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째 순환무급휴직’ STX조선해양, 노조 “노동자 고통분담 그만”
‘2년째 순환무급휴직’ STX조선해양, 노조 “노동자 고통분담 그만”
  • 이동희 기자
  • 승인 2020.04.09 19:16
  • 수정 2020.04.10 1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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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6월 1일 전원 복귀 앞두고 ‘조직 개편‘ 요구… 수주잔량은 7척뿐
선박건조 위한 자금 대출·실질적인 정부 정책지원 촉구
STX조선해양 진해조선소 ⓒ STX조선해양
STX조선해양 진해조선소 ⓒ STX조선해양

2년째 순환무급휴직을 이어오고 있는 STX조선해양 노동자들이 중형조선소 정상화를 위한 정부 정책지원을 촉구했다.

금속노조 STX조선해양지회는 “지난 2년간 고통을 분담한 노동자들에게 더 이상 무급휴직과 같은 형태의 희생이 요구되면 안 된다”며 “정부의 실질적인 정책이 전무한 상황에서는 STX조선해양 정상화 발판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경남 창원시에 위치한 STX조선해양은 지난 2018년 4월 노사확약 이후 생산직 정규직 노동자 500여 명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6개월씩 순환무급휴직을 진행하고 있다. 노조에서는 오는 6월 1일 전원 복귀를 앞두고 회사에 이에 맞는 조직 개편을 요구하고 있지만, 회사는 수주잔량이 7척 밖에 되지 않아 현재로서는 확답을 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재 노사는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TFT를 운영 중이다.

순환무급휴직이 장기화되면서 노동자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한 상태다. 노조 관계자는 “순환무급휴직으로 공장 안에 있는 노동자도, 공장 밖에 있는 노동자도 지금처럼 수주잔량이 적은 상태에서 복귀를 한다고 해도 다시 무급휴가에 들어가야 하는 건 아닌지 많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코로나19로 수주활동에 제약을 받자 이 같은 불안감은 더욱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정상적인 수주활동이 가능하려면 선주들과 만나 기술과 도면을 나누면서 협의를 해야 하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선주와 만날 수 없어 화상 연결을 통해 협의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화상 협의에도 한계가 있고, 유럽의 경우 코로나19로 도시와 업무가 마비되면서 수주활동이 여의치 않다”고 설명했다.

애초 조선산업은 수주산업이라는 특성상 수주에서 건조까지 1~2년의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다른 산업보다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적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세계적 대유행(Pandemic, 팬데믹)으로 번지면서 선주들이 선박 발주를 꺼리는 등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노조는 노동자들의 고용불안, 무급휴직으로 인한 생활고 등의 문제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정책지원 없는 STX조선해양 정상화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지난 2018년 11월 22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조선산업 활력제고 방안’을 마지막으로 중형조선소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조선산업 활력제고 방안의 지원대상은 중·소형조선소와 기자재업체로, ▲중소형 친환경 선박 시장창출 ▲금융, 고용 등 단기 애로 해소 ▲고부가가치 선박개발 등이 주요골자다.

그러나 조선산업 활력제고는 중형조선소를 살리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 담기지 않았다는 노동계의 비판을 받았다. 정부가 중형조선소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메시지는 주었지만, 당장 어려움에 처해 있는 중형조선소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을 살릴 수 있는 예산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당시 산자부는 조선산업 활력제고 방안에서 중형조선소 전용 선수금환급보증(RG, Refund Guarantee) 보증 프로그램에 1,000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과 같은 중형조선소 RG발급의 규모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STX조선해양지회는 “정부는 지금까지 네 차례나 조선산업 지원 대책을 발표했지만, 실질적인 중형조선소 대책은 전무하다”며 “STX조선해양은 회사가 보유한 현금 안에서 수주를 해야 하는 제한적인 상황과 선박건조 대금이 에스크로 계좌(3자 중계 매매방식)에 묶여있는 등 현금 유동성 확보의 어려움을 겪고 있어 수주활동이 위축되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선박건조를 위한 자금 대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상황에서 배를 만들 수 있는 자금 확보가 가능하면 수주 어려움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는 게 노조의 진단이다.

노조 관계자는 “지금 노조는 공적 자금 투입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현재 STX조선해양이 가지고 있는 자금으로는 배를 만들기 어려우니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에서 선박건조를 위한 자금 대출을 해달라는 것”이라며 “선박건조 자금을 대출 받아 배를 만들고, 선박 인도 시 대금을 받으면 원금을 물론 이자까지 갚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STX조선해양지회는 “지금이라도 STX조선해양을 정상화시키고 현장을 안정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정부가 책임 있게 마련해야 한다”며 “STX조선해양 정상화를 이유로 더 이상 노동자들에게 무급휴직과 같은 형태의 희생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