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사태 맞은 호텔업계노조, 대응방안 모색하다
초유의 사태 맞은 호텔업계노조, 대응방안 모색하다
  • 강은영 기자
  • 승인 2020.04.04 00:00
  • 수정 2020.04.04 04: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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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따른 문제 직면한 호텔업계의 피해 상황 공유
위기를 딛고 지속가능한 관광산업을 위해서는

코로나19, 위기의 관광산업 ② 
특별좌담_관광서비스노련 호텔부문 노동조합

전 세계의 이동이 멈췄다. 하루 수백 편이 운항되던 비행기는 그 수를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코로나19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경 중국에서 발생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전 세계로 확산됐다. 세계보건기구 WHO는 3월 11일, 1968년 홍콩독감, 2009년 신종플루에 이어 코로나19에 대해 감염병 최고 경고 등급인 팬데믹(PANDEMIC)을 선포했다.

감염의 위험성이 커지면서 야외 활동은 급격하게 감소했다. 많은 사업장은 재택근무를 통해 직원들 간의 감염 가능성을 최소화했다. 야외에 나가 지갑을 여는 사람들이 줄어들자 국내 경제는 급속도로 얼어붙기 시작했다. 당장의 임대료와 직원들의 생계를 책임지기 어려워 고통을 호소하는 기업들도 늘어났다.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얼어붙자 큰 타격을 받은 곳은 관광업계였다. 외국인 관광객이 수입의 절반을 차지하는 관광업계는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가장 빨리 피해를 받지만, 회복은 더디다. 전국관광서비스노동조합연맹(이하 관광서비스노련, 위원장 강석윤)은 지난 3월 17일과 19일에 걸쳐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관광서비스산업의 피해와 대응방안 마련을 위한 긴급 대표자 간담회’를 진행했다. <참여와혁신>은 간담회 내용을 호텔부문과 비호텔부문으로 나눠 이야기를 재구성했다.

ⓒ 참여와혁신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특별좌담_관광서비스노련 호텔부문 노동조합 ⓒ 참여와혁신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발길 뚝 끊긴 호텔시장

지난 2월 말경부터 국내에 코로나19가 급격하게 퍼지기 시작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확진자 수로 인해 많은 사람이 불안에 떨었다. 해외 여러 국가에서도 한국의 상황을 유심히 지켜봤다. 일부 국가에서는 한국인의 입국과 한국으로의 출국을 금지하기도 했다.

외국인 관광객의 수요가 높은 호텔은 그대로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유승환 쉐라톤팔레스호텔노조 위원장은 “호텔의 매출 구조를 살펴보면 객실 매출이 40%, 연회장 매출이 60% 정도였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일주일에 겨우 한 번 정도 행사가 있는 상황”이라며 “객실 투숙률은 10~2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정영준 워커힐호텔노조 위원장은 “현재 두 군데의 호텔을 운영하고 있는데 한쪽의 객실을 닫기로 회사와 협의를 마친 상태”라며 “언제 이 상황이 타개될지 몰라 직원들의 휴직 문제 때문에 고민”이라고 말했다.

확진자 수가 많은 지역 중 하나인 부산 상황도 좋지 않다. 임재연 부산롯데호텔노조 위원장은 “하루에 체크인하는 방이 3방 정도밖에 되지 않아 객실 투숙률이 3%도 안 되는 상황”이라며 “최근 부산에 위치한 면세점에서 1시간가량 머문 적이 있었는데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호텔노조 위원장들은 공통적으로 평소에 평균 85~90% 투숙률을 보였는데 최근에는 투숙률이 10~20%까지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심한 곳은 한 자리의 투숙률을 보이기도 한다고 밝혔다.

호텔을 찾는 고객들의 발길이 끊기니 호텔을 유지하기 위한 인력도 자연스럽게 조정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정재호 한화호텔앤리조트63노조 위원장은 “지금은 직원들이 연차 6~7개를 소진하면서 3월 휴무량을 겨우 채웠다”면서도 “코로나가 언제 진정될지 모르는 가운데 직원들에게 연차 소진을 계속 강요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정환권 한화호텔앤리조트외식사업부노조 위원장은 “갑(甲)사가 존재하다 보니 을(乙) 사업장으로서는 노동부에서 휴업에 대한 부분을 발표했다고 하더라도 갑사의 정책에 따를 수밖에 없다”며 “우리도 직원들이 연차를 사용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쓸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리조트 상황도 마냥 안정적이지 않다. 윤석수 용평리조트노조 위원장은 “리조트는 호텔과 같은 단일 직종이라기보다는 종합상품으로, 현재는 스키장을 운영하고 있어 주말에는 투숙률이 안정적인 편”이라면서도 “스키장 영업이 3월 23일 종료되는데 이후의 상황이 고민”이라고 털어놓았다.

