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녹지병원, 영리병원 막고 ‘공공병원’ 전환해야
제주 녹지병원, 영리병원 막고 ‘공공병원’ 전환해야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0.04.21 19:43
  • 수정 2020.04.21 1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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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 취소 소송 첫 공판
녹지그룹-제주도 치열한 법적 공방 예상
보건의료노조 “제주도 소송 최선 다해야”
4월 21일 오전 10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진행된 '제주 녹지국제병원 공공병원 전환 촉구' 기자회견 현장.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영리목적의 제주 녹지국제병원 설립 재추진이 본격화됐다. 이를 둘러싸고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를 둘러싸고 중국 부동산투자회사 녹지그룹과 제주도의 치열한 법적공방이 예상된다. 보건의료노동자 및 시민단체는 “영리병원이 아닌 공공병원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며 규탄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나순자)은 21일 오전 10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녹지그룹 영리병원 개설허가 취소소송 취하 촉구! 제주녹지국제병원 공공명원 전환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또한 ‘의료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는 같은 시각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영리병원, 녹지국제병원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제주 ‘영리병원’ 논란 재점화

지난 2018년 12월 5일 제주도는 ‘외국인 진료 전용’으로 한다는 조건으로 녹지그룹에게 제주 녹지국제병원 개설을 허가했다. 하지만 녹지그룹은 의료법 64조에 따른 개원기한 3개월을 넘기도록 실질적인 개원준비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2019년 4월 17일 제주 국제녹지병원 개설허가를 취소했다.

녹지그룹은 이에 반발하여 같은 해 5월 20일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 취소처분 취소 소송’과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조건 취소 청구 소송’ 등을 제주도에 제기했다. 오늘(21일)은 해당 재판의 첫 공판일이다.

녹지그룹이 제주도에 제기한 소송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개원 지원으로 인한 제주도의 취소처분이 잘못됐다는 주장이다. 근거로는 ▲개원 지연에 정당한 사유 존재 ▲개설허가는 지나친 처분(업무정지 등 다른 처분 가능) 등이다.

두 번째는 제주도가 개설허가를 내릴 때 외국인 진료만을 가능하게 하고 내국인 진료를 불가능하게 한 점이 의료법을 위반하다는 주장이다. 이는 곧 ‘외국인 한정 영리병원’이 아닌 전 국민 대상 영리병원을 운영하겠다는 의도를 나타낸다.

법적 쟁점은 '내국인 진료 제한'

녹지그룹은 관련법상 병원 개설 허가권자인 제주도지사가 내국인 진료를 제한할 권한이 없다는 논리로 재판에 임하고 있다. 현재 제주도에서 외국인이 영리병원을 설립하려면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과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보건복지부장관의 승인과 도지사의 개설 허가를 받아야 한다.

녹지그룹은 2015년 12월 18일 보건복지부로부터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을 승인받았다. 이에 따라 2016년 4월 5일 착공에 들어가 2017년 7월 28일 준공 및 사용승인을 허가 받았다.

이후 2017년 8월 28일 녹지그룹은 제주도에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를 신청했고, 2018년 12월 제주도는 ‘외국인 진료’로 제한하는 조건부로 개설허가를 내줬다. 녹지그룹은 제주도의 조건부 허가가 정당한 사유 없는 진료 거부를 제한하는 의료법 15조에 위반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 같은 녹지병원의 논리에 제주도는 ▲영리병원은 의료법상 허가의 성격이 아닌 특별법상 허용 사항인 점 ▲애초 녹지그룹이 진료 대상을 외국인으로 삼은 점 등을 들어 반박하고 있다.

다음 재판은 6월 16일으로 예정돼 있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제주 영리병원 부활 막고 공공병원 확충해야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제주도의 소송 대응 의지를 비판했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원희룡 도지사가 제주 영리병원에 대해서 확실하게 제한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된다”며, “재판부에 대한 답변서에 있어서도 법률전문가가 아닌 제주도 건강위생과 담당자가 제출했다. 대리인도 지역 변호사 한 명이다. 그 변호사가 속한 법무법인 대표는 지난 날 영리병원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을 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와 청와대는 제주 영리병원에 대해 직접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할 정답은 정부가 공공병원으로 인수하는 것”이라면서, “진정 우리나라가 코로나19 대응의 모범이 되기 위해서는 공공의료가 10% 밖에 되지 않는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 부산 침례병원 인수와 진주의료원 재개원이 청와대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제주지방법원에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한 ‘의료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는 “국내 1호 영리병원 정책을 두고 소송까지 이르게 된 책임은 원희룡 도지사에게 있다. 막대한 도민 세금을 들여 도민의견 수렴을 하고 공론화 절차까지 진행됐지만 그 결과를 멋대로 인정하지 않은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제주도민들은 2018년 초 제주도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도민 토론회를 거치는 등 공론화 과정을 거쳐 2018년 10월 4일 제주 녹지국제병원 개설 불허를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제주도는 조건부 허가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