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관광업계 모두 신음한다
코로나19, 관광업계 모두 신음한다
  • 강은영 기자
  • 승인 2020.04.04 00:00
  • 수정 2020.04.04 04: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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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호텔 관광업계가 말하는 코로나19 사태
대기업도, 중소기업도 힘들다

코로나19, 위기의 관광산업 ③
특별좌담_관광서비스노련 비호텔부문 노동조합

코로나19로 인해 경제가 얼어붙었다. 너도나도 어려움에 힘들어하고 있다. 관광산업은 누구보다 빨리 어려움을 맞게 돼 오랜 시간 신음하고 있다. 국내 고객들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이 소비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타격은 크고 회복은 더딜 수밖에 없다.

전국관광서비스노동조합연맹(이하 관광서비스노련, 위원장 강석윤)은 지난 3월 17일과 19일에 걸쳐 ‘코로나19’사태에 따른 관광서비스산업의 피해와 대응방안 마련을 위한 긴급 대표자 간담회를 진행했다. <참여와혁신>은 간담회 내용을 호텔부문과 비호텔부문으로 나눠 이야기를 재구성했다.

특별좌담_관광서비스노련 비호텔부문 노동조합 ⓒ 참여와혁신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특별좌담_관광서비스노련 비호텔부문 노동조합 ⓒ 참여와혁신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하늘길 막히자 숨통 막힌 관광업계

연차를 내고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으로 짧은 기간 해외여행을 생각했던 직장인들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계획을 접어야 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하루에 스무 편 이상 운항했던 항공편이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국내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하자 한국인 입국을 거부하는 국가들이 늘어났다.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대부분의 국가가 하늘길을 막았다.

국가 간 교류가 줄어들면서 신음하기 시작한 것은 비단 호텔 업계만의 일이 아니었다. 윤혜림 롯데면세점 우리가치노조 위원장은 “평소 비행기가 하루에 24편이 나갔는데 현재는 1~2편이고, 비행기가 아예 뜨지 않는 날도 있다”며 “현재 매출이 95% 이상 빠졌다고 하는데, 그 규모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쉽게 가늠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손님이 없어서 직원들이 업무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며 “현재는 근무시간을 줄여서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면세점 소속 직원들뿐만 아니라 협력업체 직원 수까지 생각한다면 하늘길이 막히면서 일손을 놓은 직원들의 수는 상상 이상이다.

유통업계 상황은 어떨까. 이정훈 롯데하이마트노조 위원장은 “가전제품을 구매하는 건 결혼을 준비하거나 이사를 준비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많은 사람이 미룰 수 있는 한 최대한 미루고 있어 수요가 평소 같지는 않다”며 “2~3월은 졸업·입학 시즌이라 PC나 태블릿, 노트북이 주력상품인데 이들 제품은 주로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한다. 1~2월은 중국에서 코로나19가 가장 심했던 시기여서 제품이 평소처럼 원활하게 입고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모든 업체가 울상을 짓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최석주 롯데마트노조 위원장은 “대부분이 사업장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긴 하지만 마트의 경우는 오히려 장사가 잘되고 있다”면서도 “대형 마트에 대해 의무휴업이 도입되면서 회사의 매출이 급격하게 떨어져 구조조정 위험이 다가오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인해 매출이 올라 한숨을 돌렸다”고 말했다.

관광서비스노련을 이끌면서 롯데월드노조 위원장을 맡고 있는 강석윤 위원장도 고민이 많다. 강석윤 위원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유원시설의 타격도 매우 크다”며 “일반적인 상황을 고려하면 겨울방학이 끝날 무렵인 2월 말까지 극성수기에는 하루에 1만 5,000~2만 명이 다녀가야 하는데 하루에 2,000명 정도만 찾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에서는 4월까지 개학을 연장해 사실상 방학이나 다름이 없는 기간인데도 사람들이 찾지 않고 있다”며 “수업일수로 인해 여름방학이 짧아질 것을 고려하면 유원시설은 1년 장사를 망친 것이나 다름없다”고 한탄했다.

방학 때면 학생들이 넘쳐나는 대형 테마파크까지도 감염을 걱정하며 출입을 자제하는 탓에 찾아오는 손님들이 급격히 줄었다. 방학 시즌에 많은 수입을 벌어들이는 테마파크들은 개학 연기와 수업일수 축소 등으로 인해 극성수기 시즌이 없어진 꼴이다.

현금·귀금속을 운송하는 브링스코리아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국 경제가 얼마나 얼어붙었는지 가늠할 수 있다. 조승원 브링스코리아노조 위원장은 “기업은행, 농협, 우리은행, 하나은행, 국민은행, 신한은행 등 시중은행에 현금과 외화를 수송하고 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현금 수송 물량이 50% 정도 줄었다”며 “은행이나 편의점에서 볼 수 있는 CD ATM에 넣는 현금 자체도 줄어들어 그만큼 현금이 돌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늘길이 막혀 피해가 극심한 곳 중 하나는 여행업체다. 국내 대형 여행업체 중 하나인 모두투어의 상황도 좋지 않다. 김종탁 모두투어노조 위원장은 “지난 1월 중순 중국 우한지역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중국 패키지 예약 취소가 폭주하기 시작했고, 2월부터는 중국 노선 항공기가 운항을 정지했다”며 “3월 16일을 기준으로 3~4월 패키지 예약자는 단 한 명도 없다”고 상황의 심각성을 설명했다. 이어서 “해외 패키지 여행업이 주요 사업이기 때문에 유럽에 코로나19 확산세가 심화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항공기 운항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최근에는 회사와 논의하며 비상경영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어떻게 예방하나?