3월 초는 대학생들이 오리엔테이션이나 엠티로 리조트를 찾는 일이 많은 시기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대학교 졸업과 입학식이 연기되고 사이버 강의로 수업을 진행하다 보니 대학생들이 단체 활동을 할 수 없게 됐다. 정주환 신안종합리조트노조 위원장은 “종합리조트의 경우 대학생들의 오리엔테이션이나 엠티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데 예약이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주중에는 영업하지 않고 주말에 30실 정도 예약이 차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직원들 임금은 어떻게 보전해야 하나?

대면 접촉이 많은 호텔업 특성상 감염 예방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호텔을 방문하는 고객들의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서다. 최근 정부는 마스크 사재기를 방지하기 위해 모든 국민들이 최소한의 마스크를 확보할 수 있도록 ‘마스크 5부제’를 실시했다.

전주환 세종호텔노조 위원장은 “코로나19가 급격하게 확산되기 시작하면서 직원들이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회사에 얘기했으나 마스크를 쓰고 손님을 접대한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며 “총무들끼리 서울 시내 호텔 중 마스크를 썼는지 안 썼는지 눈치싸움을 하고 있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고객을 응대해야 하는데 마스크를 쓰는 것은 처음에 상상조차 힘들었다. 하지만, 상황이 점차 심각해지자 너도나도 마스크를 착용하기 시작했다.

정주환 위원장은 “정부에서 생산하는 마스크 중 80%를 공적 마스크로 공급하다 보니 마스크를 구하기가 어렵다”며 “모두가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운 사정은 이해하지만 대면 접촉이 많은 업종에 한해서는 마스크 물량을 확보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고용노동부는 코로나19 확대로 어려움을 겪는 사업장이 늘어나자 고용유지지원금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경영난을 겪는 사업주가 휴업, 휴직 등의 고용유지조치를 하는 경우 인건비의 일부를 지원해주는 제도다. ▲코로나19로 인해 피해를 받은 경우 ▲고용유지조치(휴업, 휴직)계획 수립 및 제출 ▲수립된 계획에 따라 총 노동시간이 평균 노동시간보다 20% 초과해 감소하거나 1개월 이상의 유급휴직을 실시하는 경우 등의 조건을 뒀다. 고용유지지원금 확대를 통해 우선지원대상기업의 경우 인건비의 3/4을, 1일 지원 한도를 7만 원까지 인상했다.

임재연 위원장은 “남는 인력이 너무 많이 생겨 회사에서도 무급휴직을 세팅해보고 연차를 사용하기도 했다”며 “직원들 사이에서는 강제연차 사용에 불만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해 고용유지지원금을 이용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고용유지지원금 확대는 속절없이 연차소진을 해야 했던 호텔업계에 한시름 놓게 하는 희소식이었다. 하지만 그 절차가 까다롭고 과정이 길어 과연 제대로 된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나타내는 목소리도 컸다. 유승환 위원장은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고 심사를 거치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조합원들이 정말 필요할 때 돈을 받을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정부가 지원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신속하고 정확하게 제도를 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규직에게는 고용유지지원금 제도가 마련돼 있지만, 비정규직을 위한 안전장치는 없다는 점도 나왔다. 김선호 그랜드앰배서더호텔노조 위원장은 “계약직 직원들의 경우 휴업 기간 중에 계약이 만료되는 경우가 생긴다”며 “이들은 고용유지지원금 신청대상에서 제외된다고 하는데 이들을 위한 안전장치도 필요할 것 같다”고 제안했다.

고용유지지원금의 본래 취지는 근무환경이 열악한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기준으로 만들어졌다. 기존 1일 지원 한도가 6만 6,000원이라고 했을 때, 일반적으로 최저임금에 가까운 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에게 지급했기 때문에 고용유지지원금을 지급하기에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은 업종들이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면서 지급에 어려움이 생기고 있다.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러 갔다가 황당한 경험을 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익명을 요청한 한 호텔노조 위원장은 “회사에서 고용유지지원금을 접수하러 고용노동부를 찾아갔는데 담당 직원이 ‘직원 정리부터 하시지, 고용유지지원금을 왜 먼저 받으시려 하세요?’라고 되물었다고 하더라”면서 “노동자를 위한 지원제도인데 회사를 먼저 생각하는 일부 공무원들의 태도에 황당함을 느꼈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호텔은 인력을 최소화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연차 소진을 강요하고 있다. 연차 사용도 한계에 도달하면 무급휴직을 사용하라고 압박하는 경우도 있었다. 연차 소진을 최대한 자제하고 새로운 방식을 고민하는 경우도 있다.

이성원 더케이호텔노조 위원장은 “직무담당자들과 논의를 진행하던 중 휴직보다는 전체적으로 단축 근무를 하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해왔다”며 “주 3일이나 주 4일 근무를 하고 2일은 유급휴가를 주는 방식인데 직원들 입장에서는 강제로 연차를 소진할 필요가 없으니 좋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교석 프레지던트호텔노조 위원장은 “회사에서는 인건비 부담도 있지만, 수익이 없는 상황에서 4대 보험을 내야 한다”며 “정부가 위기 상황에서 벗어날 때까지 4대 보험료를 지원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호텔은 인건비를 줄여야 한다는 부담도 크지만, 또 다른 지출도 존재한다. 바로 임대료다. 임대료를 조금만 인하하더라도 현재 호텔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조금은 상쇄할 수 있다는 의견도 많았다.

