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태 기아차지부장, “기아차 ‘플랜S’, 구성원 미래 설계 빠져 있어”
최종태 기아차지부장, “기아차 ‘플랜S’, 구성원 미래 설계 빠져 있어”
  • 이동희 기자
  • 승인 2020.04.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조가 채워나갈 기아차 ‘플랜S(Plan Shift)’는?
[인터뷰] 최종태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 지부장

최종태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 지부장은 지난해 11월 1일 임기(임기 2년)를 시작했다. 임기 시작과 동시에 전 집행부에서 차기 집행부로 넘어온 2019년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마무리한 것도 잠시, 이번에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최종태 지부장은 “임기 시작하고 5개월 정도 돼서 이제 적응 좀 하나 싶었는데 코로나19가 적응 못하게 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조합원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변화에 대응하려고 한다”고 근황을 전했다.

지난 3월 23일, 경기도 광명시 기아자동차 소하리공장 내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최종태 지부장을 만나 2020년 핵심 사업,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 변화, 임원선거 당시 내걸었던 공약, 최근 발생한 쏘렌토 하이브리드 사태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최종태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 지부장. ⓒ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최종태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 지부장. ⓒ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대공장인 만큼 노조에서도 마스크 지급부터 감염 예방까지 코로나19 대응 고민이 많을 텐데, 현장은 어떤가?

처음에는 이렇게까지 상황이 커질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주말 공장방역, 출·퇴근 버스 방역을 하고 있고, 조합원에게 코로나19 예방 물품인 손세정제와 마스크를 가능하면 많이 지급하려고 하고 있는데 수급 문제로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 작업장과 식당에서는 조합원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통해 자발적인 예방 대책에 동참해주고 있어 확진자가 확대되고 있지는 않다.

다만, 코로나19 위기 경보가 심각단계로 올라가면서 정부에서 내놓은 가족돌봄휴가 대책과 미국, 유럽 등 해외출장 후 한국으로 돌아온 해외출장자에 대한 2주 자가격리에 대해 회사가 비용과 현장 혼란을 이유로 협의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

탈(脫)내연기관 시대,
“구성원 포함된 미래 설계 필요해”

- 올해 노조의 핵심 사업은 무엇인가?

크게 보면 노사관계가 중심이 되는 사업이 하나 있고, 노동조합 내부 사업이 하나 있다. 먼저, 회사와 함께 만들어야 하는 ‘조합원 고용안정’이 핵심 사업이 될 거다.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고 있듯이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있다. 산업의 변화는 개별 기업 차원에서 막거나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당면한 현실에서 구성원들이 고통 받지 않도록 연착륙시키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게 노동조합의 역할이다. 회사는 연초 중장기 미래 전략 ‘플랜S(Plan Shift)’를 발표해 자동차산업과 관련된 기아자동차의 미래 대응 전략을 밝힌 바 있다. 근데 플랜S에는 경영발전에 대한 이야기만 있을 뿐, 지금까지 회사를 성장시켜온 기아자동차 구성원에 대한 미래 설계가 빠져있다. 이것을 채워나가는 것이 올해 노조의 가장 큰 사업이 될 거다.

특히, 친환경차와 친환경차 부품 생산은 미래 고용과 직결되기 때문에 이를 공장 내에서 생산할 수 있도록 회사에 대규모 투자 유치를 요구할 생각이다. 기본적으로 자동차공장에는 완성차를 조립하는 의장 라인이 있고, 자동차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엔진과 변속기 등 파워트레인 부문이 있지 않나. 회사가 밝혔듯이 2025년까지 전체 물량의 25%를 친환경차로 전환한다면 친환경차 조립공장을 국내공장에 유치해야 한다는 게 노조의 입장이다. 친환경차 전환에 따라 배터리, 감속기 등이 엔진을 대체할 거다. 그동안 회사에서는 친환경차 부품을 그룹사 내 계열사를 통해 들여왔지만 친환경차 부품 역시 기아자동차 내에서 양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고경영진의 입장에서는 여러 경영전략을 둘 수 있겠지만, 완성차가 성장하고 발전해야 계열사도 성장할 수 있는 것 아니겠나. 이런 것들이 결국 조합원 일자리와 직결되기 때문에 노조에서는 핵심 사업으로 가져갈 수밖에 없다.

노동조합 내부 사업은 말 그대로 조합원들과 함께 하는 사업으로, 노조에서는 조합원이 참여할 수 있는 사업을 확대하려고 노력 중이다. 조합원 및 가족 독서독후감 공모 사업, 글쓰기 선전학교, 노동대학을 통한 사회의식 성장, 귀농·귀촌 사업으로 조합원의 내일을 준비하는 사업, 분단 70년을 넘어서는 통일문화사업 등을 준비하고 있다. 덧붙여 코로나19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조합원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변화에 대응하려고 한다.

