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감염병 확산을 막는 길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감염병 확산을 막는 길
  • 참여와혁신
  • 승인 2020.04.03 17:24
  • 수정 2020.04.03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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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박효경 녹색연합 상상공작소 활동가
Ⓒ 참여와혁신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 참여와혁신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지난 80년간 유행한 전염병의 약 70%는 야생동물로부터 발생했다. 동물과 사람 간에 서로 전파되는 병원체에 의해 발생되는 감염병을 ‘인수공통전염병’ 혹은 ‘인수공통감염병’이라고 하는데 최근 들어 동물과 사람 간의 접촉 가능성이 커지면서 인수공통감염도 늘어난 것이다.

인수공통감염병은 모든 동물 숙주를 멸종시키지 않는 한 근절시킬 수 없다. 계속해서 숙주를 바꿔가면서 살아가기 때문에 박멸은 불가능하다. 또한 쉽게 돌연변이가 일어난다. 단 하나의 바이러스에 맞춘 백신을 개발하기가 어려운 이유다.

무분별한 개발 사업과 기후위기의 영향으로 생태계 훼손과 교란은 극에 달했다. 서식지를 잃은 야생동물이 사람이 거주하는 지역이나 목축지로 이동하게 되어 동물과 사람 간의 접촉은 점점 더 늘 수밖에 없어 인수공통감염의 위험은 증폭되고 있다. 실제로 세계적 규모의 감염병 발생주기는 1990년대 기후변화 문제가 대두됐을 때를 기점으로 점점 짧아지고 있다.

1990년대 이전에 발생한 대규모 감염병으로는 1918년 발생해 2년간 5,0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과 1957년 아시아 독감, 1968년 홍콩 독감에 이어 1981년 에이즈가 있다. 1990년대 이후는 양상이 다르다. 1994년 호주 헨드라, 1998년 말레이시아 니파, 2002년 사스, 2009년 돼지독감, 2012년 메르스, 2013년 에볼라, 2015년 지카, 그리고 2020년 코로나19까지. 2~5년 주기로 대형 감염병이 발생한다. 여기에 1997년 이후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조류독감까지 따지면 대형 감염병은 국경을 넘어 일상에 들어왔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코로나19가 박쥐에서 인간으로 옮겨온 것처럼 전염병은 ‘매개체’를 통해 질병을 옮긴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온도나 강수량, 습도가 달라지면 매개체의 생존기간이나 성장 발달, 병원균의 성장 발달, 숙주의 분포와 개체 수, 그리고 매개체의 서식지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그로 인해 전염병의 전파 시기 및 강도, 질병 분포의 변화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따뜻해진 겨울은 쥐의 생존을 유리하게 한다. 곤충의 개체 수가 증가하고 서식지가 확대된다. 강수량이 감소하면 쥐가 사람주변으로 이동하여 접촉 기회가 증가하고 더러운 물이 고여 있어 모기가 알을 낳을 곳이 많아지는 변화를 낳는다. 강수량이 증가하면 곤충의 생존력이 증가하고 홍수로 인해 우리의 신체나 먹는 물, 음식 등이 쥐와 같은 설치류의 배설물에 노출되기 쉬워지는 문제가 생긴다.

앞으로는 대형 감염사태가 우리의 일상이 될 가능성이 큰 만큼 대형 감염사태에 대응할 수 있는 공공의료를 확충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의료 분야 이상으로 환경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한다.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감염병의 확산을 막는 길이다. 탄소에 중독된 현재의 정치, 사회구조로는 감염병으로부터 절대 안전할 수 없다는 걸 인식하고, 감염병 확산을 불러오는 요소를 기후위기의 관점에서 관리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