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우의 부감쇼트] 기억과 반성
[임동우의 부감쇼트] 기억과 반성
  • 임동우 기자
  • 승인 2020.04.17 17:54
  • 수정 2020.04.17 17: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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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말로 버즈 아이 뷰 쇼트(bird’s eye view shot).
보통에서 벗어난 시각으로 세상을 관찰하고 싶습니다.
임동우 기자 dwlim@laborplus.co.kr
임동우 기자
dwlim@laborplus.co.kr

프랑스 구조주의 철학자이자 비평가인 롤랑 바르트의 <애도 일기>는 사랑하는 어머니의 죽음에서 비롯된 슬픔을 기록한 에세이다. 그는 우리가 유년시절 숙제로 빼곡하게 썼던 ‘일기’와는 달리 지나간 하루를 한 문장으로 기록하기도 하는데, 오히려 여백이 주는 공허함이 마음을 메아리치게 만든다. 그의 일기장에는 처절한 슬픔과 아름다움이 함축돼 있다.

<애도 일기>가 사람들에게 널리 읽히는 이유 중 하나는 멜랑콜리와 애도의 차이를 분명히 하기 때문이다. 정신분석의 창시자인 프로이트는 멜랑콜리와 애도가 주체가 상실의 상처 안에 머문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나, 애도를 상처를 품고 인정하면서 자아의식을 회복하는 건강한 현상으로 본 반면, 멜랑콜리는 비관주의를 동반해 상실의 상처를 품고 인정하길 거부하는 병리적 나르시시즘으로 바라봤다.

“나는 슬픔 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슬퍼하는 것이다.”

일기에 녹아있는 롤랑 바르트의 슬픔은 인간이 삶이라는 여정에서 만난 처절한 슬픔을 직면하고, 젖은 몸으로 다시 삶의 궤도를 걷는다는 데 의미가 있다. 슬픔이 에고(Ego)를 넘어설 때, 슬픔은 주체의 고유한 슬픔으로 탈바꿈하며 이를 통해 주체는 새롭게 태어나게 된다.

4월은 내게 애도의 달이다. 21대 총선은 1992년 이후 최고 투표율을 기록할 정도로 뜨거웠고, 낮 최고기온은 22도를 웃돌고 있다. 정오에 점심을 즐기러 나온 이들 중 외투가 없는 이들이 보이고, 벌거벗었던 나무에 벌써 초록이 물들고 있지만, 어쩐지 마음 한 편이 고요하고 서늘해 바닥에 떨어진 꽃잎에 눈길을 돌린다.

어김없이 돌아온 4월 16일 안산 화랑유원지에서는 ‘세월호 참사 6주기 기억식’이 열렸다. 유가족은 진상규명 약속이 이행되지 않은 지금, 끝맺음의 의미가 느껴지는 ‘추모’라는 단어보다 ‘기억’이라는 단어를 택했다.

‘기억하지 않는 곳에는 역사가 없고, 역사가 없는 곳에는 존재가 없다’는 어느 작가의 말을 곱씹는다. 처절한 슬픔을 직면하며 기어코 삶을 살아내려는 이들을 위해서, 언론의 글쓰기는 어두운 곳에서 쉽게 잊혀질 존재에 대한 기록이자 스스로에 대한 성찰이어야 한다.

2014년 4월, ‘전원 구조’했다고 보도한 언론을 기억한다. 식당에서 밥 한 숟갈 밀어 넣다가 잠시나마 안도했던 스스로를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