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요즘 뭐 읽니?
민주노총, 요즘 뭐 읽니?
  • 이동희 기자
  • 승인 2020.04.12 00:00
  • 수정 2020.04.10 1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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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뭐 읽니? ③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북커버 챌린지 ‘#7days7covers’가 SNS를 꾸준히 달구고 있다. 이 챌린지는 7일 동안 하루에 한 권씩 좋아하는 책 표지를 SNS에 올리며 다음 참여자를 태그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독서문화 확산이라는 목표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지인의 다양한 독서 취향을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참여와혁신>도 노동조합 활동가들이 요즘 뭘 읽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물었다. “요즘 뭐 읽으세요?” 답변은 다양했다. “갑자기 책이요?” “책 읽을 시간 없어요” 대부분 난색하다가도 어디선가 책을 한 권씩 꺼내들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설명과 독후감이 없는 북커버 챌린지보다 재밌었다. 당시 반응도 좋아 연재 꼭지로 진행하기로 했다. 앞으로 노동조합에 국한하지 않고 노동과 관련된 여러 사람들에게 이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요즘 뭐 읽으세요?” 이번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 물었다. 읽는 책을 소개하는 활동가도 있었지만, 책 읽을 시간이 없다며 읽는 책 대신 읽고 싶은 책을 소개하는 활동가도 있었다. 백석근 민주노총 사무총장, 나기주 민주노총 선전홍보실장, 손지승 민주노총 부대변인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백석근 민주노총 사무총장지구화와 이주 그리고 생명평화, 박노자 외 7인, 도서출판 참, 2019
백석근 민주노총 사무총장
<지구화와 이주 그리고 생명평화>, 박노자 외 7인, 도서출판 참, 2019

“읽은 책은 아니고 읽고 싶은 책! 괜찮죠?”

똑똑. 지난 3월 24일, 민주노총 14층 사무총장실 문을 두드렸다. “안녕하세요.” 인사와 함께 매의 눈으로 책상 위 책이 있나 살폈다. 책상 위에는 없지만 책상 뒤편 창문 앞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책들이 몇 권 보였다. 백석근 민주노총 사무총장에게 <요즘 뭐 읽니?> 연재 기사를 설명하며 물었다. “요즘 뭐 읽으세요?”

“책이요? 여기저기서 갖다 준 책은 많은데 소개할 만한 책이…. <지구화와 이주 그리고 생명평화> 이 책은 작년 12월에 나온 책이니까 비교적 최근에 나온 책이네요. 읽으려다 못 읽어서.(웃음) 제목에 나와 있듯이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책이에요. 민주노총의 노동 운동 속에서 이주 노동자와 관련된 고민이 있거든요. 이주 노동자들의 인권 문제라든지. 이것도 받은 책인데 읽고 싶었는데 아직 못 읽고 이렇게 꽂아두고만 있었네요. 책은 읽으려고만 하면 시간이 안 나서. 여러 사람이 쓴 단편을 엮은 책이에요. 아마 읽으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거 갚은데…. 읽어보고 할 얘기가 생기면 알려 드릴게요.(웃음)”

나기주 민주노총 선전홍보실장타인의 고통, 수전 손택, 출판사 이후, 2004예루살렘의 아이히만―악의 평범성에 대한 보고서, 한나 아렌트, 한길사, 2006년
나기주 민주노총 선전홍보실장
<타인의 고통>, 수전 손택, 출판사 이후, 2004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악의 평범성에 대한 보고서>, 한나 아렌트, 한길사, 2006년

“우리에게 필요한 건 연민이 아닌 공감”

“실장님, 잠깐 시간 괜찮으세요?” 첫 번째 질문과 함께 민주노총 선전홍보실의 침묵을 깼다. “요즘 읽으시는 책 있으세요?” 두 번째 질문을 던졌다. 갑작스러운 방문에 놀랐을 법도 한데 나기주 민주노총 선전홍보실장은 차분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읽는 책은 없고 수전 손택의 <타인의 고통>이라는 책을 읽어 보고 싶어요. 이 책은 사진을 가지고 이야기를 펼쳐가요. 사진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이냐, 앵글 속에 담겨 있는 세상이 진짜인지도 되묻고요. 우리는 어떤 사진을 ‘이렇게’ 보지만, 그게 아닐 수도 있지 않냐, 이런 거죠. 예를 들면 유명한 사진 중에, 퓰리처상을 받은 사진 중에 아프리카에서 아사 직전의 아이가 죽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독수리 사진 있죠? 그런 사진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우리에게 필요한 건 연민이 아닌 공감’이라는 좋은 말도 책에 있고요. 읽어보진 않았는데 읽어봐야 한다고 생각한 책 중 하나에요. 최근에는 워낙 책 읽을 시간이 없어서.(웃음)

그 다음에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라는 책도 읽어보고 싶은 책 중 하나에요. 예루살렘에서 아돌프 아이히만이라는 사람의 재판을 중심으로 책이 진행돼요. 이 사람은 엄청나게 많은 유대인을 학살한 사람인데, 재판에서 자기는 죄가 없다고 말해요. 왜? 자기는 위에서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지, 자기가 악의를 가지고 유대인을 학살하지는 않았다고 말하죠. 악은 악인에 의해서만 행해지는 게 아니다,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서도 악은 행해질 수 있다 이런 이야기죠. 악의 평범성에 대해서. 이것도 읽은 책은 아니에요. 읽고 싶은 책이라서 기억해 두고 있었던 건데. 근데 안 읽고 이렇게 이야기해도 되나?”

민주노총 손지승 부대변인보고서의 법칙, 백승권, 바다출판사, 2018년
민주노총 손지승 부대변인
<보고서의 법칙>, 백승권, 바다출판사, 2018년

“대변인실의 글쓰기 업무를 위한 책”

이번 <민주노총, 요즘 뭐 읽니?> 취재를 시작하면서 손지승 민주노총 부대변인에게 물었다. “<요즘 뭐 읽니?>라는 연재 시리즈를 준비 중인데, 민주노총 사무처에서 책 읽는 분 많이 계시나요?” “사무처 사람들 책 읽을 시간 없어요~” 단칼에 돌아오는 답변에 당황했지만, 다행히(?) 손지승 부대변인에게도 책 소개를 받을 수 있었다. 손지승 부대변인이 추천한 책은 <보고서의 법칙>이다.

“노동조합 활동에서 보고서 작성 같은 글쓰기 업무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습니다. 대변인실의 주요 업무도 글 쓰는 일, 문서작성 일이 많습니다. 하지만 매번 컴퓨터 앞에서 문서작성을 할 때 화면여백에 깜박이는 커서를 보면서 어떻게 시작할 지 고민합니다. ‘보고서의 법칙’은 글쓰기 작가들의 타고난 실력을 부러워 할 필요 없도록 ‘업무적인 글쓰기’ ‘기술적인 글쓰기’ 방법을 알려줍니다. 직장인들이 가장 많이 고민하는 보고서의 작성 원리와 방법을 공식화 하고 명료하게 알려주는 기술을 습득하게 해줍니다. 이 책이 알려주는 방법을 제대로 익히면 누구나 글쓰기를 운전하는 것처럼 익숙하고 능숙하게 할 것입니다. 보고서 쓰기, 글쓰기 때문에 고통 받았던 모든 직장인들에게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