- 탈(脫)내연기관에 이은 두 번째 자동차산업 패러다임 변화는 공유경제다. 차량 공유가 활성화될 경우 차량 수요는 감소할 수밖에 없는데, 공유경제에 대한 노조의 고민은?

아무리 좋은 공유경제 시스템도 제조 생산 없이는 모래 위에 성을 쌓는 신기루다. 현대·기아차가 갖추고 있는 좋은 생산시설에서 출발해 공유경제를 안착시켜야 하고, 이것이 경영진에게도 유리할 거라고 판단한다.

아마존처럼 유통만으로 성장하는 회사도 있지만, 결국 유통회사에서도 제조·생산기반을 갖추려고 하지 않나. 마찬가지다. 기아자동차가 가지고 있는 좋은 생산기반에서 공유경제를 안착시킬 때 회사도 발전한다고 본다. 경영진이 이것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공유경제라는 건 초연결사회로 가는 과정에서 기술발전이 동반해서 나타나는 것으로, 노동자와 소비자 없이 존재할 수 없다. 노사가 이 문제를 함께 고민하면 좋은 발전이 있을 것이다. 노동조합에서는 이 문제와 관련하여 경영진과 논의할 준비가 되어있다.

- 올해부터 자동차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노사 미래발전위원회가 운영된다. 현재 진행 상황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구체적인 논의가 미뤄졌다. 공식 운영은 4월 초부터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논의할 내용은 앞에서 이야기한 것들이다. 자동차산업 패러다임 변화를 노사가 공유하고 공감대를 형성하자는 게 목표고, 올해 1월에 타결된 2019년 임금 및 단체협약에서 미래발전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하자는 데 노사가 합의했다.

우리보다 앞서 미래발전위원회를 운영한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에서는 경영진이 노동조합을 배제하고, 노동조합의 발목을 잡아 시간을 끄는 등의 과정이 있었다고 들었다. 그런 과정 없이 전문위원들과 소통하고 노사의 공통 의제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

최종태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 지부장. ⓒ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최종태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 지부장.
ⓒ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임투·정년연장·광주형 일자리 반대
다양한 공약 제시

- 임원선거 당시 다양한 공약을 내걸었다. ‘현대자동차와 차별 없는 임금투쟁’ 공약이 눈에 띄는데 어떤 내용인가?

현대자동차그룹 안에서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양 축이 있는데, 같은 그룹사 안에서 두 완성차가 교섭도, 투쟁도 따로 진행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대자동차와 아주 작은 차이가 생겨도 큰 갈등으로 나타난다. 이런 소모적인 갈등이 반복돼 현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어 노조에서는 이를 바로잡고자 한다.

현대자동차지부와 공동 임금투쟁, 교섭 공동타결 등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 나오고 있지만, 당장 현대자동차지부와 조직적인 입장을 만들어내는 건 쉽지 않다. 현 상황에서는 현대자동차지부와 공조해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보고, 이상수 현대자동차지부 지부장과도 두 완성차가 긴밀히 협조하기 위해서는 정책연대협의체를 구성해 꾸준히 논의를 이어가자고 의견을 모았다. 정책연대협의체는 잠정적으로 구성돼 있으며, 실무자 간 소통은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이기는 하지만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와 소통하면서 정책연대 등을 꾸준히 해나가는 게 지금으로서는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 대공장 노동자의 고령화가 지속되고 있다. 고령화로 대량의 정년 퇴직자가 쏟아져 나오면서 정년연장에 대한 조합원들의 요구가 높은 것으로 알고 있고, 실제 62세 정년연장 공약을 가지고 내걸기도 했다. 정년연장과 관련해서 어떤 고민이 있는가?

정년연장은 사회적 의제다. 기아자동차만의 고민은 아니고 국내 완성차가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고민이다. 현재 기아자동차지부 조합원 평균 근속연수가 21.8년이고, 평균 나이는 47.9세다. 작년에만 기아자동차에서 411명의 정년퇴직자가 발생했고 올해는 더 늘어난 720여 명이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이보다 더 많은 거로 알고 있다.

노조에서는 정년연장이 자동차산업 패러다임 변화를 현장에 연착륙시킬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정 수준의 신규채용은 있어야 하기 때문에 고민이 크다. 이미 노사 간에 정년퇴직 인원만큼 신규채용을 한다는 단체협약을 맺은 바 있으나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 신규채용 문제는 지속해서 노사 간에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 2019년 임단협에서도 신규채용 규모를 어떻게 할지 논의가 있었다. 일단 기술직 신규채용을 진행하기로 노사 합의를 마쳤고 올해 상반기 중에 진행될 예정이다.

