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박싱] 이 주의 키워드 : boxing
[언박싱] 이 주의 키워드 : boxing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0.04.11 00:39
  • 수정 2020.07.25 23: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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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트 : #감시카메라 #배달노동자 #건설노동자 #4.15총선

언박싱(unboxing)이란 ‘상자를 열어’ 구매한 제품의 개봉 과정을 보여주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는 언박싱 과정을 지켜보면서 어떤 제품이 나올지 기대하고 궁금증을 해소하는 재미를 얻습니다. 이 주의 기사들을 묶어본 키워드는 무엇이었는지 ‘참여와혁신’과 함께 개봉해보시죠.
 

언박싱을 하기 전에 상자를 포장하는 ‘boxing(박싱)’ 작업이 필요합니다. 물건의 크기에 맞는 상자를 고르고, 물건을 담고, 뚜껑을 닫아 상자에 테이프를 붙입니다. boxing을 ‘복싱’이라 발음하면 ‘권투’라는 또 다른 뜻이 됩니다. 승리를 위한 치열한 결투 말입니다. 이번 주 참여와혁신 기사는 boxing이란 키워드로 묶을 만한 기사가 많았습니다. 상자 속 기관사, 텅빈 상자를 받아든 건설노동자, 결투를 벌이는 노동계 인사들까지. 함께 boxing 기사들을 언박싱(unboxing)해볼까요?

이 주의 키워드 : boxing
① 포장 
② 권투

[4월 7일] 2,600일 일했는데 퇴직금 적립일은 83일?

사람 몸집만큼 커다란 상자, 열어보니 크기가 한주먹도 안 되는 물건이 들어있었습니다. 건설노동자의 퇴직금 얘기입니다.

박완순 기자가 만난 플랜트건설 노동자의 퇴직금 적립일수는 83일입니다. 퇴직금 적립원금은 38만 2,000원이었습니다. 반전이 있습니다. 고용보험 가입 일수가 2,600일 입니다. 9년을 일한 노동자 퇴직금 적립원금이 38만 원에 불과하다는 게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원인은 ‘쪼개기 발주’입니다. 민간공사 발주처나 원청이 전체 100억 원짜리 공사를 공정별로 ‘쪼개서’ 10억, 20억짜리 공사로 나누는 식입니다. 쪼개기 발주를 왜 할까요? 퇴직공제부금 당연가입 대상 기준 때문입니다. 건설노동자는 민간공사 현장에서 일할 경우, 공사예정 금액이 100억 원 이상일 때만 퇴직공제부금 당연가입 대상이 됩니다. 공사를 공정별로 쪼개서 공사예정 금액을 100억 밑으로 맞추면 퇴직공제부금이 적게 들죠. 사용자는 그만큼 비용을 줄일 수 있고요.

건설근로자법 개정에 따라 5월에 발주한 공사부터 퇴직공제 가입 대상 공사가 확대된다고 합니다. 민간공사의 경우 50억 원 이상으로 기준을 낮춰 적용 공사 범위가 67.7%에서 76.2%로 확대될 전망입니다. 여전히 퇴직공제부금 제도를 적용받지 못하는 건설노동자들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쪼개기 발주를 법적으로 금지하거나 총 공사금액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얘기죠.

[4월 7일] 홈플러스 배송기사 "과로로 쓰러지는데 배송료는 줄어"
[4월 7일] [포토] 죽을 지경··· '코로나19'보다 무서운 '과로'
[4월 7일] [움짤] 코로나19에 '100인 결의대회' 연 마트노조(feat.무인의자)

상자, 포장, 그리고 노동. 금방 배달노동자들이 떠오릅니다. 코로나19로 늘어난 물량에 전국의 배달 노동자들이 물건을 나르며 땀 흘리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홈플러스 온라인 배송기사들은 사측이 일방적으로 운송료를 삭감했다며 지난 7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앞에서 '무인 결의대회'를 열고 반발했습니다.

ⓒ 참여와혁신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7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앞에서 열린 마트노조의 '무인 결의대회' ⓒ 참여와혁신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온라인 배송기사들이 홈플러스와 계약한 운송사로부터 받는 운송료는 '기본 운송료+인센티브+각종 수당 및 보조금'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마트노조에 따르면 지금까지 배송기사들은 점포마다 다른 월 단위 기준 건수(754건, 780건 등)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아왔습니다. 기준 건수의 80% 이상이 되면 '기본 운송료+구간별 인센티브'를 받고, 100%가 넘으면 '기본 운송료+구간별 인센티브+건당 추가 인센티브 2,000원'을 받는 구조입니다. 월 기준 건수를 넘기지 못해도 인센티브가 붙었던 겁니다.

