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박싱] 이 주의 키워드 : 대화의 세계
[언박싱] 이 주의 키워드 : 대화의 세계
  • 박완순 기자, 정다솜 기자
  • 승인 2020.04.25 15:00
  • 수정 2020.04.25 2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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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트 : #코로나19 #경제위기 #산업위기 #사회위기 #노사정 #대화테이블

4월 넷째 주 키워드 언박싱입니다. 요즘 핫한 드라마 ‘부부의 세계’ 보셨나요? 볼 때마다 힘들어서 못 보겠는데, 볼 수밖에 없다는 문제의 드라마인데요. <참여와혁신>이 꼽은 이주의 키워드는 ‘대화의 세계’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대화 할 때마다 힘든데, 할 수밖에 없기도 하죠. 할 때마다 힘들지만 포기할 수 없는 대화, 그 세계가 궁금하다면 스크롤을 좀 더 내려주세요.

ⓒ JTBC '부부의세계' 공식 홈페이지

이 주의 키워드 : 대화의 세계

[4월 23일] 일자리위원회, 코로나19 대응 전문·특별위원회 가동
[4월 22일] 제5차 비상경제회의 결과... 노동계 “안이하다” 비판
[4월 20일] 김명환 위원장, 정세균 총리에 ‘노사정 비상협의’ 제안

이 주의 세 기사가 보여줬던 것은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사회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노사정 대화를 하자는 노동계의 제안도 있었습니다. 일자리위원회를 또 다른 형태의 사회적 대화 현장이라고 봤을 때, 코로나19 위기를 사회적 대화로 기민하게 돌파하려는 움직임이 보입니다. 다만 제5차 비상경제회의 결과에 노동계가 ‘안이하다’고 비판한 것처럼, 사회경제주체들의 코로나19 위기 해법에 대한 온도 차가 존재합니다. 사회적 대화를 앞둔 현재 상황입니다. 현재 상황에서 어떤 ‘대화의 세계’가 필요할지 세 기사를 쓴 이동희 기자, 최은혜 기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이하 박완순 : , 이동희 : , 정다솜 : , 최은혜 : )

코로나19 위기,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

: 사회적 대화, 지금 상황에서 필요하죠?

모두 : 네. 하하하.

: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와 산업의 위기는 단위 노동조합과 단위 기업 간 대화로 풀기 어려운 현실을 만들었습니다. 사회적 대화가 코로나19 상황 이후로 활성화될 전망도 나오고 있어요. 특히 은혜기자가 취재한 항공업계 경우가 그렇죠. 단위 노동조합과 단위 기업의 대화보다 업종별 대화가 필요한 상황임을 한눈에 보여주고 있어요.

: 항공업계의 경우 경사노위에서 노사정 업종별 간담회를 하고 있어요. 노사 모두 어려워서 노사가 의견이 맞아 떨어지는 부분도 있어요. 다만 정부가 대책을 제시하지 못해 답답하다는 입장이에요. 바로 해답을 구하러 간 것은 아니지만, 아무 대책이 없을 줄은 몰랐다고 노조가 토로하더라고요.

: 민주노총과 정세균 총리 간담회 이후 분위기는 어때요?

: 정부의 입장은 민주노총 만난 것처럼 다른 경제주체들도 만나서 의견을 모아서 경제 위기를 경제 주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할 방안들에 대해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는 상황이죠. 그 안에 노사정 비상협의 내용이 있는 것이고요. 대체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노사정 비상협의 틀은 만들어질 것이라 전망하고 있어요. 사회적 대화가 이뤄질 수밖에 없는 커다란 현실이 있으니까요.