정주환 위원장은 “임대료를 30% 정도만 감면해주면 10억 원의 유휴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며 “그렇게 된다면 직원들에게도 실질적으로 혜택이 돌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송재훈 파르나스호텔노조 위원장은 “인건비가 큰 금액을 차지하는 것도 맞지만 제세공과금으로 나가는 금액도 몇 십억을 차지한다”며 “세제 혜택을 통해 호텔의 비용 부담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성원 위원장은 “인건비나 매출과는 별개로 임대료로 나가는 돈만 90억 원에 달한다”며 “최근 정부에서는 ‘착한 임대료’라는 이름으로 세제 혜택을 주고 있지만, 대기업 군에 속하면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대기업도 힘든 사정이니 임대료 인하 정책을 펼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건강한 관광산업,
만들기 위해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우려도 크지만, 대표자들에게 가장 큰 두려움은 언제 이 사태가 끝날지 모른다는 것이다. 기약 없이 무작정 버티는 것이 이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노사 간의 문제가 아닌 자연재해와 같은 이 상황은 누군가에게 원망의 목소리를 낼 수조차 없기 때문에 답답한 마음을 해소할 길이 없다.

자문을 위해 참석한 송현기 관광서비스노련 자문 노무사는 “실질적으로 사용자에 대해서 행동하는 것과 정부에 요구하는 사항을 구분해서 접근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대정부 건의안에는 고용유지원금 기준, 세금 감면, 임대료 인하 등을 포함하고, 기업에 대해서는 호텔 사장단과 회의하는 방식으로 나눠서 생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사용자에 대해 최소한의 고용을 보장하고 노동자의 고통을 강요하는 연차 소진이나 무급휴직 등을 강제하지 않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해서 세금 감면이나 임대료 인하 등을 정부에 요구하는 것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얼마가 걸릴지 모르겠지만 코로나19는 종식될 것이다. 관광업계에 주어진 또 하나의 과제는 지속가능할 수 있는 건강한 관광산업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다. 한국의 관광산업은 2018년 기준으로 GDP 중 2.7%를 차지하고 있으며, 고용대비 2.2% 수준이다. OECD 36개국 평균 관광산업의 비중은 10%이며, 고용 비중도 6.9%를 나타낸다. OECD 평균에 비하면 한국의 관광산업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관광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졌다. 송재훈 위원장은 “관광산업은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호텔 매출 대비 인건비 비율이 40~50%를 차지하기 때문에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먼저”라며 “최근 OTA(온라인 여행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들이 20% 정도의 수수료를 챙겨 호텔 수익에 굉장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교석 위원장은 “호텔 등급 심사에 대한 기준을 바꿀 필요가 있다”며 “심사 기준에 연회장, 커피숍, 한식당, 일식당, 양식당 등 호텔에서 영업장을 운영하는지를 호텔 등급심사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업장을 전부 아웃소싱을 주게 되면 정규직 직원들은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호텔 운영을 외주업체에 아웃소싱하면서 정규직을 고용할 필요성이 줄어들었다. 그 결과 호텔에서 근무하는 정규직은 줄고 계약직만 늘어나고 있다. 전주환 위원장은 “큰 회사일수록 계열사를 통해서 아웃소싱하고 있다”며 “서울의 한 호텔은 컨트롤타워를 한 팀이 예약을 받아 분배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관광산업 고용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공감의 목소리가 컸다. 전성규 그랜드하얏트인천노조 위원장은 “호텔이나 리조트, 골프장 협의회 등 소산별 체제를 만들어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며 “소산별 체제를 통해 중소 사업장까지 흡수해 고용안정을 지켜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대각선 교섭이나 다른 형태의 교섭 등을 통해 산업의 평균을 맞출 수 있는 임금체계도 만들 수 있다고 본다”며 “이를 위해 노동계에서 관심을 가지고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인력이 계속해 들어올 수 있는 환경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송재훈 위원장은 “프런트 업무를 지원하는 인원은 많지만, 식음료 업무를 지원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며 “정규직 발령을 받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걸리고 승진도 어렵기 때문인데, 청년들이 호텔업에 취직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종복 가든호텔노조 위원장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며 “이러한 사회를 만드는 게 쉽지 않겠지만 노동조합이 한 발 더 나아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강석윤 관광서비스노련 위원장은 “자신의 역할에 대한 소명의식을 잃지 않고 뚝심 있게 꿋꿋하게 밀고 나간다면, 어느 순간 뒤돌아봤을 때 지금보다 더 나은 회사에서 행복해하는 조합원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힘들더라도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꿋꿋하게 이겨나가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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