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이영희 장관 사퇴 촉구
민주노총, 이영희 장관 사퇴 촉구
  • 하승립 기자
  • 승인 2008.09.30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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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세 미만 비정규직 과감하게 도입” 등 발언에 발끈

민주노총과 정부의 대립각이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민주노총(위원장 이석행)은 29일 이영희 노동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민주노총이 문제 삼은 것은 이영희 장관이 지난 25일 <한국경제>와 현대경제연구원이 주최한 한경 밀레니엄 포럼에서 한 발언이다.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이날 이영희 장관은 “요즘 보면 “비정규직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는 식의 극단적 얘기가 나오는데 전부 다 정규직화하자는 것은 사회주의 국가에서나 가능하다. ‘사회주의 국가 만들자’는 얘기를 둘러 표현한 것 아닌가 생각해보기도 했다” “현행 금속노조처럼 일방적으로 산별교섭을 사측에 강압하고 본부교섭, 지부교섭 식으로 하는 것은 원래 산별교섭형태도 아니다”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30세 미만 젊은이에겐 비정규직법을 유예하자는 식으로 청년들에게 비정규직을 과감하게 도입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도 공감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이런 이 장관의 발언에 민주노총은 격한 어조로 맞섰다. “이영희 장관이 ‘불법’으로 매도한 알리안츠 파업에 대해 법원이 지난 23일 ‘합법’ 판결을 내려 그의 무지와 장관으로서의 부적격성을 방증한 지 채 1주일도 지나지 않았건만, 또 다시 해괴망측한 언사를 일삼으며 낯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사용자 편들기에 나서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민주노총은 이 성명을 “최소한 양심이 있다면 장관직에 목매지 말고 마땅히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끝맺었다.

다음은 9월 26일자 <한국경제> 보도 기사 전문.

이영희 노동 장관 “비정규직 다 없애자는 것 사회주의서나 가능”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25일 한국경제신문과 현대경제연구원이 주최한 밀레니엄포럼에서 13년간 유예돼온 복수노조제 시행과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에 대해 “더 이상 유예는 없다”고 분명히 못을 박았다. ‘만성파업’을 주도한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등 산별노조의 행태에 대해서도 “사측에 일방적으로 산별교섭을 강압하고 본부교섭, 지부교섭 식으로 이중삼중 교섭하는 것은 원래 산별교섭형태도 아니며 개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종석 한국경제연구원장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과 관련, 각종 사회 혼란을 야기한 데다 당초 입법취지가 달성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영희 노동부 장관 =요즘 보면 “비정규직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는 식의 극단적 얘기가 나오는데 전부 다 정규직화하자는 것은 사회주의 국가에서나 가능하다. ‘사회주의 국가 만들자’는 얘기를 둘러 표현한 것 아닌가 생각해보기도 했다. 자본주의 아래에서 고용의 다양한 형태는 피할 수 없다. 무엇보다 비정규직은 나쁜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만들어 한 방향으로 가는 것은 옳지 않다. 기본적으로 정규직 고용구조가 경직돼서 나타난 게 비정규직이다. 단 현행 비정규직법은 현실을 무시하고 경직되게 만들어져 일하고 싶은 비정규직 근로자마저 나가게 만들고 있다. 기업도 고용을 직접 안 하고 외주나 파견 등 간접형태로 하도록 만들었다. 기본적으로는 비정규직법이 부당한 차별 해소를 목적으로 하는 만큼 실질적으로 그분들을 보호하는 방식으로 입법을 고치겠다.

◆허노중 SK경영경제연구소 고문 =노조가 임금문제 같은 노동환경에 대해 투쟁하는 것은 이해해도 정치문제로 파업에 들어가는 것은 문제다. 원인을 살펴보면 산별노조가 기업노조의 상위에 있어 그 영향으로 정치문제의 영향을 받는다. 산별노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 장관 =노조 조직형태를 산별로 할 것이냐 기업별로 할 것이냐는 노조의 선택의 자유다. 다만 조직형태 여하에 따라 기업이 불필요한 단체교섭으로 부당한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해야 한다. 현행 금속노조처럼 일방적으로 산별교섭을 사측에 강압하고 본부교섭, 지부교섭 식으로 하는 것은 원래 산별교섭형태도 아니다. 앞으로 법과 제도를 개선해 수정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현정택 한국개발연구원장 =복수노조와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문제는 13년간 변화 없이 계속된 사항이다. 이번에도 제도 도입이 유예될 것이란 전망도 있는데.

