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택배종사자 보호조치··· 노동자 목소리는 빠져
국토부 택배종사자 보호조치··· 노동자 목소리는 빠져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0.04.20 12:51
  • 수정 2020.04.20 1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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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연대노조 "택배노동자 빠진 비현실적 대책"
노조-국토부, 23일 오후 간담회 진행 예정
지난해 11월 4일 국회 앞에서 열린 전국택배노동자대회에 참가한 택배노동자가 '택배법 쟁취하자' 몸피켓을 달고 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지난해 11월 4일 국회 앞에서 열린 전국택배노동자대회에 참가한 택배노동자가 '택배법 쟁취하자' 몸피켓을 달고 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해 급격하게 업무량이 늘어난 택배업계 종사자를 위한 안전·처우 개선 권고안을 내놓자 논의 과정에서 빠진 택배노동자들이 "비현실적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10일 열린 택배업계 간담회에서 택배종사자 보호조치 사항의 내용 및 필요성 등을 설명하고 소속 대리점 등 영업소를 통해 적극 준수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12일 밝혔다.

구체적으로 국토부는 택배노동자 보호를 위해 1)택배차량 및 택배기사 조기 충원 2)적정 근무량 체계 마련 3)순차 배송 등을 통한 휴게시간 보장 4)필요시 지연배송 실시 5)건강관리자 지정 6)산재보험 가입 및 응급·방역물품 구비 7)비대면 배송 유도 등을 택배업계에 권고했다. 

이에 대해 택배노동자 3,500여 명이 조직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위원장 김태완, 이하 택배연대노조)은 "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빠진 비현실적 대책"이라고 반발했다. 

우선 택배연대노조는 1)택배차량 및 택배기사 조기 충원에 대해서 코로나19 이후는 고려하지 않은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평소보다 물량이 30~40% 증가한 코로나19 상황이 종식된 뒤 물량이 정상화됐을 때 급하게 신규채용한 인원이 유지될 경우 택배노동자의 평균물량만 감소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택배연대노조는 노동강도를 줄이기 위해서는 신규 택배기사 채용보다는 분류작업 보충인력 투입이 실효성 있는 대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택배연대노조는 2)적정 근무량 체계 마련에서 '영업소 내 종사자 간 협의 등을 통한 택배물량 및 배송구역 조정 검토'는 "노동자 탄압으로 악용될 소지가 많다"고 비판했다. 배송구역 지정은 대리점 소장의 권한으로 택배노동자에게는 민감한 사안이다. 실제로 대리점 소장이 특별한 관계에 있는 택배노동자에게 배송이나 집화가 수월한 구역을 일방적으로 배정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생겨 갈등이 일어나곤 한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물량이 급격히 늘어난 배송구역을 다른 사람에게 넘겼다가 다시 못 돌려받을 수도 있고, 권고안을 보면 배송구역 조정 과정에서 '노사협의'는 강제규정도 아니기 때문에 택배노동자들은 보호가 아닌 불안한 조치라고 여기고 있다.

택배연대노조는 특히 3)휴게시간 보장 방안에서 '2배송으로 휴식시간 확보'는 지금도 사측이 강요하고 있는 지점이라고 짚었다. 택배연대노조에 따르면 물량이 많을 경우 한 번에 배달하지 않고 오전·오후로 나눠서 배달하면 갔던 곳을 또 가야 해서 오히려 피로도가 높아진다. 그런데 사측에서는 택배기사들이 매년 늘고 있는데 주차장소 등이 마땅치 않아 2배송을 권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택배연대노조는 "대책 마련 과정에서 노동자가 빠졌다는 대표적인 증거"라고 지적했다. 이 세 가지 외 나머지 대책들도 택배연대노조는 실효성이 의심된다고 말했다.

택배연대노조의 비판에 대해 국토부 물류산업과 관계자는 "권고안 논의 과정에서 업무를 총괄하는 택배 대리점주들을 만나서 이야기 들었다"며 "택배연대노조와도 이번 주에 만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권고안은 택배노동자들에게 필요하다고 판단한 내용이기 때문에 충분히 설명하면 서로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택배연대노조와 국토부와 오는 23일 오후 간담회를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