: 4월 13일자 한겨레 ‘왜냐면’에 이주호 민주노총 정책실장이 기고를 했어요. ‘‘해고금지’ 위한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가 글의 제목이에요. 이 글의 주 내용은 제목에서 다 드러났어요. 또 다른 주 내용도 몇 가지 있는데, 우선 민주노총이 경사노위 틀 밖에서 사회적 대화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아주 친절히 스스로 설명해준 내용이에요. 글을 그대로 옮기자면 “사회적 대화의 틀로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떠오르지만, 기존 활동상 한계와 민주노총의 내부 의결 구조상 참여가 어렵다. 경사노위 참여는 대의원대회 의결 사항으로, 코로나 국면에서 1500명이 넘는 대의원을 소집하기 어렵고 참가 방침을 둘러싼 기존 논란도 반복될 수 있다. 따라서 현 상황의 엄중함을 고려한다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한시적으로 원포인트 비상 사회적 대화를 주도할 필요가 있다.” 저는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 하자고 혹은 하겠다고 호소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봐요.

: 한국노총은 어때요? 경사노위라는 틀 안에 있었잖아요.

, : 경사노위 틀이라는 제약을 두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 같아요.

: 한국노총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눴어요. 사회경제 주체로서 역할이 있는 만큼 경사노위 틀 밖에서 사회적 대화를 하는 게 문제되지 않는다고 했어요. 다만 관계자가 걱정했던 건 이전 역사와 같이 정부와 사용자단체가 노동이 양보해야 한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거예요. 또 다른 하나는 이 상황에서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에 들어와 끝까지 자리를 지킬 수 있냐는 것이었어요.

: 네, 전반적으로 이야기 들어보니까 몇 가지 중요한 지점이 보이는 것 같아요. 어찌 됐건 사회적 대화가 필요한 코로나19 위기라는 엄중한 상황이 있다는 것, 정부가 현장 깊숙이 현황 파악을 못하고 있는 것, 사회적 대화를 어디서 하냐도 중요하지만 시작하면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

: 정부가 현장 실태를 파악하지 못하는 것과 연관해서 위기의 크기에 비해 속도감 있게 현장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도 보고요. 알고 있어도 초유의 사태 앞에서 지금 딱히 정부도 대책의 갈피를 못 잡는 것 같아요. 그러니 알고도 모르는 척 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고도 보고요. 다른 측면에서 보면 정부도 겪어보지 않은 상황에서 대책 마련이 어려우니 경제 주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위기를 해쳐나갈 아이디어를 만드는 사회적 대화가 중요한 거죠.

사회적 대화, 양보가 아닌 자기 역할

: 이제 사회적 대화의 내용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일단 노동계에서는 총고용 보장이 핵심이죠. 다만 어떻게 총고용을 보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 제시가 보이지 않아 구호만 있는 것 같고요. 노동조합은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 아까 이야기했던 이주호 정책실장이 글 말미에 그러면 민주노총에선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써놨더라고요. “미조직 비정규 노동자 보호를 위한 더 많은 노력, 사회연대기금 조성, 전국민 고용보험을 위한 보험료 인상 등 조직노동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내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요. 한국노총도 주요하게 연대임금전략을 이야기하고, 이번 집행부 들어서 총연맹 차원의 지침으로 되기도 했어요. 정부에 책임만 지라고 하고 있는 건 아니에요.

: 저는 연대임금이라는 방식도 좋고 한데, 사실 노동조합이 위기 때마다 제시했던 방식이잖아요. 그런데 지금 정부도 정말 예외적인 상황이고 참고할 사례가 없어서 계속 헛발 디디고 있는 것 같아요. 여기서 노동조합도 새로운 상상을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정부도 아이디어가 많지 않으니까. 지난주 금요일에 교육공무직본부가 취약계층 학생의 도시락을 급식노동자들이 만드는 방향으로 교육부에 제안한 적이 있어요. 지금 학생들이 등교를 안 하니까 급식노동자들이 교내 청소하고 대체 근무하거든요. 그분들은 원래 직무를 하되 취약계층 아동의 식사 문제라는 사회적 문제까지 같이 해결할 수 있는 거죠. 그 이후에 담당 교육부 관계자와 통화했는데, 노조든 교원이든 제안해줄 수 있고 그런 것에 우리가 답할 의무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어요. 그런 식으로 노동조합이 스스로 새로운 솔루션을 내는 것도 활성화되면 좋겠어요. 코로나19로 연계된 또 다른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도 하잖아요.

