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의 노크노크] ‘마스크 대란’에서 ‘대란’은 사라졌지만
[이동희의 노크노크] ‘마스크 대란’에서 ‘대란’은 사라졌지만
  • 이동희 기자
  • 승인 2020.04.08 14:30
  • 수정 2020.04.08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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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희의 노크노크] 기자의 일은 두드리는 일
이동희 기자 dhlee@laborplus.co.kr
이동희 기자 dhlee@laborplus.co.kr

퇴근길 지하철. 뭔가 허전하다 싶었는데 그날 하루 종일 쓰고 다녔던 마스크를 사무실에 두고 왔다는 걸 지하철에 타고 나서야 알아차렸다. 집에 도착하려면 30분 정도 더 가야 하는 상황. 그래, 30분 정도야 뭐. 이렇게 생각하며 주위를 둘러봤다. 서울 5호선 퇴근길 지하철에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은 나 하나였다. 새삼스레 다시 깨달았다. 이제 정말 우리는 마스크가 일상인 사회에 살고 있구나.

출생연도 끝자리를 기준으로 지정된 날에만 공적 마스크를 살 수 있는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 지 오늘로 딱 한 달이 됐다. 마스크 5부제가 안착되면서 최근 2주 사이 ‘마스크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는 옛말이 됐다. 이제 지정된 날이라면 약국에 방문해 언제든지 공적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다. 마스크 대란에 예민해진 시민을 상대로 시달리던 약사에게도, 생업 등의 이유로 마스크 판매 시간에 맞춰 줄을 설 수 없었던 시민들에게도 희소식이다.

그러나 마스크 뒤에 붙은 ‘대란’만 사라졌을 뿐, 마스크 고민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마스크 5부제 도입 당시 논란이 됐던 ‘일주일 1인 2매 제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여전하다. 주변만 둘러봐도 마스크 고민을 하지 않는 사람은 재택근무로 ‘밖으로 나갈 일 없는’ 직장인과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 마스크를 확보해 놓은 사람들뿐이다.

때문에 이제 마스크 5부제가 안착됐으니 1인당 살 수 있는 마스크 수량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일각에서는 마스크 5부제 폐지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현행 마스크 5부제를 당분간 그대로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주일에 1인당 살 수 있는 마스크 수량을 늘리는 등의 방식으로 마스크 5부제를 완화하거나 폐지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판단이다.

양진영 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은 지난 6일 마스크 수급 상황 브피핑에서 “국민의 양보와 배려, 제조업체와 유통업체의 협조로 마스크 5부제가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정착되고 국민도 좀 더 수월하게 마스크를 구매하게 됐지만, 아직은 마스크 수요를 모두 충족하기에는 생산이 충분치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마스크 5부제가 안정화되긴 했지만 현 생산으로는 전 국민이 매일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마스크 수요를 감당하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다. 대신 정부는 초등학생·중학생·고등학생, 입원환자 등 대리구매 대상을 확대했다.

마스크 공급량이 충분하지 않으니 현 마스크 5부제를 유지하겠다는 정부 방침에는 고개가 끄덕여진다. 마스크 5부제를 하루아침에 폐지했을 때 발생할 혼란도 어느 정도는 예상이 된다. 최근 많은 외신들이 칭찬하고 있는 한국의 ‘성숙한 시민의식’에만 기대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다만, 마스크 5부제가 안착됐다고 해서, 이제 약국에서 마스크를 줄 서서 사지 않아도 된다고 해서 시민들의 마스크 고민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마스크를 사용할 때마다 남은 마스크가 몇 개인지 확인하고 걱정하는 시민들을 위해서라도 정부의 새로운 ‘응답’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