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드러난 콜센터 외주화, 원청이 책임져라"
"코로나19로 드러난 콜센터 외주화, 원청이 책임져라"
  • 임동우 기자
  • 승인 2020.04.07 17:28
  • 수정 2020.04.07 1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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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소속 콜센터 노동조합, 에이스손해보험에 책임 촉구
휴가 보장은 안 되고, 사내 실적성과 강요는 여전
ⓒ 참여와혁신 임동우 기자 dwlim@laborplus.co.kr
ⓒ 참여와혁신 임동우 기자 dwlim@laborplus.co.kr

지난달 11일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에이스손해보험 콜센터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콜센터 노동자들의 열악한 업무환경이 드러났다. 이후 콜센터 집단감염 관련 정부대책이 발표됐으나, 콜 실적·인력운용·설비·건물 등의 권한을 원청이 가진 상황에서 위탁 용역계약을 맺고 있는 콜센터는 대책의 한계를 느끼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콜센터 관련 노동조합은 그 사건 이후 약 한 달만인 7일 오전 11시 에이스손해보험 본사 앞에서 콜센터 원청의 책임을 촉구하는 공동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은 현장 노동자들의 발언이 주를 이뤘다.

구로 콜센터 집단감염, 정부대책 발표 후

에이스손해보험 콜센터 집단감염 이후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위원장 이재진, 이하 사무금융노조)은 원청에 콜센터 노동자의 건강권 보호와 고용안정을 촉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3월 말 사무금융노조는 에이스손해보험에 코로나19 확진 관련 대표교섭을 요구했으나, 에이스손해보험 측은 9일 예정된 대표교섭에서 코로나19 관련 의제를 논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지난달 26일 민주노총 서울본부 희망연대노조가 CJ그룹 콜센터인 CJ텔레닉스를 대상으로 조사한 현장실태에 따르면, 마스크 및 손소독제 활용·열 체크를 제외한 상담사 간 간격조정·가림막 설치 등의 조치는 거의 취해지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전체 응답자 중 12%만 파티션 위 가림막이 설치됐다고 답했으며, 간격조정은 18.8%의 응답자만이 진행되고 있다고 답했다.

ㅇㅇ콜센터 원·하청 계약서에 기재된 ‘시설 및 장비 등의 사용’, ‘도급업무 수행 장소’ 해당 조항을 보면 사무 공간, 휴게시설, 숙소, 교육장 등 시설 및 공간과 상담을 위해 필요한 장비 등의 권한이 발주처인 원청에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닭장 속 닭 신세, 콜 공장의 기계”

감염 확산의 선제적 조치를 위해 증상이 있는 경우 휴가를 부여하도록 정부 지침이 내려왔으나, 콜센터 노동자들은 계약조건에 명시된 콜 수·응답률 등 실적으로 인해 휴가 사용마저 제한 받고 있다. 희망연대노조 현장실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9.2%가 정부대책 발표 이후에도 여전히 실적 압박이 심하다고 답했다.

공동기자회견에 참여한 신희철 희망연대노조 조직국장은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연차휴가, 휴게시간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콜센터 관리가 이어지는 이유는 원청 때문”이라며 “콜센터 상담사들은 저임금, 불안정한 고용에 시달리고 있다. 닭장에서 알을 낳는 닭 신세, 콜 공장의 기계일 뿐”이라고 밝혔다.

시중은행 콜센터 노동자들은 코로나19 관련 대출 문의로 곤혹을 겪고 있었다. 김현주 공공운수노조 국민은행콜센터지회 지회장은 “국민은행은 소상공인 지원 대출업무를 교육도 없이 용역업체 콜센터 상담원들에게 떠넘기고 상담하라고 한다”며 “급박한 상황에서 희망을 갖고 전화하는 고객들에게 자세한 사항은 내점하여 확인해야 한다는 말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현주 지회장은 “다른 사람과 팀·개인·업체 계약으로 경쟁구도를 만드는 것이 문제“라며 ”국민은행 콜센터 노동자들은 8시간 근무하면서 화장실 가는 시간이 10분이 채 안 돼 여성 질환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콜센터 외주화, 원청과 정부가 나서야

이날 민주노총은 이러한 문제해결을 위해 ▲콜센터 노동자 원청 책임강화 대책 마련 ▲실적서과제도 폐지 및 재택근무 노동권 보호 대책 마련 ▲콜센터 감독 대상 확대 및 노동조합 참여 보장 ▲현장 노동조합 당사자-노동부 공동 대책 논의 기구 구성 등을 촉구했다.

김경자 수석부위원장은 “코로나19로 인해 고통 받는 취약계층은 해고나 무급휴직 등을 겪고 있다. 민주노총은 취약계층을 위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할 것”이라며 “정부가 노동자의 목소리를 수렴하여 제 역할을 다하길 촉구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