◆이 장관 =복수노조와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13년째 제도 도입이 유보되고 있다. 노조가 복수든 단수든 간에 국가가 규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노조설립의 자유는 국제사회에서 가장 기본으로 내세우는 원칙이다. 복수노조를 한다고 해서 기업 내 노조가 반드시 복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 노사 관계가 원만하면 노조도 하나로 충분할 것이고 노조끼리 통합할 수도 있다.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일부 기업의 단위사업장 노조가 100억원 이상의 예산을 쓰면서도 전임자의 임금을 회사에 부담시키기도 한다. 이것은 도덕적 해이다. 현재 조합비를 1%도 안 받고 있는데 노조도 자기 부담을 해야 한다. 노조가 전향적으로 태도를 바꿔야 한다.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 =청년실업과 함께 고령이 되면 직장에서 쫓겨나는 것도 문제다. 문제의 본질은 노동가격에 있다. 비정규직 문제가 생긴 것도 직무와 급여가 안 맞아 발생한 것이다. 모두 직무에 맞는 급여를 주면 해결된다고 본다. 연공서열제가 아니라 직군,직무급제로 가면 기업도 장기고용의 여력이 생길 것이다.

◆이 장관 =앞으로 정년제도 합리적 이유가 없다며 고칠 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고령자를 일찍 퇴임시키는 것은 임금부담이 커서였다. 연공급 체제는 기업 경영 관행이었는데 최근 연봉제로 발전했다. 더 나아가면 직무급으로 갈 것이다. 기업에서 과감하게 그런 직무급제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노동법에서도 임금체계를 전환하는 데 곤란한 부분이 있다면 고칠 것이다. 임금체제 전환에 노동부도 적극 수행하겠다.

◆권대봉 직업능력개발원장 =한국 사회는 구조적으로 청년실업이 일어나는 결함이 있다. 교육시장과 노동시장의 미스매치가 심각하다.

◆이 장관 =청년들이 가기 싫어하는 3D업종의 고용환경을 개선해 청년들이 갈 수 있게 하려고 한다. 기존에 실시되던 취로사업 등 임시적 한시적 성격의 사회적 일자리는 재정지원이 끊기면 바로 중단되는 만큼 기업연계형 사회일자리 사업을 지향하고 있다. 30세 미만 젊은이에겐 비정규직법을 유예하자는 식으로 청년들에게 비정규직을 과감하게 도입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도 공감한다. 고용구조가 유연화될수록 고용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다만 경직된 고용구조를 유연화해야 하는 데 있어 저항이 큰 만큼 이 부분이 고민이다.

◆원윤희 조세연구원장 =기관책임자로서 부임해 보니 노사관련 제도나 법규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것을 느낀다. 협상에 대한 조언 등을 제도적으로 구할 수 있었으면 한다.

◆이 장관 =노동연구원 등에서 고위지도자 과정 코스 등이 있다. 노동부에서도 도움줄 게 있으면 주려고 한다. 단 노사문제는 노사 당사자가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바깥에서 개입해 해결하다 보면 점점 기대게 되니 문제해결이 안 된다. 앞으로 장관이 분쟁현장에 나서 손들어 주는 일은 없을 것이다. 노사 당사자가 악수하는 것만 지켜보겠다.

◆조현정 비트컴퓨터 대표 =노동부의 직업교육정책은 단순기능공을 양성하는 방향으로 돼 있어 첨단기술을 필요로 하는 현장에는 맞지 않는다. 교육기관의 질을 고려해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여지도 적다.

◆이 장관 =노동부에서도 직업훈련 방식을 바꾸고 있다. 시범적으로 광주와 대구에서 직업능력개발계좌제를 시행 중이다. 본인이 자발적으로 강의받을 수 있게 전환 중이다.

◆이상만 중앙대 교수 =미국 쇠고기 문제 등으로 상처입은 정부의 신뢰성 문제가 앞으로 있을 공기업 민영화 등에서도 부담이 될 수 있다. 국민과의 정서적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이 장관 =선진국으로 새로 태어나는데 거쳐야 했던 진통이라고 생각한다. 사회 각계의 다양한 의견과 비판을 경청해 대안을 만들어 나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