- 앞서 공약을 통해 ‘광주형 일자리 저지’라는 명확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최근 한국노총 광주본부에서 광주형 일자리 협약 파기 선언을 하면서 광주형 일자리가 좌초 위기를 맞았다. 지금의 광주형 일자리는 어떻게 진단하는가?

얼마 전 한국노총 광주본부에서 낸 입장을 기사를 통해 봤다. 노동계의 생각과 달리 정부와 자본은 광주형 일자리를 통해 비용절감, 흔히 우리가 반값 임금이라고 하는 저임금을 통한 경쟁력에만 매달리고 있다.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이러한 정책은 성공할 수도 없고, 성공해서도 안 된다고 본다. 그 때문에 노조에서도 이에 대한 명확한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바 있고, 지금이라도 한국노총 광주본부가 광주형 일자리 파기 선언을 한 것은 좋은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노동 3권을 불법적으로 막고 민의를 통제하는 방식으로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이러한 악순환이 계속된다면 사회적 불행을 낳을 수 있기 때문에 노조에서는 힘닿는 데까지 막아낼 거다.

최종태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 지부장. ⓒ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최종태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 지부장.
ⓒ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쏘렌토 하이브리드 사태,
“재발돼서는 안돼, 경영진에 책임 물어야”

- 최근 쏘렌토 하이브리드 모델이 친환경차 인증을 받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해 기아자동차가 곤혹을 치렀다. 노조에서는 이번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이번 사태 이후 판매직 조합원들이 많은 고충을 겪었고 지금도 겪고 있다. 사태의 핵심은 경영진의 무책임, 직무유기에 있다고 본다. 신차가 판매되는 날까지 수개월, 수년의 시간이 있었는데 그 누구도 문제의식 없이 뒷짐만 지고 있었다는 건 심각한 문제다. 세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자동차회사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 오죽하면 현장에서는 그룹사 내 기아자동차 죽이기가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돌고 있을 정도다.

앞서 기아자동차는 세타엔진 장착모델에 대한 리콜로 3,000억 원에 달하는 비용이 발생하지 않았나. 불과 몇 개월 만에 300억 원의 비용이 또다시 발생했다. 기아자동차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깨졌다는 잠재적인 비용을 합치면 더 큰 비용일 것이다. 품질 문제는 소비자와의 약속이며, 회사가 성장하는 밑거름과도 직결돼 있다. 이번 사태가 소비자에게 어떻게 인식되느냐에 따라 판매고가 달라지고, 판매고는 조합원들의 고용안정과도 이어지기 때문에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확실히 해야 한다는 게 노조의 입장이다. 지난 3월 17일에는 현대자동차그룹 양재동 본사 앞에서 최고경영진 퇴진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번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노조에서는 최고경영진 퇴진이라는 단호한 대응을 이어갈 것이다.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는 지난 3월 17일에는 서울 현대자동차그룹 양재동 본사 앞에서 최고경영진 퇴진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는 지난 3월 17일 서울 현대자동차그룹 양재동 본사 앞에서 최고경영진 퇴진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

- 기아자동차의 경우에도 앞서 1사 1노조에서 비정규직을 배제한 결정을 두고 논란이 된 바 있다. 노조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원칙이 있다면?

한 형제가 모여도 갈등이 있는 것이 인간사다. 한 공장에 다양한 직군이 차별적인 임금, 고용 구조로 존재하고 있는 것은 당연히 갈등의 원인이 될 것이다. 법정 투쟁을 하고 있는 기아자동차비정규직지회 동지들과 연대하고 정규직화 사업에도 함께 노력하는 등 평등과 자유의 기치 아래 노동자는 하나라는 원칙을 지키고 연대해나갈 생각이다.

- 고임금 사업장에 대한 ‘강성노조’, ‘귀족노조’ 프레임을 극복하기 위해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에서는 ‘사회적 조합주의’를 내세웠다. 노조에서 내세우는 대중 전략이 있다면?

최근 민주사회주의라는 용어도 나오고 있는데, 이상수 현대자동차지부 지부장이 내세우는 사회적 조합주의도 이 같은 고민의 반영이라고 본다. ‘만국의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화두가 최근 초연결주의 사회에서 다시금 그 의미가 부각되고 있다. 결국 인류의 보편적인 목표인 평등과 자유를 확대하고, 사회적 공동체를 만들고 유지하는 것이 노조에서 내세울 수 있는 대중 전략의 핵심이라고 본다.

기아자동차지부에서는 이번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조합원 모금 활동을 진행한 바 있다. 일부 정치인과 언론의 비난처럼 우리만 잘 먹고 잘사는 것이 아니라 주위에 어려움이 있다면 함께 연대해 왔지만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대공장 노동조합에 집단 이기주의 프레임을 씌우고 우려먹는 것은 구시대적인 방식이고, 사회 통합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
ⓒ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