대면접촉이 많은 건 비호텔 쪽도 똑같다. 고객들이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하다고 느끼게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윤혜림 위원장은 “면세점 내에 손 소독제를 기본으로 사방팔방에 비치하고, 식사할 때에 얼굴을 맞대면서 밥을 먹지 않도록 신경 쓰고 있다”면서도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 자녀를 둔 여직원들이 많은데 면세점을 다닌다는 이유로 어린이집에서 방문을 자제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이 많아 설움을 느낀 경험도 많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진자를 접할 가능성이 많은 공항에서 일한다는 이유로 감염 가능성이 높은 아이들과의 접촉을 자제하고자 나온 대책이었으나 면세점 직원들에게는 서러움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조승원 위원장은 “대기업의 경우 회사에서 직원들의 건강과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여러 조치들을 해주는데 브링스코리아와 같은 중소기업의 경우 손 소독제나 차량 소독 장비 등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며 “개인의 건강이나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해서는 개인이 알아서 대처해야 하는데, 대면접촉이 많은 곳에는 정부에서 선별적으로 마스크 지급을 하는 등의 대책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고객들을 대면해야 하는 상황에서 잘못하면 전파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은행을 출입할 때 체온을 재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출입이 제한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송현기 관광서비스노련 자문 노무사는 “마스크 5부제의 경우 국민 모두에게 형평성 있게 배부할 수 있도록 만든 조치이기는 하지만 감염 가능성이 높은 직종을 대상으로 예방이 선제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며 “정부에서 대면 접촉이 많은 업장을 대상으로 일정 부분 공급 채널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확진 환자의 경우 격리 조치에 당연히 들어가지만 의심 환자일 경우 자가 격리에 들어가면 무급으로 격리돼야 한다”며 “생계에 대한 부분들 때문에 의심 환자라는 걸 떳떳하게 밝히지 못하는 경우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들을 위해 회사에서 임금을 일정 부분 보전하는 조치도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업무가 줄어 상대적으로 인력이 남게 되면서 연차 소진이나 휴직에 들어가는 사업장도 많다. 김종탁 위원장은 “코로나가 확산되기 시작하면서 3~4월 2개월간 유급 휴직에 들어가고 급여의 70%를 받는 것으로 합의했다”며 “문제는 상황이 지속될 경우 5월 이후 비상경영에 대한 논의를 지속해야 하는데 회사가 대기업 군으로 분류되다 보니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 혜택을 많이 받을 수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강석윤 위원장은 “3월까지는 연차를 소진하면서 어떻게든 버텼지만 4월 스케줄을 짜면서 무급휴직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며 “연차를 소진하든 무급휴직을 선택하든 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원들의 임금 보전을 위해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자고 요청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공항공사 매출의 91% 정도는 면세점에서 나온다. 이 중 89%는 대형 면세점이라고 불리는 롯데면세점, 신라 면세점, 신세계 면세점 등에서 매출이 나오고 있다. 윤혜림 위원장은 “정부에서 중소업체들에 25% 임대료를 감면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대기업에 속하는 대형 면세점들은 감면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공항공사에 위치한 면세점 중 혜택을 받는 면세점은 전체 3% 수준밖에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대기업에 모든 책임을 지우려 하지 말고 똑같이 어려운 상황이니만큼 임대료 감면을 하는 등 혜택을 줄 방법을 강구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강석윤 위원장도 “마스크 총량제로 인해서 대기업들도 마스크를 구하기 힘들긴 매한가지인 상황”이라며 “중소상공인들도 어려운 상황인 것은 맞지만 대기업이라고 해서 어려운 게 아니다. 똑같이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노사가 머리를 맞대야
풀어갈 수 있는 문제

코로나19는 대기업이라고 해서 피해가고, 중소기업이라고 해서 찾아가지 않았다. 모두가 피해자고, 각자의 고민을 하고 있었다. 자본 보유력이 낮은 중소기업을 위한 혜택의 범위가 큰 것은 당연하지만, 똑같은 위기 상황을 겪고 있는 대기업에는 그 혜택의 폭이 좁다. 위험 상황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그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다.

윤혜림 위원장은 “회사와 협력해 어떻게 해서든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협력할 준비가 얼마든지 돼 있다”며 “직원들이 다시 돌아와서 일할 수 있는 고용안정을 전제로 협력하려는 의사를 표현다면 언제든지 마음의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사람의 힘으로 풀어나가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노와 사가 대립각을 세우기보다는 함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상생의 길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강석윤 위원장은 “관광서비스노련도 노동조합과 사업주 모두가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기 때문에 서로의 어려움이 무엇인지 공감하고 함께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겠다”며 “논의 내용을 토대로 정부와의 채널을 만들어 건의하거나 요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