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박싱] 이 주의 인물 : 손미희
[언박싱] 이 주의 인물 : 손미희
  • 최은혜 기자
  • 승인 2020.04.11 00:05
  • 수정 2020.04.11 1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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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학교 #재일동포 #마스크지급 차별 #우리학교와 아이들을 지키는 시민모임

지난 3일, 일본대사관 앞에서는 일본정부의 조선학교 차별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최근 일본 사이타마시에서 유치원과 노인시설 등에 18만 장의 마스크를 지급했는데, 이 과정에서 조선학교 유치원은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마스크 수급 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여론이 좋지 않자 이 방침을 철회, 조선학교 유치원에도 마스크를 지급했습니다.

이렇듯 재일동포는 일본 사회 내에서 차별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2012년부터 시행한 고교 무상화에서도 조선학교는 배제된 상황입니다. 지난해 10월에는 유아교육·보육 무상화에서도 조선학교 유치원을 비롯한 외국인 유아시설이 제외됐습니다. 이런 차별에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있습니다. 손미희 우리학교와 아이들을 지키는 시민모임 공동대표입니다. 손미희 공동대표에게 지난 3일 기자회견에 대한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조선학교 학생들과 손미희 우리학교와 아이들을 지키는 시민모임 공동대표(가운데). ⓒ 손미희 우리학교와 아이들을 지키는 시민모임 공동대표
조선학교 학생들과 손미희 우리학교와 아이들을 지키는 시민모임 공동대표(가운데). ⓒ 손미희 우리학교와 아이들을 지키는 시민모임 공동대표

‘우리학교와 아이들을 지키는 시민모임’은 어떤 단체인가요?

우리학교와 아이들을 지키는 시민모임은 지난 2014년 6월 13일에 만들어졌어요. 제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 대외협력위원장을 맡고 있던 때 일본으로 역사NGO 포럼에 참석하러 간 적이 있어요. 일본군 ‘위안부’ 문제, 교과서 문제, 과거사 문제 등을 발표하는 자리였는데, 일본의 은퇴한 교사인 하세가와 가즈오 선생님이 아주 열정적으로 조선학교 문제에 대해 얘기하셨어요. 조선학교의 기가 막힌 상황에 대해 외면하면서 어떻게 과거사와 통일을 얘기할 수 있냐고 하시더라고요. 그 얘기를 계속 들으니까 마음이 너무 불편하더라고요. 한국에 와서도 자꾸 생각나고 외면할 수 없겠다는 생각에 양대 노총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를 만나서 뜻을 모으게 됐죠.

처음 만들었을 때 저희 모임의 목표는 두 가지였습니다. 알리기와 가보기. 먼저 알리기는 조선학교라는 게 있고 여기에 다니는 학생들이 차별의 대상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가보기는 직접 가보자는 겁니다. 조선학교에 방문하는 게 법적으로 어렵다고 정부는 주장해요. 국가보안법이나 남북교류협력법 문제에 걸려서. 근데 저희 모임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조선학교에 우리가 한 번 가보자는 것을 의미해요.

대표님께서 재일동포 차별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신 계기가 있나요?

저는 원래 부산에서 청년운동을 하다가 결혼을 하고 출산과 육아를 경험하게 되면서 서울로 올라와서 여성운동을 해왔어요. 전국여성연대 상임대표를 하면서 정대협 대외협력위원장, 국제 평화포럼 공동대표 등 다양한 활동을 했거든요. 그러면서 일본, 유럽, 미국 등의 해외동포 연대 사업을 한 20년 정도 해왔고요. 그래서 재외동포의 차별 문제에 대해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하세가와 가조 선생님의 호통이 변곡점이 된 거죠. 알면서도 안 한다는 게 불편하더라고요. 아는 사람이 나서자 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마스크지급 문제와 관련해 현재 조선학교는 상황이 어떤가요?

제가 코로나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던 시기에 일본을 방문했어요. 일본이 전국 학교에 휴교령을 내려서 조선학교도 휴교 중인데, 맞벌이를 하는 조선학교 재학생 부모 일부가 아이를 맡길 곳이 없으니까 학교에 어쩔 수 없이 보낸 거죠. 아이가 등교를 하니 교사들도 다 출근해야 하고요. 돌봄을 해야 하니까요. 그런데 사이타마시에서 마스크 지급 대상이 아니라면서 마스크를 지급하지 않은 거죠. 그 소식에 학생회, 학부모회, 시민단체에서 항의를 거세게 했어요. 결국은 마스크 미지급을 철회했는데, 사이타마시에서는 ‘확인해보니까 재고가 있어서 마스크를 지급하는 것이지, 항의 때문에 그러는 게 아니다’라고 변명을 하는 거죠.

조선학교 학부모들한테 들어보니까 이렇게 빠른 시간 내에 문제가 해결된 것이 거의 처음이래요. 3일 동안 사이타마시에 항의를 하고 금요일에 집으로 돌아가면서 ‘월요일에 또다시 항의하러 와야겠다’ 하고 있는데, 마스크 미지급 방침이 철회됐다는 소식을 들은 거예요. 정기통학권이나 고교 무상화 등 다른 문제는 몇 년을 싸워야 했는데 금방 해소되니까 귀를 의심했다고 하더라고요. 조선학교 학부모들은 ‘동포의 연대가 만든 승리’라고 생각한대요.

우리학교와 아이들을 지키는 시민모임을 비롯한 제단체는 조선학교에 대한 고교 무상화와 유아교육·보육 무상화 실현을 위한 연서명과 인증샷을 6월 일본 문부과학성에, 9월 UN에 전달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왜 시기가 6월과 9월인가요?

저희 시민모임이 1년에 두 번 조선학교를 방문해요. 6월과 10월 말 쯤에 방문하는데, 6월에 문부과학성에 항의방문을 하려고 해요. 연서명을 전달하고 기자회견도 하려고 합니다. 또 9월에는 UN총회가 있어서 그때 이 내용을 전달할 계획입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팬데믹 상황이라서 장담할 수는 없겠네요. 그렇지만 꼭 조선학교에 대한 고교 무상화와 유아교육·보육 무상화 실현을 위한 연서명과 인증샷을 전달할 것입니다.

앞으로의 활동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일단 저희가 오는 4월 24일에 꽃송이 2권을 출간합니다. 조선신보사가 주관하는 조선학교 학생들의 글 작품 공모전이 있는데, 그 수상작을 모아서 1권을 작년에 출간했고 올해는 초창기 수상작을 모았고 또 ‘입선했던 당시 학생은 지금 어떻게 지낼까?’라는 궁금증에서 시작한 인터뷰를 같이 엮어서 책으로 만든 게 바로 꽃송이 2권입니다. 그래서 그 출판기념식이 예정돼 있고 조선학교에 대한 고교 무상화와 유아교육·보육 무상화 실현을 위한 연서명과 인증샷을 8월 15일까지 받아서 9월에 UN에 전달하는 것. 이게 큰 사안이고 또 지금 코로나19로 인해 못하고 있는데, 저희가 조선학교 관련 다큐멘터리영화 전국 순회 상영회를 기획했었어요. 그거는 코로나19가 좀 잦아들면 진행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박영이 감독의 ‘4.24 무지개의 기억’이라는 DMZ 국제평화상을 수상한 작품을 비롯해 박영이 감독의 ‘하늘색 심포니’, 고찬유 감독의 ‘아이들의 학교’, 박사유, 박돈사 감독의 ‘60만 번의 트라이’ 등의 작품을 상영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