광객의 불만은 향후 재방문 의사에 영향을 미치므로 여행사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따라서 여행사들은 외래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는 10만 원(특2급 규모) 이하의 중저가 관광호텔을 수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특별법은 수도권 지역 관광호텔 조성을 위해 ▲용적률 기준 완화(일반주거지역 150%, 상업지역 500%) ▲주차공간 확보 기준 완화(134m2→300m2당 1대 공간)▲호텔용도 공유지 대부 시 이자 감면 등을 추진했다. 박근혜 정부는 2015년 일몰 예정이었던 특별법 유효기간을 1년 더 늘렸다.

이에 따라 서울지역 관광호텔의 수는 2013년 191개(2만 9,828실)에서 2018년 440개(5만 8,248실)로 확연히 늘었다. 하지만 계속 증가할 것 같았던 중국 관광객 수는 2015년 메르스 사태에 이어 2017년 사드 사태로 대폭 줄었다. 그 결과 호텔업계의 영업이익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한국관광호텔협회에 따르면, 5성급 호텔 기준 영업이익률은 2016년 5.12%에서 2017년 –1.64%, 2018년 –0.92%를 기록했다. 4성급 호텔은 2016년 1.13%, 2017년 –2.76%, 2018년 –0.48%였다.

더 큰 문제는 양질의 일자리가 축소되는 경향도 함께 일어났다는 것이다. 기존 대형호텔의 양질 일자리는 아웃소싱 행보가 강화됐다. 호텔사업에는 크게 ▲객실 ▲식음료 ▲레저 ▲마케팅 ▲구매-자재 등 여러 부서가 있다. 이 중 객실부문을 제외한 나머지 부문에서는 임대를 주거나 용역업체를 사용하는 경향이 강화됐다. 더욱이 2012년 특별법 이후 양산된 관광호텔은 노동을 배제하는 성향이 강했다. 숙박 부문에만 집중하고 애초에 다른 사업부는 거들떠보지도 않은 것이다.

본래 호텔산업은 호텔의 어원인 라틴어 ‘Hospitalis’(환대)에서도 알 수 있듯, 숙련된 노동자의 고급 서비스가 특징이다. 그러나 특별법으로 기존 대형호텔의 서비스는 외주화되고, ‘잠만 자는 곳’이라는 개념의 호텔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숙련된 노동의 필요성 자체가 떨어지게 된 것이다.

관광산업 위기 극복
노동 지켜야 가능하다

한국 호텔업계는 한국의 관광산업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대표한다. 호텔업계가 맞이한 위기는 전체 관광산업과 관광산업 노동자의 위기라고도 볼 수 있다.

앞서 지적했듯 관광산업은 관광객이 여행지에서 겪은 경험으로 이루어진다. 관광산업의 발전이 관광객을 최전선에서 맞이하는 관광업계 노동자에게 달린 건 두말 할 필요가 없다. 관광산업의 핵심은 ‘사람’이다.

관광대국으로 불리는 일본은 ‘오모테나시(持て成し, 최고의 환대)’라는 개념으로 자국의 관광산업을 발전시켰다. 일본에도 ‘서비스’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서비스와 오모테나시는 서로 다르게 쓰인다. 《오모테나시, 접객의 비밀》(2017, 북저널리즘)에서는 오모테나시를 “상대방에 대한 단순한 친절이 아니라 친절을 베푸는 상대를 미리 헤아려 마음 씀씀이를 행하는 것, 그리고 그 마음을 받아들일 만한 환경과 상황까지 미리 준비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비록 코로나19로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가 연기됐지만, 일본이 올림픽 개최에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에는 오모테나시를 강조한 측면이 있다. 물론 일본의 오모테나시가 관광객을 부담스럽게 만든다는 지적이 있다. 한국에서 직수입하기에도 무리가 있다. 그러나 오모테나시라는 독특한 개념을 발전시킬 수 있었던 일본 관광산업의 기반은 한국도 배울 필요가 있다. 노동이 배제되는 관광산업에서 발전은커녕 위기극복조차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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