: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와 산업의 위기가 사회 전 분야로 전파되고 있는데, 비단 경제와 산업의 위기만을 해결하는 것보다도 그것을 넘는 효과를 내는 대안도 제시되면 좋죠.

: 이야기를 쭉 듣다보니 양보라는 단어가 생각났어요. 사회적 대화에 꼭 등장하는 단어잖아요. 그런데 양보로 생각하면 결국에 심리적 채권이 생겨요. 심리적으로 이거 양보해줬는데 왜 이거 안 해주나하는, 정말 서로가 이타적이지 않는 한 제로섬 게임이라고 생각해요. 양보라기보다도 각자의 역할 중심으로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노동조합이 연대기금을 만들자고 하는 것은 노조의 역할인 것이죠. 많은 전문가가 이야기했다시피 노동시장 이중구조화를 고착시킨 게 비단 한국 사회 자본만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의 책임도 있다고 해요. 그러면 그 책임을 양보로 해결한다는 뜻이 아니라 자신의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고요. 역할의 실례죠.

아까 이야기한 새로운 솔루션을 상상하자는 것도 역할의 측면이죠. 총연맹의 차원이 아니라 각급 노동조합이 할 수 있는 대안이에요. 진짜 현장 노동자 아니면 할 수 없는 상상이잖아요. 교육공무직본부니까 할 수 있는 상상이었던 거죠. 덧붙이자면 저는 큰 대안도 필요하지만 작은 수많은 대안이, 현장성을 띤 수많은 대안의 효과가 어마어마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노동조합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실질적인 자신들의 노동으로 연대할 수 있는 것 하나, 연대임금을 형성하는 것 하나. 두 가지 형태이지 않을까 싶어요. 역할을 노동조합이 한다고 했을 때, 정부 부처마다 받아들이는 온도는 다를 것이죠. 그럼 총체적으로 컨트롤을 어떻게 할 것이고, 실제 집행에서의 문제와 가능성을 판단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봐요. 그러다보면 사용자도 자신의 역할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오게 되는 거죠.

: 현실적으로 그럼에도 사용자들이 자신들의 역할을 하지 않을 수 있는 이유가 있어요. 지금 경제 위기인데 회사 망하게 생겼는데라는 말이 가진 파괴력이 엄청 강하잖아요. 그래서 이번 사회적 대화에서도 외부적 여건 자체가 노동조합에게 좋지 않으니 교섭력 떨어진 상태잖아요. 결국 임금 동결해라, 너희 올해는 파업하지 말아라 이야기 나오는 것도 현재 노동조합이 낼 수 있는 힘을 보고 사용자단체가 종합적 판단을 한 것이죠.

: 그래서 정부나 시민사회 단체라는 매개자의 역할이 중요하죠.

: 그런 측면에서 기간산업에 한정이지만 지원받으려면 고용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나왔는데, 정부 역할의 단적인 모습을 보여준 거죠.

: 네,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사회적 대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봤는데요. 지금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던 사태가 일어났고 연쇄적으로 나타나는 사회 각 분야의 위기도 전례 없이 일어나고 있어요. 사회 구성원의 절실한 지혜 모으기가 필요한 시점이고요. 그래서 사회적 대화가 존재해야 하는 것이고요. 물론 사회적 대화가 쉬운 건 아니지만요. 지금 상황을 어떤 실험장으로 활용하자는 건 치러야할 비용에 비해 너무 안이한 인식일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위기가 또 다른 우리 사회의 대안을 생산하는 방식을 학습하는 기회라고도 봐요. 금요일 오후에 모여서 이야기 나누고 좋았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