반면 개편안을 적용하면 기준 건수 아래로 배송해도 받았던 '구간별 인센티브'가 사라집니다. 대신 한 달 기준건수를 650건으로 고정해 100%를 넘으면 건당 추가 인센티브 2,400원을 받게 됩니다. 마트노조는 배송물량이 코로나19 확산 이전 수준으로 떨어질 경우, 사실상 임금이 삭감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허영호 마트노조 조직국장은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일시적으로 물량이 증가해 큰 차이가 없는 듯 보이지만 배송물량이 전년 수준일 경우 임금이 삭감 된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측은 "배송기사에게 지급되는 인센티브의 최소 배송건수 기준을 크게 완화(기존 대비 약 15%)해 배송기사들이 받을 수 있는 실질적 수령액이 더 높아질 수 있도록 조정했다"며 마트노조가 주장하는 '운송료 삭감'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습니다.

누구 말이 맞을지는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봐야 알겠습니다. 다만, 마트노조 말대로 임금이 삭감된 것으로 드러나면 홈플러스가 ‘일방적’으로 운송료 지급 기준을 되돌릴지는 지켜볼 일입니다.

[4월 8일] “감시하면 안전해집니까?” 

국토부가 승무원 운전실에 감시카메라 설치를 계획 중입니다. 열차를 운행하는 기관사를 감시해서 철도 안전을 강화한다는 취지입니다.

철도 노동자들은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승무원을 대상으로 운전실 감시카메라 설치에 대한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98%가 감시카메라가 ‘신경 쓰인다’고 응답했습니다. 반발도 심합니다. 1/100초 단위까지 업무를 감시당한다면 불만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입장을 바꿔서 제도를 기획한 공직자 책상머리에 감시카메라를 달아서 실시간으로 업무행태를 감시‧기록하려는 계획이 발표되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합니다.

감시카메라 설치로 철도 안전이 강화될 지도 의문입니다. 이열우 영등포승무지회장은 “감시받고 있다고 생각하면 계속 경직된 상태로 집중해야죠. 근데 그렇게 몇 시간 동안 집중을 계속할 수는 없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설문을 분석한 노동환경건강연구소의 한인임 사무처장도 “노동자들이 고도의 스트레스를 받게 될 거예요. 스트레스 수준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되면 알려진 대로 뇌심혈관계질환이 발생하거나 정신질환을 앓게 돼요. 노동자가 이런 상태로 일하면 결국 부메랑이 돼 안전운행을 해치는 거죠”라며 감시카메라 설치의 부작용을 지적했습니다.

기관사들은 좁은 상자 같은 운전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노동자를 감시하고 통제하기 위한 감시카메라 설치. 마치 물건이 담긴 상자 입구를 테이프로 단단하게 막는 느낌이 듭니다. 숨 쉴 틈은 있어야하지 않을까요? 기관사들이 상자 속 물건도 아닌데 말이죠. 국토부의 감시카메라 설치 계획보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더 설득력 있게 들립니다.

“차량 재질, 부품의 규격화와 노후 부품 교체 등이 더 안전한 차를 만들지 않을까요.”

무엇이 진정한 안전 강화 조치일지 국토부가 다시 고민하길 바랍니다. 탁상행정으로 혈세 낭비하면, 책상머리에 감시카메라 달아야 할 날이 올지 모릅니다. 시민의 안전을 좌우하는 건 공공기관 정책도 마찬가지니까요.

[4월 6일] 여론조사로 보는 노동계 후보 출마지 판세분석④
[4월 7일] 여론조사로 보는 노동계 후보 출마지 판세분석⑤
[4월 8일] 여론조사로 보는 노동계 후보 출마지 판세분석⑥
[4월 10일] 여론조사로 보는 노동계 후보 출마지 판세분석⑦

땡!

경기 시작됐습니다. 국회의원 당선을 위해 링 위로 오른 노동계 후보자들이 대결을 펼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다른 때보다 조용한 유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물밑에선 다양한 대결 양상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엎치락뒤치락 결과를 예상하기 어려운 지역이 있는가 하면. 여론조사 추이가 변동 없이 초반 그대로 이어지는 지역도 있네요. 이번 총선에는 과연 노동계 후보자가 몇 명이나 당선될까요? 3월 30일부터 이동희 기자가 4.15 총선에 출마한 노동계 출신 후보들의 여론조사 추이를 추적 보도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위 기사 제목을 클릭해서 살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